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없는 삶은 밝고도 어둡다.
2023년, 제가 가장 잘한 일은 바로 '커피를 끊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7월 커피 끊기에 대한 글을 쓴 이후로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저는 커피를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있죠.
이제 금주, 금연도 아닌 금커 6개월 차.
커피가 없는 삶은 밝고도 어둡습니다.
금커의 밝은 점이야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로 그것들이 맞습니다. 소화불량, 복부팽만, 두통, 생리통 등 평소에 안고 살던 자잘하고도 불편한 증상들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밝은 점만 있으면 좋으련만, 예상치 못한 먹구름이 드리웠어요.
바로 액상과당에 중독된 것입니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다이어트를 해온 데다가 집안 내력으로 인한 젊은 당뇨를 피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던 사람이었기에 평생 단맛이 나는 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말이죠.
사실 커피를 끊었다는 것이 카페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친구를 만날 때, 회의를 할 때, 휴일에 잠시 나들이 갈 때 등 카페에 갈 이유는 참 많죠. 물론 처음에는 차(茶) 종류를 찾아 마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카페 알바하면서 제일 돈 아깝다고 생각했던 메뉴가 차 종류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걸 먹어볼까' 싶은 어리석은 생각이요. 그런데 다들 그거 아시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티백을 우린 차 음료를 제외하면 모든 메뉴가 액상과당에 절어있다는 것을요. 저도 분명 머리로 알고 있었지만, 아주 가끔 마시는 건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정말 몇 년만에 '자몽허니블랙티'를 주문했습니다.
아, 빨대로 빨아들인 한 모금이 이렇게 짜릿할 정도로 달달할 수가요...!
그 때부터 지난 29년간 마음껏 달달한 음료를 마시지 못해 한이라도 맺힌 사람처럼 카페에 갈 때마다 별의별 음료를 주문해 맛보았습니다. 밀크티, 녹차라떼, 핫초코, 레몬에이드, 소다라떼 등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아,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았다니.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액상과당 중독자가 되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액상과당 섭취가 급증한 이후, 제 일상에는 여러 변화가 생겼습니다.
1. 배, 엉덩이에 살이 쪄서 맞는 옷이 없다.
2. 4개월간 몸무게가 5kg 정도 늘었다.
3. 그나마 남아있던 근육이 싹 사라졌다.
4. 식욕 조절이 안된다(= 매번 폭식)
5. 웬만큼 자극적인 맛에는 만족이 안되서 자연스럽게 짠 음식을 찾게 되었다.
6. 몸이 무겁고 붓는 느낌이 든다.
건강한 입맛을 길들이느라 고생했던 지난 9년이 무색할 정도로, 겨우 4개월만에 이런 변화를 겪게 되다니 절망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절망과는 별개로 제 미각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죠. 오늘까지만, 이번 주까지만, 이번 달까지만... 그렇게 미루다보니 어느덧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요즘은 10번 중에 5번은 건강하고 깔끔한 차를 마시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히나 달달한 밀크티를 사랑했던 저이기에 여전히 조금은 밋밋하게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토록 애정하던 커피도 끊었는데 이쯤이야 못 끊겠냐는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 중이에요.
저의 2024년 목표는 '건강한 입맛 되찾기' 입니다.
달고 짠 음식을 멀리 하는 대신, 슴슴하고 담백한 맛을 가까이 하는 삶. 느끼하고 기름진 느낌 대신, 신선하고 푸릇한 느낌을 즐기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보려고 해요. 한 두달 정도면 이룰 수 있는 목표이기도 하지만, 이미 커피를 끊는 성공과 액상과당에 중독되는 실패를 동시에 맛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넉넉히 1년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2024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무언가는 더하든 빼든, 사든 버리든, 배우든 가르치든 목표로 정한 일 중 단 한 가지라도 이루어내며 스스로 보람있는 한 해를 보내보시기를 바라요. 저도 입으로 느끼는 단맛은 줄이고, 다양한 도전을 통해 얻는 달달한 인생의 맛을 느끼도록 노력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