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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슬로 Mar 10. 2024

딜레마 (연작 소설 2화)

새벽이 방을 조용히 밝히며, 준영은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 책상 위의 시계는 이미 준영의 주의를 끌었고, 행복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아침의 첫 번째 일과가 되었다. 어제의 구매가 행복 수치를 어느 정도 올려놓은 것을 보며, 준영은 잠시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준영은 이미 다음 구매를 고민하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하루는 그저 그런 날과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여전히 행복 수치와 행복수치를 높이는 새로운 방법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번 주말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보러 가자. 행복 수치 엄청 올라갈 거 같아." 


친구들 사이에서 나누어진 이야기에 준영은 귀를 기울였다.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영화를 보면 행복 수치가 틀림없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준영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영화에 대한 리뷰를 검색했다.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 수치가 상승한 것 역시 공유했다. 준영은 주저하지 않고 영화 티켓을 예매했다. 구매 버튼을 누르자마자, 준영의 시계에서는 행복 수치가 조금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은 상승에도 준영은 기분이 좋아졌다.


구매와 경험은 준영의 일상을 채웠다. 각각의 순간은 준영에게 짧은 기쁨을 주었고, 준영은 이러한 순간들을 통해 자신의 행복 수치를 살펴보곤 했다. 새로운 기계를 사거나, 친구들과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경험들이 준영의 시계에 숫자로 나타나는 행복을 조금씩 더해갔고 준영은 행복 수치가 올라가는 것에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숫자들이 다시 내려갈 때의 고민은 준영이 자주 마주치는 문제였다. 그럴 때마다 준영은 다음 기쁨을 찾아 나섰다. 영화를 보고 나서의 행복감, 새로운 기계를 손에 넣었을 때의 설렘,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정. 이 모든 것이 준영에게 잠깐 동안의 만족을 주었지만, 그 만족은 항상 빠르게 지나갔다.


시계의 숫자가 높아질 때마다 준영은 잠시 동안의 만족감을 느꼈지만, 그 숫자가 다시 내려갈 줄 알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멈추지 못했다. 준영의 삶은 이러한 순간적 만족의 연속이었고,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을 잊어버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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