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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녹 Jul 13. 2024

[러브, 로지] 인생은 원래 그래.

[러브, 로지] 크리스티안 디터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지만 결국엔 이뤄지는 것들이 있다.


살다 보면 사소한 일 하나도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은 절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단지 간절히 원한다고 모두 이루어지진 않는다는 사실에 억울해하며 어릴 적 그랬듯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불고할 수는 없는 창백한 세상이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히 로맨스, 멜로 영화로 보이지는 않았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골자이긴 하지만 주인공 로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웠다. 뜻밖의 상황과 선택으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렇게 생각지 못 한 길로 둘러 갈지라도, 지금 당장은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없는 삐뚤거리는 테두리를 그릴지라도, 마음속 깊이 간직한 꿈은 결국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런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조금은 유치하고 어쩌면 막장(?)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는 로지가 인생을 대하는 조금은 가벼운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고3 여학생이 한 번의 실수로 임신을 해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미혼모가 된다는 것은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다. 고난의 길이 펼쳐지리라는 것을 어느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런 무시무시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로지,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은 이를 ‘큰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인생의 커다란 사건으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예상한(어쩌면 기대한) 막장 드라마처럼 부모와 대판 싸우고 애를 지워라 마라 소리를 지르며 울고 불고 하는 모습은 없다.


충격을 받긴 하지만 애를 지울 수는 없다고 결정을 내린 로지는 잘 낳아서 입양을 보내고자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기를 낳자 본인이 키우겠다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설렘에 부풀어있던 계획과는 영 딴 판으로 흘러가는 인생이지만 로지는 행복을 느낀다. 자신의 딸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여전히 호텔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채. 영화 막판에 가면 로지는 끝내 자신의 호텔을 운영하게 된다. 너무 쉽게 일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사실 그녀의 하루하루를 내가 살아봤더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안다.



인생에서 계획한 대로만 이뤄지는 일은 없다. 애초에 어떤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지 ‘이뤄지는 것’은 아닌 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장 공감되는  대화 주제 중 하나가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망친다’는 이야기였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너무 마음을 쓰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안달 내다보면 이상하게도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닐 때도 있지만 내가 그리는 명확한 그림대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냥 아무 생각도, 노력도 없이 대충 살아가면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로지도 그랬듯 본인이 세운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놓지 않으면 다른 길을 통해 그 꿈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히 하루를 성실하게 채워나가고 싶다. 그런 하루들이 모이면 어느새 1년이 되고, 한 해들이 모여 10년이 지나 돌아보면 어느덧 내가 원하는 모습에 훌쩍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 성질 급한 나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바심 내지 않겠다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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