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생 살찌고 싶지 않다
오늘은 운동으로 얻은 겉모습의 변화, 그러니까 외적인 변화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의 부모님은 살찌는 걸 유난히 싫어하셨다. 두 분은 성향이 정반대였는데, 유일하게 생각이 같았던 주제가 바로 '살'이었다. 두 분 모두 꾸준히 운동하며 평생 체형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티브이에서 어떤 연예인이 살이 쪄 나오면 “어유, 저 살 좀 봐라” 하며 못 볼 걸 본 듯 고개를 저으셨다. 당연히 자식들에 대한 ‘보디 세이밍(body shaming)’도 서슴지 않으셨다.
아빠는 화가 거의 없는 분이었지만, 두 딸이 살이 불었을 때만큼은 예외였다. "배가 그게 뭐니?" "등판 넓어진 거 좀 봐." 난 살이 좀 올랐다 싶으면 아빠의 조롱을 피하기 위해 그늘로 다니곤 했다. 그렇다고 마음에 상처가 남았거나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된 건 전혀 아니었다. 그냥, 그런 부모님이 좀 웃기고 한편으로는 귀엽다고 생각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찌는 걸 많이 싫어하는 사람이 된 것뿐이다.
젊을 때는 조금만 덜 먹어도 금세 살이 빠져 다이어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갑자기 들이닥친 빚쟁이처럼 갱년기 증세가 찾아오고 몸무게가 달마다 늘기 시작했다. 특히 팔과 다리는 그대로인데 몸통만 두꺼워지는 변화가 충격이었다. 필라테스를 그렇게 열심히 해도 바지가 점점 작아지고, 인생 최대 몸무게를 매달 경신하니 허무하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살을 빼려면 유산소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라테스는 깊은 근육을 잡아주고, 하체 특히 코어를 강화시키지만 유산소 효과는 크지 않다. 심장이 뛰는 시간을 30분은 가져야 하는데, 50분 수업에서 30분을 유산소에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로 유산소 운동을 해줘야 하고, 상체운동도 마찬가지. 필라테스가 전신운동이지만 하체 강화에 집중되어 있어서 상체 근력을 키우고 싶으면 덤벨 등으로 보강해야 한다. 이게 개인적으로 느끼는 필라테스의 단점이다. 센터를 나와서도 운동 시간을 또 내야 한다는 것이 번거로웠고, 운동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게 어쩐지 아깝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유산소의 필요를 알면서도 나는 달리기를 싫어했다. 심지어〈내가 달리기를 싫어하는 이유〉라는 글까지 발행했을 정도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미루는 사이 배둘레는 점점 늘었다.
그러다 지난 글에도 썼듯, 우연히 헬스를 시작했다. 은행 이자 붙듯 따박따박 늘어나던 체중계 숫자가 드디어 멈추더니 한 달 만에 몸무게가 2킬로 줄었다. 그렇게 운동했는데도 겨우 2킬로라니... 하지만 몸통의 지방이 빠진 건지, 예전 바지가 다시 맞기 시작했고, 지인들이 “살 빠졌네”라고 알아봤다.
살이 빠졌다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어쨌든 허리둘레가 2년 만에 줄어든 이유는 유산소를 했기 때문이다. 주 5회, 매번 30분씩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하니 드디어 몸통의 둘레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유산소와 근력을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레드밀에서 버튼만 누르면 바로 달릴 수 있으니 이 편한 걸 두고 짐볼이며 제자리 뛰기며 그동안 억지로 유산소를 하려고 했던 시간이 허무할 정도였다.
달리기를 하면서 알게 된 점은 내가 생각보다 오래 달린다는 거였다. 짐볼 뛰기를 15분 정도 했기 때문에 트레드밀에서도 그 정도 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30~40분을 거뜬히 달릴 수 있었다. 3년 전, 10분 달리다 헉헉거리며 멈추었던 나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내가 달리기를 즐기게 되었다는 점. 오직 움직이는 나와 생각만 존재하는 시간, 그 고요함이 좋았고 달리고 있는 내가 그냥 좋다. (이게 그토록 알고 싶던 달리기의 매력일까)
그런데 이 체력의 바탕은 필라테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유산소를 거의 안 했어도 필라테스로 다져진 하체 근육이 있어서 헬스를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올해 건강검진 인바디에서 하체 근육이 예전보다 1.5배 늘어난 것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다. 그리고 늘어난 근육만큼 교정 효과도 있었다. 나에게 콤플렉스가 하나 있었는데(아주 많은데 그중에 하나), 바로 상체와 비율이 맞지 않은 '새다리'였다. 동생은 내가 치마를 입을 때마다 '할머니 다리'라고 놀리곤 했다. 필라테스 덕분에 다리에 근육이 생겼고 이제 정상적인 다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올여름에는 시원하게 반바지를 즐겨 입었다.
