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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 Feb 15. 2024

힘겨운 줄다리기 싸움.

움켜쥐어야 할 때와 느슨하게 놓아야 할 때.

"나 수영 그만두고 싶어, 힘들어."

요즘 단풍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단호하게 말한다.

"안돼, 시작 한 김에 접영까지는 해야지."


단풍이는 작년 3월에 수영을 시작했다.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제일로 신경 쓰는 것은 체력 기르기.

그래서 아이들의 첫 번째 사교육은 언제나 운동이다.

처음 수영장에 가던 날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엄마, 수영 안 가면 안 돼?."

그 눈은 마지막까지 날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작도 안 해보고 포기하게 만들 순 없었다.

단풍이에게 약속했다.

"일단 해보고 너랑 안 맞으면 그만두자. 일단 한 번 시도는 해봐 재미있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 단풍이는 축 쳐진 얼굴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영 수업이 끝나고 나와서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말갛게 웃는 얼굴로

"엄마, 수영 매일 가고 싶어 매일 가면 안 돼?."

라고 말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렇던 아이가 자유형, 배영을 배우고 접영 발차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조르기 시작했다.

"나 수영 힘들어 , 그만둘래."

언제나 같은 소리.

"운동은 너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야 해, 수영이 정말 싫으면 그만둬도 돼

하지만  수영 말고 다른 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해."

"싫어, 하고 싶은 운동  없단 말이야."

둘째는 육아가 쉬울 줄 알았다.

그래도 경험해 봤으니 요령이 있겠지 싶었다.

그러나 둘 키우면서도, 어쩜 이리 다를까.

첫째는 적어도 엄마가 이렇게 설명하면 알아들었다.

하지만 둘째는 엄마의 설명은 귓등으로 듣는지 자기의 고집만 내세우며 우기기 시작한다.

무엇을 하든 조금 힘들면 단풍이는 말한다.

"나 힘들어 그만하고 싶어."


수영 배우기 전 단풍이는 스포츠클럽에 다녔었다.

어렸을 때는 놀이체육을 하다가 6살이 넘어갔을 무렵 축구경기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6,7살 열심히 다니던 아이는 축구가 싫다고 했다.

너무 힘들다고 그만 다닌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단풍이의 스포츠클럽 수업을 참관해 보고 두말없이 그만두게 했었다.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기에 하기 싫은 아이를 내버려 두었더니

슬렁슬렁, 축구를 하는 게 아닌 그냥 멍하니 뛰어다니기에 바빴다.

승부욕이 있는 아이들은 그런 단풍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에 졌잖아,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마."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 싫은 소리를 듣게 하기 싫었다.

그래 안 맞을 수도 있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면서 하는 건 아니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축구를 그만두고 태권도참여수업에도 보냈다.

단풍이는 태권도도 싫다고 단언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로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는 포기를 먼저 학습시킨 건 아닐까.

강제로 시키는 건 옳은 일일까.

어른이 되었을 취미생활로 있는 운동 하나 만들어 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인 걸까.

하고 싶은 것만 하게 하는 게 맞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대안이 없다면 하던 운동, 하던 일을 끝까지 마스터해 보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되뇌여 본다.

아무런 기준 없이 아이에게 맞추다 보면 아이에게 끌려가기 바쁠 테니까.

엄마의 교육적인 기준은 엄마와 아이의 혼란을 줄여준다고 믿는다.

지금은 어려서 엄마의  기준을 잘 모르겠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올것이다.

단풍이와 나는 그 기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안 보이는 줄을 서로 끌어당기며

무단히도  애를 쓴다.

이번에는 그 줄을 애써 움켜쥐으며 내 쪽으로 끌어당겨 왔다.

그 힘이 단풍이에겐 야속하게 느껴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맞춰가다보면 익숙해지고, 

쥐고 있던  줄을 티 안나게  놓아줄 날도 반드시 올거라도 믿고 싶다.

그 시간들 속에 단풍이의 손에 경험과 지혜가 쌓여

자신의 인생을 주도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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