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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Feb 27. 2024

안녕, 조단아

EP 26

10여 년 전 나의 이사로 부모님 집에 데려다 놓은 조단이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조단이와 함께 지낸 지 약 일 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직장을 옮겨야 했고, 기존에 살고 있던 곳에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내가 이사를 가야 했던 곳은 신도시의 신축 빌라였는데, 이상하게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하다가 조단이를 부모님 댁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조단이를 차에 태우고 조단이가 좋아하는 애착인형과 필요한 모든 것들을 잘 챙긴 다음, 나는 부모님 댁으로 차를 몰았다. 

당시 나의 아버지께서는 이제 막 은퇴를 하셔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 이층 집을 지으시고 시골의 삶을 시작하고 계셨기 때문에 조단이가 지내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었고, 부모님께서도 반려 동물을 입양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조단이를 선뜻 돌보겠다고 말씀하셨다.


조단이는 부모님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 옆에 붙어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신이 앞으로 살게 될 집과 집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도 이 녀석은 부모님을 잘 따르는 듯했고, 부모님도 조단이처럼 큰 고양이를 처음 보셨다고 말씀하시면서 상당히 흥미롭게 새로운 식구가 될 조단이를 쳐다보셨다.


그렇게 나는 나의 조단이를 부모님 손에 맡겼고, 그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약 9개월 동안 나는 부모님 집에 여러 번 방문하면서 조단이의 상태를 살폈는데, 내가 들를 때마다 조단이는 나를 반겨주었고, 가끔씩은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잡은 쥐를 내 앞에 가져다주기도 했다. 특히, 아버지가 조단이를 매우 좋아하셨는데, 조단이가 하루에 한 번씩 꼭 무언가를 잡아서 아버지 앞에 가져와서 보여주곤 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조단이의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내가 조단이를 부모님 댁에 맡긴 것이 한 2월 말쯤이었는데, 그 해 가을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부모님을 찾아뵌 것이 조단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


추석 명절 후에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하루에 10시간씩 강의를 하며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었다. 11월쯤인가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목소리가 별로 밝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무슨 일인지 여쭈어 봤을 때, 아버지는 물기가 조금 섞인 목소리로 조단이가 죽어서 뒷산 대나무 숲에 묻어 주었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순간 가슴 한편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아버지께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조단이가 죽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평소에는 부모님께서 타지에 출타를 하실 일이 별로 없는데, 그 주에는 삼 일 동안 집을 비울 일이 생겼고, 조단이의 밥통에 밥과 물을 많이 넣어 두시고는 출타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삼 일 동안 외출을 하고 돌아오셨을 때 조단이가 보이지 않았다고 하셨다. 평소라면 이미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마자 달려와서 집 앞에서 반갑게 부모님을 맞이할 녀석이 보이지 않자 부모님께서는 매우 걱정을 하시면서 집 주변을 이리저리 찾아보셨다고 한다.


우리 집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데, 그 언덕에서 바다 쪽으로 난 길 오른쪽에는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아버지가 조단이를 찾아서 이리저리 다니시다가 그 길을 따라서 바다 쪽으로 내려오면서 시냇물가를 바라보셨는데, 시냇물 가에 조단이가 쓰러져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을 찾아내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단이를 발견한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조단이는 숨을 아주 크게 헐떡이고 있었고, 눈은 이미 반쯤 뒤집혀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아마도 무언가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은 조단이가 있는 힘을 다해서 물을 찾아서 마시려고 시냇가 쪽으로 가다가 힘이 다해서 시냇가에 쓰러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마치, 자기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심바인 것처럼 나무에 올라가서 멀리 내려다보기도 하고, 약 9개월 동안 자연 속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즐기며 살고 있던 조단이가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그 후로 며칠 동안 힘이 없었다. 자꾸만 조단이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조단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기억이 났다.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지만, 조단이는 고양이 중에서도 정말 의리를 잘 아는 고양이였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를 돌아볼 줄 아는 작은 생명체였다.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 가운데서 사람이 가장 사악하다고 하지 않는가? 조단이는 그런 사람인 나를 생각해 주고 걱정해 주는 아주 착하고 좋은 고양이였다.


그 후로 나의 부모님께서는 다른 고양이를 입양하셨고, 한 때는 13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기도 하셨다. 지금도 "나비"라는 암컷 고양이를 돌보시고 계시는데, 그 고양이를 키우신 지는 약 10년이 되셨고, 지금까지 "나비"가 낳은 새끼 고양이들만 30마리가 넘는다.


지금도 부모님 댁에 가면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볼 수 있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공항에서 나를 따라오던 깡마른 조단이가 살고 있다.



#고양이

#반려묘

#추억

#무지개다리



이 세상의 모든 반려묘들과 길 고양이들이 자신의 터전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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