지인 중엔 헬스를 3년 하다 필라테스로 갈아탄 사람이 있다. “어느 순간 쓰는 근육만 움직이게 된 것 같다”며 보다 섬세한 움직임을 원했는데, 필라테스가 정확히 그 갈증을 채워줬다고 했다. 왼쪽과 오른쪽 근육의 차이, 관절의 소리, 몸의 비대칭을 알아차리며 균형을 맞추는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내가 필라테스를 할 때 느꼈던 매력도 그와 같았다. 몸과 함께 삶의 균형까지 맞추는 시간. 그래서 이 연재가 가능했다.
다만 나에게 있어 운동의 ‘재미’는 헬스 쪽이 압도적이었다. 목표와 횟수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성취를 간단히 누릴 수 있는 게 제일 좋았다. 헬스 또한 자세가 중요한데, 필라테스 수업 중에 자세 훈련을 이미 받았기에 헬스 동작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덜 한 것도 재미를 주는 요소였다. 재미가 있으니 ‘운동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오히려 시간을 더 내고 싶어졌다. 헬스와 관련된 운동영상을 찾아보게 되고, 트레이너에게 배운 자세와 크로스 체크도 한다.
헬스를 시작하려는 분께 조언하자면 초기엔 PT(퍼스널 트레이닝)를 꼭 받아보라는 것이다. 헬스 초보자를 위한 영상이 수없이 많지만, 기초를 전문가에게 직접 배우는 것이 부상 예방과 동작 교정 면에서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트레이너가 중요하다. 수업 중 핸드폰을 보거나 다른 회원과 잡담하는 등, 시간을 대충 채우는 트레이너를 만나면 분명히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공간의 느낌도 체크하면 좋을 것이다. 운동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투자한 시간이 기분 좋게 남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되도록이면 오래 머물고 싶을 만큼 좋은 공간을 선택하고, 밝은 에너지의 선생님을 만나기를. 운동의 첫 이미지는 선생님에게서 오고, 그 첫인상이 운동 전체의 기억이 된다.
(PT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부르는 대로 제값을 지불하기보다, 관심은 있지만 고민 중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일어나려는 순간, 딜이 시작된다)
필라테스가 나에게 몸의 균형과 하체 근력을 주었다면, 헬스는 유산소의 즐거움과 에너지 넘치는 재미를 선물했다. 두 운동은 각자 다르게 빛나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건강한 몸과 단단한 하루. 그리고 오래오래 운동을 이어가게 하는 즐거움 말이다.
2. 내일의 나는, 오늘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로 결정된다
운동보다 중요한 것이 식단이다. 근력과 유산소를 아무리 골고루 해도 식단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식단과 건강한 음식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분량이 길어지므로 이번에는 지금의 루틴만 간단히 정보 위주로 정리한다.
아침 : 공복에 유산균, 레몬수, 애사비 (한 번에 마시지 않고 각각 시간차를 둠), 사진처럼 탄단지 배합된 한 접시, 또는 몽땅 주스(양배추, 토마토, 당근, 비트, 사과, 브로콜리)와 수란 (몽땅 주스는 만들기가 너무 번거로울 수 있어 야채 과일 몇 가지 넣고 간 것도 좋다. 즙보다는 간 것)
점심 : 한식
(밥:중년이 되면 소화력이 떨어지므로 지나친 잡곡밥은 위장에 부담. 백미에 현미 섞은 것, 백미와 현미에 약간의 잡곡, 양은 1/2 공기, 국: 국, 찌개류를 좋아하지 않아 거의 먹지 않는데 미역이 좋다 하여 종종 미역국, 반찬: 두부, 계란, 콩 등의 단백질에 나물 두세 가지),
저녁: 각종 초록야채와 블루베리, 치즈, 고기, 올리브 오일 두른 샐러드와 잡곡빵
간식 : 검은콩가루, 검은깨가루를 탄 저지방우유, 견과류, 제철과일
포인트 : 든든히 먹지 않는다(밥 두 숟가락 덜 먹기). 혈당이 치솟는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피한다. 지나친 저염 식사가 되지 않도록 한다(지나치게 저염 하면 빵, 과자 등의 간식이 더 당기게 됨). 식사 후 혈당이 솟지 않기 위해 가벼운 산책이나 청소, 또는 이 운동 https://youtu.be/LXKEXsqD0ZA?si=oOQPWpt1vc5b3Pr1
*당장 센터운동이 어렵다면 밴드 운동 추천(세라 밴드가 유명하고 쿠팡에서 판매함, 이왕이면 운동포스터 구성된 세트)
*추천 운동 유투버 : 모멘토 핏, 빅씨스, 오늘의 쏠 FIT, 에어핏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