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하던 대학에서 저는 '글로벌경영'과 '글로벌재무'라는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원래는 '국제경영'과 '국제재무'였는데 글로벌화가 오늘의 세상을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 단어가 되면서 그렇게 바꾸었습니다. 1989년부터 재직한 30여 년의 기간 동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거꾸로 뒤집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 제목 바꾸는 것은 간단한 것이지만 세상 모든 것이 많이도 바뀌었습니다.
글로벌화나 국제화나 그게 그거 아니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둘 다 국경에 관한 것이기는 한데 엄밀히 말하자면 글로벌화는 국경이 낮아지고 없어져 시장이 통합된다는 것을 말하는 반면 국제화는 글로벌화의 결과 우리의 생활이나 기업 경영이 국경을 넘나들며 일어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글로벌화될수록 우리 생활이나 기업경영이나 점점 더 국제화됩니다. 글로벌화는 우리 세대에 일어난 가장 근본적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에게 국경 너머의 세상은 그저 상상에서나 이야기 속에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글로벌화된 오늘의 세상에서는 해외여행을 이웃 가듯 갈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깊숙이 국경이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 생활이 국경의 거미줄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담당한 과목이 바로 기업 경영에서, 그리고 돈의 문제에서 국경의 의미를 얘기하는 것이다 보니 글로벌화의 진행에 따라 끊임없이 내용을 바꾸어 나가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강의 내용도 참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글로벌화가 끝난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국경에 또 많은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우리 생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 것인 만큼 글로벌화도 연극 막 내리듯 끝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른 형태로 계속되어 갈 뿐입니다.
담당하는 과목이 글로벌경영이니 만큼 아래 초판과 개정판을 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 시대의 글로벌화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두 문제를 함께 다루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제가 얻었던 교훈은 팔리지 않는 책을 쓰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래는 1989년과 2020년의 서울 중심지의 사진입니다.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