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대화(1)

by 향다월


여러 회사가 무리 지어 있는 동네 한편의 술집은 시끌벅적했다. 어둑어둑해지기 직전에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길을 나서면, 도착할 때쯤 어두워질 시간대를 지나, 빛 대신 소리로 시간을 채운 술집 구석탱이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양복쟁이들의 유흥, 현재 혹은 미래의 가장들의 애환으로 점철된 오디오 속에서, 그 남자만이 홀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침묵은 고요함보다는 차분함, 고고함 보다는 지긋함에 가까웠다. 그는 맥주 한 잔을 홀짝이며 테이블을 바라봤다. 남자는 테이블의 자세한 피부는 신경 쓰지 않고, 그 민낯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간에 집중할 만한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상대를 기다릴 때 일렁이는 공연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진심으로 약속 상대가 오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고, 선생님 저보다 먼저 오셨네요. 오래 기다리셨나요?”


김 씨의 차분함과 지긋함을 비집고 또 다른 남자가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다고 김 씨의 침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는 사글사글한 태도로 상대적으로 발생한 지각을 사람 사는 이야기의 기분 좋은 부분으로 바꾸며 악수를 청했다. 김 씨도 오른손을 건넸다.


“어이쿠… 죄송해요. 아직 익숙지가 않아서.”


사글사글한 최 씨는 오른팔을 건넸지만 오른손은 건넬 수 없었다. 그의 오른팔은 손목이 시작되는 부분까지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최 씨는 오른손이 없었다. 당황한 최 씨는 이번엔 왼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김 씨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악수하러 일어선 몸을 털썩 의자에 앉히고 왼손을 들이밀었다. 그렇게 둘은 살짝 기울어진 악수를 마치고 대화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