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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의 부르심

하늘을 품은 남자와 사는 이야기 (2)

by 도럽맘

선양에서 며칠간 남편의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북경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침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의 원로 목사님께서 북경에서 집회를 인도 중이셨고, 우리도 그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훗날 중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다면 북경에서 터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에, 미리 둘러볼 겸 북경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틀간의 집회가 끝나고, 이제 곧 모두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그때, 원로 목사님께서 우리 부부를 방으로 부르셨다. 나는 양가 할아버지 없이 자라왔기에, 목사님은 내게 단순한 신앙의 지도자를 넘어 친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목사님 또한 나를 친손녀처럼 여기시며 각별히 챙겨주셨다. 결혼식 날, 연로하신 몸에도 불구하고 직접 주례를 서주시며 우리 부부를 축복해주셨기에, 나는 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목사님은 우리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하시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너희들 한국에 돌아가면 선교사 훈련원에 들어가는 게 어떻겠니?”


“네?”


우리는 순간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작년에 교회에서 선교사 훈련원을 설립했는데, 그곳에서 10개월 동안 훈련을 받으라니..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신학생도 아니고, 사역자도 아니며, 선교에 헌신하겠다는 결심조차 없었다. 그저 중국에서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보내는 선교사’로서 현지 교회를 돕는 성도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선교사 훈련을 받으라니?


더욱이, 작년 선교사 훈련원이 처음 생겼을 때 목사님께서 내게 ‘훈련가’라는 곡을 작곡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그 곡을 작곡했지만, 설마 내가 직접 그 길을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는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난감해하고 있었다. 쉽게 무시하거나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목사님께서 한마디를 더 건네셨다.


“10분 줄게. 둘이 상의해보고 결정해.”


그렇게 우리는 선교사 훈련원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다. 현실을 마주하자, 피 터지게 싸우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곳으로 보내신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진짜 현실을 마주하게 된, 우리의 이야기의 시작.




신혼 2개월 차, 나와 남자의 ‘선교사 훈련원‘ 에 들어갔다. 이미 훈련원이 시작 된 지 한달이 지난 시점이였다. 신학생 부부, 목사님 부부, 선교사 부부 등 다양한 분들이 훈련원에서 훈련을 받고 계셨다. 보통 스케줄을 이러했는데 새벽기도, 큐티, 큐티나눔, 수업, 운동, 예배였다.


각 자 화장실이 달린 방에서 생활을 하고 식사는 공동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주말에는 자유시간이라 보통 본가로 내려갔다오는 식으로 훈련은 이어졌다. 당연히 그곳에서 나와 남자는 막내였다. 훈련생 모두 참 좋으신 분이였기에 그들과의 생활과 교제는 힘든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나와 남자의 관계가 문제가 생겼다. 마음이 통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우리는 국적도 말도 달랐기에 다른 점이 정말 많았다. 생활 습관도 생각의 방식도 살아갈 수록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모습에 점점 서로의 목소리가 커지고 대화가 격했졌다. 대화로 충분히 풀수 있는 상황 이더라고 남편의 부족한 한국어는 내게 답답함과 오해를 줄 때도 많아져버렸다.


그 중에 가장 큰 문제는 신앙적 가치관의 차이였다. 나는 모태 신앙으로 교회에서 먹고 자고 자라왔고 남자는 하나님을 믿은지 3년도 안되는 크리스찬이였기에 당연히 나는 내 믿음이 더 신실하고 좋고 옳다는 교만함에 빠져있었다.


게다가 유교적인 가정과 교회 분위기에 목사님의 말씀은 무슨 말이든 맞고 순종해야한다는 ‘순종병’이 있었는데 남자는 철저하게 고뇌하고 찾고 확실하게 옳다고 느껴졌을 때 실행하고 따르는 믿음의 길을 걸었기에 나는 남자를 순종할 줄 모르는 교만한 믿음이라고 비난했다.


선교사 훈련원에 있다보니 다양한 교단의 목사님과 선교사님들이 강의를 하러 오셨고 그분들의 말씀이 많이 다름을 남자는 느낀 것이다.


뭔가 잘못된 교리를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면 남자는 방으로 돌아와 내게 이러한 얘기는 잘못된 거 같으니 따르지 말라고 말을 했고 나는 그의 말에 화를 내며 겸손하라며 지적하고 정죄하며 따져들었다.


처음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던 시기에 한 선교사님께서 내게 조언했던 말이 생각났다.


“ 둘이 같은 하나님을 믿지만 신앙의 색깔이 많이 다를 수 있어. 그것이 너희들에게 큰 역경으로 다가올꺼야”


그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훈련을 받으며 말의 뜻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큰 신앙의 벽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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