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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Jan 01. 2024

어바웃 돌발사건과 강화

어바웃 시리즈

우리는 살아가면서 돌발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때론 긍정적인 돌발상황일 수도, 부정적인 돌발상황일 수도 있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안정을 추구했기에 돌발 상황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고 기피했다. 그런데 2023년을 지내면서 느낀 것은, 이 돌발 상황이야말로 우리 삶의 묘미? 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돌발사건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떠올릴 법한 몇 가지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사실 부정적인 돌발사건도 쓰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만 쓰고자 한다.


영화 <쎄시봉>

기타를 쳐 본 사람은 한 번쯤 공감할 F코드의 법칙. F코드는 정말... 잡기 힘들었다. 10살 때 기타를 배우러 다녔는데, 다른 코드는 어떻게 잡겠는데 F코드는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않았다. 어떻게 손을 우겨넣어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위에 첨부해놓은 영화 <쎄시봉>에서도 이 장면이 나온다. F코드를 잡지 못해 고전하는 주인공의 모습... 몇 날 며칠을 도전해봐도 잡히지 않는 F코드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된다. 하나의 돌발 사건인 것이다. 

이건 기타의 이야기지만, 하나의 일에서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았던 사람들은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지독하게 안 풀리던 수학 문제를 몇 시간이고 잡아놓고 있으니 어느 순간 해답이 보이던 때도 있을 것이고, 제자리걸음 같았던 성적이 어느 날 확 상승했던 때도 있을 것이고, 잘 풀리지 않던 일이 갑자기 술술 풀린다거나 실력이 향상되었던 경험 말이다. 

꼭 일에서의 성취감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 만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거나, 예상치도 못한 장소나 순간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거나..? 등

돌이켜보면 내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준 것들은 정비례의 법칙으로 다가오지 않고, 어느 임계점을 넘긴 순간 훅 상승하는 돌발 상황의 방식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누군가는 정비례가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즉각적인 보상이 나오는 게 더 정확한 거 아닌가?

여기에서 갑자기 생각난 게 하나 있다. 바로 심리학에서의 강화와 관련된 부분인데... 어쩌다 보니 계속 심리학을 끌어오는 것 같지만 이건 심리학개론 수준에서 배우는 아주 간단한 내용이니 모른 척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강화'란 어떤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선물을 받는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 때 좋은 성적에 대한 칭찬과 선물은 나에게 강화로서 작용한다.

그런데 이 강화도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고정비율강화, 변동비율강화, 고정간격강화, 변동간격강화 크게 네 가지가 존재하는데, 하나하나 설명하기 귀찮으니... 심리학개론 정리본을 보도록 하자.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강화는 아마 고정비율강화일 것이다. 1주일에 한 번, 한 달에 4번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이 입금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우리의 돌발상황은 고정비율강화를 따른다고 말하기 어렵다.

반응의 평균 횟수만 미리 정해져 있는 변동비율강화가 바로 돌발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준다. 이쯤 되면 성적이 오를 때가 됐는데... 성과를 거둘 때가 됐는데... 싶지만 왜인지 나오지 않는 강화물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내가 이런 성과를 얻을 정도로 잘 하지는 않았는데?' 싶지만 나오는 강화물들


나는 이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 만큼 나오는 게 올바른 게 아닌가, 그럼 내가 노력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운이 좋은 누군가는 1번만에 성공하고, 운이 나쁘면 말짱 꽝인게 아닐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이게 진정한 묘미라는 생각이 들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내가 그만큼 잘하지 않았는데 좋은 성과를 얻었을 때이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내가 잘하는 것일까? 의심하고 불안해 하던 때에 얻은 성과. 나는 이때의 성과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른 일들에도 임할 수 있었다.

때로 이 변동비율강화는 지치고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다. 



그럼 성공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변동비율강화도 내가 시도를 해야 나오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도를 해 봐야 성공을 했는지 아닌지도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이게 참 무책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이 뜻의 의미를 조금씩 알 것 같다. 실력만으로는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운'으로서 나타난다. 내가 회사에 한 군데도 지원하지 않고 합격운이 따르기는 바라는 것은 얼토당토 않는 일이다. 우선 회사에 지원서라도 넣은 사람에게 운이라는 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만 시도해도 변동비율강화에서의 운으로 성공하고, 내가 노력을 하면 고정비율강화에서처럼 성공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 주변 대부분의 일들은 변동비율강화의 형태로 다가오는 듯 하다. 가끔은 억울할 때도 있지만 이게 또 나름 삶의 묘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행운을 맞닥뜨리는 것,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어느 측면에서든 한층 성장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을 삶의 묘미로 생각하고...

아직 강화물이 나오지 않았어도 너무 자신을 탓하지 말고 묵묵히 시도해 보는, 그리고 생각보다 일찍 강화물을 받았다면 나만의 실력이었다고 자만하지 않고 내게 주어진 행운에 감사할 줄 아는 2024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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