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와와 Jul 13. 2024

때로는 치매가 아니라 무심한 보호자때문에 상처받는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순간도 있다 

단 하루라도 조용하면 오히려 그 다음 근무가 두려울 만큼.. 어르신들과 간병사님들 간의 실랑이는 일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한 시간에 수십 번씩 벨을 눌러 화장실 가고 싶다는 어르신과, 그냥 기저귀를 채우자는 간병사님들을 중재하는 일,  자주 발생하는 낙상 사고(주로 이것 역시 화장실 가신다고 혼자 내려오시다 바닥에 주저앉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로 간병사님들은 어르신들이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식탁을 항상 펼쳐 놓는 문제로 매일이 전쟁이었다. (식탁이 있으면 사이드를 내릴 수 없다. 때문에 난 명백한 어르신을 구속하는 거고 억제하는 거니 인권침해라고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매일의 일상에서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며 어느덧 2년이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퇴근준비 하며, 어르신들께 인사하고 있던 나는, 간호사실 쪽에서 누군가 소리 지르는 소리에 얼른 그쪽으로 뛰어갔다. 이@@어르신 따님이셨다. 자신의 엄마는 골절로 재활치료받으려고 입원했는데, 왜 치매환자들 속에 자신의 엄마를 같이 둬서 자신의 엄마도 치매환자로 만들어 냤냐며 이건 명백히 병원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원장님을 만나야겠다며 따지는 중이었다. (분명 내 근무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일부러 내가 퇴근하길 기다렸다가 따지기 시작한 따님) 


이@@님은 2년 전 대퇴부 및 허리 골절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으시고, 섬망도 심하고 인지기능 저하가 있어 우리 병원에 입원했던 분이다. 입원당시 치매선별검사 MMSE가 9점 ( 30점 만점에 22점 미만부터 치매로 진단)으로 시간, 장소에 대한 지남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셨고, 묻는 말에 단답형이나, 싫다, 좋다 정도의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다. 입원당시는 골절수술 후 상태이니 휠체어로 활동하셨고, 작년부터는 보행보조기 잡고 보행도 가능하시고, 가끔 노래 교실이나 체조 같은 프로그램도 참여하시고, 오히려 입원 시 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아진 상태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상태가 나빠졌다는 따님, 나로선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치매가 무슨 전염병도 아니고, 어르신들과 함께해서 치매에 걸렸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니..., 중요한 건 어머님 인지기능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왜 지금에서야 갑자기 자신의 엄마가 언제부터 치매냐고 따지니 우리 모두 어이가 없었다. 


이@@님에겐 아드님 2, 따님 1명이 있었고 주로 며느님들이 반찬을 갖다 주러 방문하시거나, 주말에는 가족분들이 단체로 와서 방문을 했었다. 막내 따님은 한 달에 한 번쯤 왔었는데, 늘 식사며, 양치질까지 어르신을 아이한테 하듯 본인이 직접 케어했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어르신 팔이랑 손은 움직일 수 있고, 움직이셔야 좋으니 어머님이 수저질해서 식사하게 해 주시라고 했더니 대뜸 " 아니~ 이렇게 수저질이 서툰데 이때까지 그럼 우리 엄마 도와주지도 않았던 거예요? 아무리 다인실이지만 너무들 하네~ 뭐 이런 병원이 다 있어 " 하며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병원이 시설만 좋으면 뭐 하냐, 이렇게 관리가 엉망인데 하며 한참을 큰소리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방문할 때마다 어르신의 모든 걸 본인이 다 해주려 하고, 물통을 들고 물 드시려는 것조차 수저로 떠 드리고 있는 걸 본 나는 " 어르신들 잔존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했더니  "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 아가씨는 다른 환자나 돌보세요~"라며 내 얘기에도 시큰둥하게 반응했더랬다.


보호자분들이 가장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들이다. 무조건 다 해드리는 게 효도하는 게 아닌데, 다들 보면 멀쩡하게 혼자 드시던 분들까지도 보호자가 먹여주는 걸 받아 드시는 경우를 접한다. 치매환자분 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할 수 있는 남아 있는 일상생활 수행기능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 할 수 있게 도와 드리는 게 그분들을 위하는 거다. 마지막까지 걸을 수 있게 도와 드리고, 스스로 수저질 해서 식사하시고, 양치질하시고, 옷도 스스로 벗고 입을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리치료시간 늦는다고 어르신 수저를 낚아채서 간병사가 어르신을 떠 먹이고 있거나, 양치질해드리고 있으면 난 화를 낸다. 그건 어르신을 도와 드리는 게 아니라고...


치매는 퇴행성 질환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인지기능도, 잔존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계시는 동안 최대한 늦추기 위해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활동할 수 있게 도와 드리는 게 우리의 역할인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퇴행성 질환으로 서서히 기억력 및 신체기능이 감퇴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보호자들은 병원에 모셨으니 당연히 나아지고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


아무튼, 따님에게 입원 시 검사했던 치매선별검사결과를 설명해 줘도 막무가내로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의 엄마는 치매가 아니었는데, 이 병원 와서 치매가 되었으니 너네들이 앞으로 다 책임져라고 했다. 

알고 보니, 원래는 아드님 두 분이서 병원비를 내셨는데 이번달부터는 돌아가면서 내기로 했단다.... 원무과 담당자 말로는 이런 경우가 가끔 있었다고 한다 - 병원비 안내 나가고 나면 원무과로 전화 와서 상태가 나빠졌으니 이번달은 병원비를 못 내겠다고 - 


그 뒤 이@@어르신은 결국 간병비가 저렴한 따님집 근처의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가셨다.  전원가시는 날 어르신은 내내 " 나 안가~ 싫어, 안가 " 말만 되풀이 하셨다. 매일 아침 라운딩 가면 손으로 당신한테 오라고 해서 가면 아무 말 없이 내 손에 과일, 사탕 등을 쥐어 주시던 어르신, 말씀은 잘하시지 않지만 피검사한다고 내가 팔을 보고 있으면 조용히 다른 손으로 내 등을 두드려 주시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며 웃어주시던 분.. ..

그렇게 어르신이 전원 가시고 5개월쯤 지난 어느 날, 작은 아드님이 병원을 찾아오셨다. 어머님이 지난주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곳에 있는 2년 동안 잘 돌봐 주셔서 감사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하시며 감 한박스를 내려 놓으셨다. (감은 생전에 이@@어르신이 제일 좋아하셨던 과일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