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고단하고 대화하고 싶을 때 신랑에게 건네는 한마디. 그도 내 마음을 아는지 잠이 중요한 사람인데도 바로 오케이 한다. 아직 어린 둘째와 매일매일 잠을 자고 있어서 누구보다 찌들어 있을 신랑이 이럴 땐 참 고맙다.
신랑과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 맥주타임을 가지면 저 멀리서부터 끌어오는 동지애를 느낄 수 있다.
짠과 함께.
신랑하루는 어떤지 몰라도 내가 보낸 하루는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편이다. 다소 무뚝뚝한 편이라 리액션을 강의해 준 적도 있다.
아~~!!!
오~~!!!
진짜???? 만 잘하면 된다고. 맥주 한잔에 소소한 이야기 나누다 보면 하루피로가 싹 가신다.
육퇴 후 마셨던 생맥주
꿀꺽꿀꺽 쭈-욱 들어가는 세 모금은
"할렐루야~~!!"
속이 더부룩하던 것이 말끔히 사라져 기분이 좋다. 답답하고 지쳐 쩐내 나는 육아 기간. 어떠한 것보다 기분이 시원하고 산뜻하다. 나에게 주는 선물은 맥주였다. 신랑이 늦게 오는 날엔 애들 저녁을 먹여주며 무조건 맥주와 함께 했다. 좋아하는 그릇에 대충 플레이팅 해놓고 딱 한잔 마시고 나면.
크~
뇌신경이 자극을 덜 받아 아이들에게 공감을 더 잘해줄 수 있었고, 잠자리 독서도 희극인처럼 재밌게 읽어 줄 수 있었다.
꿀이나 설탕 같은 단 맥주보다 깔끔하고 시원한. 아주 톡 쏘는 맥주를 선호한다. 여러 가지 맛을 내려고 첨가하는 것보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맥주.
싱가포르 여행 때 마셨던 맥주. 인도거리.
다음에 세계여행을 하면 특색 있는 맥주를 마셔보는 게 꿈이다. 그 지역만의 풍경과 그림 속에 맥주의 맛이 다 독특할 것 같다. 7080 세대의 음악을 들으면 그날의 추억이 떠오르듯, 맥주도 종류와 여행했던 분위기에 따라 특이성이 존재한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맥주는 와인과 달리 혼자 마셔도 좋고. (개인적으로 와인은 혼자보다 함께 수다 떨며 마시는 게 최고인 듯) 안주도 까다롭지 않게 모두 어울린다. 회식 때, 맥주를 잘 따르면 칭찬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거품이 최대한 적게, 잔에 가~득 따르면 거품 없이 잘 따랐다고 선배님들이 좋아하셨다. 칭찬받으니 어깨춤이 절로 나면서 어찌나 뿌듯했던지. 부드러운 거품의 매력을 몰랐던 시절이 매우 아쉽다.
맥주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체험해 보고 싶다. 탄산처럼 톡 쏘는 맛과 시원한 목 넘김이 좋은 맥주를 만들다 보면 무언가 과학적인 비법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