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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Dec 08. 2022

스마트폰 독서

나의 독서일기 1/6

Music in Arts Series no.51 Tchaikovsky/Swan Lake/Pas de deux

Watercolor artist 정창영

2021/11/5


제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이 나오고 환경 문제를 의식하여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게 된 때와 일치합니다. 지금은 책을 읽기 위해 대중교통을 고집하게 되었습니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편도 70분 정도인데 걷는 시간을 제외한 50분은 책을 읽으니까 하루 100분은 꼭 책을 읽게 됩니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움직일 때는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책을 읽기 위해서입니다. 이러니 책 읽는 것이 자고 먹는 것만큼 중요한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독서의 본질만 같을 뿐 스마트폰 독서는 과거 종이 책 독서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과거에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어쩌다가 시간 날 때 하는 취미 이상이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먼저 책을 고르고 사는 것부터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과거에는 마음먹고 시간 내서 서점에 가야 되고 몇 권 안 되는 선택 가운데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책을 사야 하는데 이제는 화면 몇 번 두드리면 필요한 최대한의 정보와 선택이 주어지고 그 가운데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한 뒤 화면 다시 한번 두드리면 책이 쫙 펼쳐집니다.


보다 더 큰 차이는 스마트폰이 과거 독서 히스토리와 관심을 가졌던 책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내가 냉큼 살 확률이 높은 책들을 골라준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옛날에도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기는 했겠지만 그때는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장소가 바뀔 때마다 책을 다시 펼치면 다시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괜히 책 읽는 똥폼 잡다가 끝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독서는 책이 아니라 서재를 들고 다니는 꼴입니다. 장소는 옮기지만 같은 서재 안에서 같은 책을 계속 읽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끊어짐 없이 계속 집중할 수 있고 대부분의 책을 앞표지와 뒤표지가 아니라 앞표지에서 뒤표지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스마트폰 독서라는 것이 킨들이라는 아마존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플랫폼 혁명'은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시장이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과 경제와 산업을 근본부터 뒤엎고 있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저에게는 크고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독서라는 경험의 본질적 변화는 그 작은 한 부분이지요.


플랫폼의 본질은 데이터입니다. 모든 사람에 대한 모든 데이터,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구글은 사용자의 눈길마저도 데이터화 하기 위해서 구글 안경을 개발했을 정도입니다. 그것이 킨들에서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찾아주는 이유입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모든 것을 킨들은 알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고요. 나에 관한 모든 데이터가 페이스북과 아마존에게는 이익이고 주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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