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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자

그래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전에 네가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 어지럽고 식은땀이 났지. 난 네게 제발 좀 누워라, 자라, 네 몸이 원하는 거라고 했지만 넌 자꾸 벌떡벌떡 일어났어. 엄마는 자꾸 자라고 하니가 네가 말했지.


“눈부신 풍경이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

“그래. 일어나렴.”


네 말을 들으니 더 자라고 할 수 없더라고. 졌다! 전엔 엄마가 집안일하다가 하품을 까악 까악 했더니 네가 그랬지.


“엄마가 일을 많이 해서 그렇죠. 이것저것 하니 힘들죠? 좀 쉬어요. “

“그래. 좀 쉬어야지.”


할 게 쌓여있어서 피곤해도 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네 말을 그냥 들었어. 듣고 싶어 지더라고. 소리가 크지도 자주 말하지도 않는 그 말엔 뭔가 힘이 있었어. 기분 좋게 네 말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일더라. 신기하지. 마음이 탁 편해지더라고. 좀 쉬지, 뭐.



오늘은 현장학습 가는데 종일 비가 온다네.

학교 기사님이 안전하게 운전해 주시겠지.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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