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를 파는 회사

최고의 기업 3/7

Fashion Show Series no.36 Valentino

2021/9/4

미국 최고의 기업은? 이 질문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답은 주가지수인 다우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 있습니다. 다우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주가 평균이니까 시장이 평가한 최고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기업의 시장가치란 투자자들이 자기의 미래를 걸고 평가한 것이니까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또한 주가는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으로 결정되니까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은 가장 전망 좋은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우지수의 회사 구성은 기업의 성쇠와 산업구성의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회복 전망이 보이지 않는 기업은 퇴출되고 새로이 부상하는 기업이 그 자리에 들어옵니다. 한때 세계 최고 기업으로 떠받들여지던 HP, GM, GE 같은 기업들도 내리막길을 타면서 다우지수에서 퇴출되었고 그 자리에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기술 기업들이 들어왔습니다. 다우지수 구성의 변화는 기업과 산업의 흥망성쇠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첨단 하이테크 기술도 없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다우지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맥도널드입니다. 햄버거 파는 회사가 어떻게 최고의 기업으로 최고의 시장가치를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요?

사실 맥도널드가 파는 것은 단순히 햄버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맥도널드가 파는 햄버거가 좋은 음식이라고는 결코 할 수 없지만 맥도널드의 높은 기업가치는 편리한 점심식사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세계인구의 대부분이 점심을 먹지만 한 끼 점심 식사의 경험은 시간, 식당 선택의 어려움과 잘못 선택할 위험, 식당으로 이동거리 등 번거로움과 비용 등 잘못될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맥도널드는 전 세계 수 만개의 매장에서 완전한 표준화 전략을 통하여 세계인의 점심 경험을 가장 편리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맥도널드의 높은 기업가치는 이 점심 경험의 편리성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중독은 다 무섭지만 아주 무서운 중독의 하나가 편리에  중독되는 것입니다. 일단 편리에 중독되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짜증이라는 금단현상이 나타납니다. 견디기 어렵습니다. 세계 각국에 편리에 중독된 수많은 소비자들이 있는 한 맥도널드는 맥없이 스러져간 한 때 최고의 기업들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이 바로 맥도널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공했으며, 그 성공이 유지되고 있는가를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 때 최고 기업이었던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영원무궁 영광의 자리에 있을 것처럼 이런 책이 쓰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술이나 담배회사 같이 중독에 기반을 둔 회사가 굳건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이 일어나기까지는 역시 중독에 가치 기반을 둔 맥도널드가 최고기업으로서 자리를 유지해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이 오기는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