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벤처 1/5
2021/11/3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재벌이 지은 집에서, 재벌이 만든 식품을 먹고, 재벌이 만든 차를 타고, 재벌 백화점과 마트에서 쇼핑하고, 재벌이 만든 TV로 재벌 드라마를 보거나 재벌 구단의 경기를 보면서 그러고 삽니다. 재벌의 그늘을 벗어나서는 한국에서 살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재벌이 모든 산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임기도 없이 대를 이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합니다.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 최고의 지배층입니다. 그러나 지도층이 되지는 못합니다. 물론 지도층이 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행복한 삶이나 가정도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드라마에 보는 그들의 삶은 행복의 반대편 있습니다. 암투와 음모로 가득 찬 삶. 그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지만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아시죠. 검찰청 앞입니다. 재벌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 행복한 장소는 아닙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그것은 한국의 재벌은 가문 내에서 경영권의 대를 이어가는 왕조(dynasty)이기 때문입니다. 왕조에서 승계 문제로 사화가 반복되고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듯이 재벌 가문에서도 승계는 생명보다 더 소중한 최고의 가치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경영권을 빼앗기게 되며 그렇게 되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났습니다. 가족 내의 후계자 쟁탈전 역시 목숨을 건 투쟁입니다.
한국에서 경영학 강의 역시 재벌 이야기 빼면 의미가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아래 사진을 보여주며 재벌 집 아들 부러워할 것 없다고, 가정 깨지고 감옥 들락거리고, 마약하고 뭐가 부럽냐고 말합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불행해도 좋다, 재벌 자식 되고 싶다,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저도 그 나이에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Photo Credit: Wall Street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