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할 때 제일 필요한 건 뭐야?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체력은 당연한 것이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줄이어폰이다. 보조배터리와 함께 내 휴대폰을 살리고 존재 가치를 향상시켜주는 나의 친구!
특히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멍때릴 때, 그때만큼은 내가 이 노래의 온전한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분위기 있고 싶을 때는 재즈, 그냥 시원한 느낌이 필요할 때는 락, 때로는 잔잔하지만 상큼한 팝까지
음악은 내 힘든 통학길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최고의 친구다. 이 세상으로부터의 노이즈를 캔슬해 주는 진정한 ’노이즈 캔슬링‘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 이어폰을 오늘 집에 두고 나오고야 말았다! 새벽 합주를 하러 사당까지 가야 해서 허겁지겁 나오다 보니 줄이어폰은 커녕 에어팟도 챙기지 못했다. 지하철역에 다 와서야 이 사실을 깨닫게 된 나는 이내 절망했지만, 굴하지 않고 노이즈 캔슬링 없는 세상을 버텨냈다 (?!)
노이즈 캔슬링 없는 세상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름 괜찮았다! 더 이상 각 정류장마다 ‘여기서 내려야 하나’라는 고민에 헷갈리지 않아도 되었다. 또, 예전에는 마냥 소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말소리도 듣다 보니 꽤나 정겨웠다.
에어팟이나 헤드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음악을 듣는 세상에 자신을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노이즈 캔슬링에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노이즈 캔슬링으로 인해 주위의 소음을 듣지 못해 사고를 당한 사례가 꽤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다.
이렇게 나의 전투력을 상승시켜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세상과 나를 너무나도 단절시켜버리는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 없는 세상을, 통학길을 어떻게 버티나 싶었지만 새벽의 지하철과 꽤 괜찮아 보이는 주변의 소음은 내 귀를 먹먹한 헤드셋에서 잠시나마 해방시켜주는 듯 했다.
때로는 노이즈 캔슬링으로, 피곤에 찌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와 만원 지하철에서 나의 전투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끄고, 헤드셋을 벗고, 에어팟을 빼고, 길거리의 노이즈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의 말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입김이 보인다.
이른 새벽 지하철을 이어폰 없이 타며 느낀 오늘 나의 아주 짧은 한 느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