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결심을 안 한 해가 있었던가? 거슬러 꼽아보니 고등학교 이후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흠칫 놀랐다. 매해 이리도 의식하지 못한 실패가 있었다니,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잘 된 건가 싶다. 그만큼 실패는 뼈아프기 때문이다.
내 3n 인생, 몇 번의 큰 좌절이 있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할아버지가 세웠다는 초등학교를 다녔다. 한 반이 열명 내외였고 학년당 반이 하나뿐이었기에 6년 내내 같은 친구들과 지냈다. 나는 시골에서 제법 공부로 이름을 날려 군에서 하는 경시대회란 대회는 모두 휩쓸었다.
고등학교 진학할 때가 되자 엄마는 유학을 결심하셨다. 도내에서 학구열이 가장 좋은 도시에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결정하고. 중3 겨울 방학 나는 처음 학원이란 걸 다녀보았다. 매일 30분 넘게 버스를 타고 읍내에 있는 수학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에서 낯선 아이들과 수업을 듣는 것이 좋았다.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학습 하다니 오늘날 유튜브에 쏟아지는 커리어 우먼의 갓생처럼 당시 나는 나 자신에 취해 행복했다.
얼굴이 하얗고 고운 도시 아이들과의 경쟁하다니, 철딱서니 없었던 나는 주눅 들었지만 그 자체로 기뻤다. 그리고 입학시험에서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을 받게 된 나는 기꺼이 예상했던 실패를 박탈당한다. 차라리 그때 실패했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착실히 공부했다. 그러나 1학년 여름방학이 되기 전 전국 모의고사에서 한 자릿수 등수를 받은 이후에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8시만 되면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 때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10시까지 했었는데 감독 선생님이 어깨를 흔들어 깨워서 못 일어났다는 사실은 우리 반에 전설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페이스 조절 실패였다. 첫 학기부터 과도하게 열중했고 체력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생각보다 이른 성과를 감당할 마음 그릇도 없었다. 결과가 좋을수록 욕심과 기대가 커졌고 그것을 감당하기에 바스락거리는 멘털을 가졌던 것이다. 부담감에 우울증이 왔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왜 이렇게 피곤하고 집중이 안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
수험생의 수면 시간이 10시간에 달하면 행복할까? 전혀 행복하지 않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혐오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그것은 폭식을 하고 기분이 나쁜 오늘날의 나와 같다.
그렇게 나는 용두사미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며 누군가에게는 자랑스럽겠지만 스스로 최선이었나 싶은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게 내 인생 첫 실패이리라.
새해 첫날부터 실패담을 펼치는 이유는 내가 겪은 비성공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열정의 기한은 비공식 기록으로 6개월이라 그 이상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그 시작이 수능이었던 것이다. 건강한 다이어트란 본디 6개월 혹은 1년 이상의 평생의 습관을 빚는 것이라 열정의 급진급 빠는 부작용이 따른다.
2025년 1월 1일 다짐해 본다. 올해야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