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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May 06. 2024

어바웃 전시와 완급조절

어바웃 시리즈

 지난 주말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열리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에 다녀왔다. 평소에 전시회를 즐겨 가는 편은 아니지만, 시험도 끝났겠다 뭐라도 여가생활다운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찾아가게 되었다.



 이 전시에서는 까르띠에의 다양한 컬렉션을 비롯해 아카이브 자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포함한 약 300여 점을 선보이고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전시는 시간을 축으로 하여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까지 세 가지 관점의 챕터로 구성된다. 설명은 더 있지만 그냥 생략하도록 하겠다.

 사람들은 대부분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반짝거리는 보석을 좋아하는 것인지, 그들에게 달려 있는 가격표를 좋아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은 보석을 좋아한다고 답할 것이다. 나 역시도 보석을 좋아한다! 반짝반짝 예쁜 보석을 단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전시도 재미있게 보고 왔다.

 여러 가지 화려한 티아라와 보석을 보면서 이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술력이 필요했을까 감탄하기도 했다. 인상깊은 작품들도 몇 있었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까르띠에의 보석은 아니었다.

 전시 맨 마지막에는 이 전시의 전체를 설명해 주는 영상이 나온다. 나는 당연히 까르띠에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영상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본 영상의 내용은 많이 달랐다.

 전시의 제일 첫 번째 부분에는 다양한 시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계를 둘러싸고 있는 천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 천의 질감과 종류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 왜 그 천을 고른 것일까? 에 대한 설명이었다.

 또, 전시 내내 수많은 목걸이와 작품들을 받치고 있었던 나무를 고르는 과정이다. 그것들은 어떻게 선택되었으며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가에 관한 설명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전시 중후반 많은 작품들이 돌 구조물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이 돌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온 지금, 나에게는 까르띠에의 작품보다는 이 구조물들이 더 뇌리에 남는다.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그 구조물들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었다면 더 인상깊게 전시를 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의 느낌이 반이다. 어떤 전시든 항상 내가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단순히 전시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리고 또 다른 반의 느낌은 '주인공을 살리기 위한 절묘한 완급조절'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전시에 사용된 다양한 구조물들은 엄연히 또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시의 주제는 까르띠에라는 보석이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그 작품을 누구보다 잘 살릴 수 있는 강조에서의 완급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영상을 마지막에 보여 준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전시의 모든 것을 알고 들어가는 것은 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것일 수도 있겠다. 문제를 다 풀어 보고, 내 풀이와 답지에서의 풀이는 어떻게 다르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품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까르띠에 전시는 그 자체로 좋았다. 그러나 까르띠에 전시에서 내가 가장 크게 얻은 수확? 이라면 수확은, 전시의 주인공을 위한 구조물들이 지닌 '완급조절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아서 특히 좋았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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