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대화(2)

by 향다월


“교통사고가 그런 식으로 날 줄은 몰랐어요. 잠깐 갓길에 차를 세워서, 문을 닫기 직전에 오토바이가 그 사이로 달려왔죠. 오토바이는 지나갈 수 없는 그 좁은 공간을 기어코 지나갔고, 톨게이트 비용은 제 오른손이 지불해야 했어요.”


최 씨는 오른쪽 손목을 만지면서 사라진 오른손을 기억했다. 아직 추억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제가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뒤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두려움이었어요. 좀 막연하잖아요? 장애인에 대한 모든 게…”


최 씨는 엄청 눈치를 보며 세 글자를 입에 담았고, 김 씨는 아무렇지 않게 최 씨를 더 강하게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두려움은 혼자만의 생각에 비하면 그리 강한 것이 아니더군요. 시간이 지나 결국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어요. 사람들이 제게 너무 잘해줬거든요. 저는 사고를 당한 후 근 세 달 동안 공짜 술만 먹었고, 건배를 하며 모든 사람을 왼손잡이로 만들었습니다. 회사도 어떠한 압박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회사 내 복지가 더 좋아졌어요. 따뜻한 시선은 차갑지만 확실히 덤이었죠.”


최 씨는 슬슬 김 씨에게 이른 믿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았고, 김 씨는 이제야 대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제가 가장 선생님께 죄송한 건 저 저번 주에 퇴사를 해서야 선생님 생각이 났다는 겁니다. 때문에 저는 회사와 법적 다툼을 기대하는 맹렬한 이직자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인사팀을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선생님께 연락이 닿았죠. “


김 씨는 가만히 들었다. 최 씨에게 술 한 잔 대접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당시의 기분은 일단 접어 뒀다.


“저는 영업팀이었고, 선생님은 마케팅 팀이었잖아요? 그런데…”


김 씨는 왼쪽 검지를 들어 최 씨의 말을 끊었다. 최 씨는 잠깐 고민하다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영업팀이었고, 당신은 마케팅 팀이었잖아요?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제가 무신경했는지, 무능력했는지 당신을 몰랐어요. ”


김 씨는 곧게 핀 검지를 천천히 구부리며 조용한 주먹으로 만든 뒤 테이블에 다시 내려놓았다. 굳이 엄지가 펴지거나, 약지가 발돋움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늘 만나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니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김 씨는 흔쾌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빈 맥주잔을 가리켰다.


“사장님! 생맥 한 잔이요!”


김 씨와 최 씨의 맥주잔은 나름 조용하게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