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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와와 Jul 20. 2024

그렇게 어르신들에게 물들어갑니다

익숙함은 또 다른 이별의 준비과정 

어느새 이곳에서 일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병동내 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간호사실에서 왼쪽에 위치한 병실 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이 방은 병동의 유일한 남자병실로 아버님들이 6분이 입원해 있다.

그중 이@@어르신과, 나@@어르신은 서로 경쟁하듯이 매번 내게 당신 아픈 곳부터 봐달라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출근했다 싶으면 유난히 크게 앓는 소리를 내시며, 날 부른다. " 서 선생~ 어제부터 내가 등이 너무 아파서 누워 잘 수가 없어" "  아~ 시끄러워.. 그깟 등가지고 난리야, 서 선생 난 여기 여기 배가 너무 아파서 아침도 못 먹을 것 같아 " 그러곤 내가 확인할 때까지 아픈 척하시다가" 음, 검사해봐야 할 것 같으니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릴게요"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신다. 이 두 분은 내가 병원을 그만두고 3년 뒤에 다시 돌아왔을 때도 내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던 분들이다. (참고로 두 분 다 아들, 딸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신 지 오래되었다. ) 


이상하리 만큼 평안한 오전이 지나고 점심시간.. 평소처럼 주@@ 어르신을 식사 보조를 마치고 약 돌리고 있는데 남자병실 쪽에서 간병사님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뛰어들어가 보니 분명 내가 식사보조하고, 약 까지 투약을 마친 주@@어르신이 켁켁거리고 있었다. 내가 나간 후, 식판 빼면서 간병사님이 아깝다고 남은 햄덩어리를 그대로 어르신입에 넣어 드렸다는데 그게 목에 걸리신 거다.(덩어리가 너무 커서 일부러 드리지 않았던 것을) 어르신은 컥컥거림을 멈춘 채 어느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고, 얼굴빛이 파래 지기 시작했다. 얼른 응급벨을 누르고 나는 바로 어르신 침상으로 뛰어 올라가 하임리히법을 시행했다. 워낙 등치가 큰 분이어서 작은 내 체구로는 복부를 완전히 감싸지는 게 어려워 한 손은 복부를 타격하고, 한 손은 등윗부분을 세게 두드리며 복부 쪽 손을 명치를 들어 올리듯이 치는 걸 반복했다. CPR을 해야 할까 하고 내가 잠시 고민하며 

3번째쯤 명치 쪽을 타격하는 순간 켁 소리와 함께 걸렸던 햄덩어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순간 병원 내 의사들과, 식사 중이던 간호사들이 뛰어 들어왔다.  다행히 이미 고비는 넘긴 후라 모두 다시 식당으로 가고, 주치의만 남았다. 대체 누가 뭘 먹인 거냐며 한참을 나에게 소리치던 주치의는 어르신상태를 확인하고, 식사 앞으로 갈기로 바꾸라고 하곤 병실을 나갔다. 주@@어르신은 파킨슨진단을 받으신 분으로 최근에 손 떨림이 심해지셔서 수저질이 힘들어 간호팀에서 보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본인 치아도 다 남아 있고 씹는 능력에 문제는 없었기에 식사는 일반식으로 나왔는데, 아무래도 파킨슨 환자들 같은 경우는 운동기능이 떨어지면서 연하곤란도 오는 경우가 있어 식사 시 잘 확인해야 한다. 워낙 식탐도 많으시고, 먹는 걸 거부하진 않으시는 분이다 보니, 간병사님도 어르신이 너무 간절히 식판을 쳐다보며 당신이 먹으려고 손으로 가져가는 걸 보고 입에다 넣어 드렸던 것이다. 이건 명백한 내 실수였다. 약까지 드린 후 식판을 치웠어야 했는데, 약 돌리는 거에 급해서 그냥 나가버렸으니.. 암튼 한참을 주치의가 내게 소리 지르고 난 후 어르신은 계속 내 눈치를 보셨다. 내가 웃으며 " 어르신 괜찮아요 주치의가 걱정돼서 소리 지른 거지 저한테 화낸 게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해도 어르신은 한참을 더듬거리며 " 나 때문에, 서 선생은 잘못이 없는데..." 하신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간병사님이 내내 날 따라다니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다. 괜히 자기가 실수한 건데 내가 욕을 먹어 맘에 걸린다며 지금이라도 주치의한테 당신이 준거라고 이야기하겠다고 말이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앞으로 절때, 어르신들 식이 보조할 때 큰 덩어리는 잘게 부서서 목에 걸리지 않을 사이즈로 확인하고 주시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이 사건으로 이 병실 어르신들이 모두 놀라셔서 인지 한동안 나를 봐도 어디가 아프다고 봐달라고 하시는 어르신이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점심식사 후에 약 돌리고 있는데, 또 남자 병실 쪽에서 큰 소리가 나서 뛰어 들어갔다. 이번에도 주@@ 어르신이 침상 난간에 거의 떨어지기 직전으로 매달려 계셨다. 이유인즉슨, 땅에 떨어진 과자 주우신다고.. 간병사님이 다른 어르신들 식사마친 식판 치우러 나간 사이, 당신 식탁에 있던 과자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그걸 주워 보시려고 앉은 자세에서 옆으로 몸을 확 트셨는데, 균형을 못 잡으시니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 지셨고, 식판이 올라와 있으니 몸이 다 떨어지진 않고 하체는 침상에, 상체 쪽만 비스듬히 아래로 떨어져 있는 상태셨다.  간병사님과 함께 어르신을 침상으로 올리곤 어르신께 부탁을 드렸다." 어르신 조금만 기다리시면 간병사님이 주어 주실 거니까 절대 혼자 몸을 아래로 숙이시면 안 돼요. 방금 낙상할 뻔하셨어요. 그리고 과자 또 목에 걸리면 어떡해요. 과자 드시고 싶으시면 나중에 입에서 녹는 바나나킹 같은 거 할머님한테 사다 달라고 제가 전화할게요" 하며 나도 모르게 잔소리 같은 말을 내뱉고 난 뒤 어르신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으신다.  " 이... 거 내가 먹으려고 한 게 아니야 "라고...

"네?" 하고 되묻는 내게.. 앞에 있는 이@@ 어르신이" 내가 아침에 서 선생 과자 주는 게 부러웠는지 그 영감도 서 선생 과자 주고 싶었나 봐 " 하신다.  그랬다.  오늘  이@@ 보호자가 새벽녘에 과자를 잔뜩 사다 주고 가셨고 내가 아침 라운딩 갔을 때 내게 과자를 한뭉큼 주셨더랬다. 내가 웃으며 좋아하는 것 같으니.. 오늘 점심 간식으로 나온 과자를 안 드시고 가지고 계시다가 내게 주려고 하신 거였다. 순간 울컥하기도 하고, 어르신께 죄송하기도 해서 과자를 받아 들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있는데, 등 뒤에서 나@@어르신이 큰소리로 날 부르신다. " 그 바닥에 떨어진 거 말고, 이거 먹어~ 나도 서 선생 주려고 안 먹고 있었어 " 하신다.  


이렇게 무한정 어르신께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근무하던 어느 날, 난 어르신들을 뒤로 한채 이 병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둘째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더 이상 아침 일찍 출근을 할 수가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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