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터뷰4 (상).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필자의 친구이자 현재 제약회사에 재직 중인 [첫 출근만 백번째] 님과의 업터뷰. 그는 필자의 친한친구 중 가장 퇴사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인터뷰할 때와 이 글을 발행할 때의 직장이 또 달라져 추가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첫 직장에 대해 얘기해줘.
알바나 하루하루 먹고사는 걸 빼고 회사라고 할 만한 첫 직장은 보험회사였지. 대학생 때 졸업을 한 학기 늦게 했거든. 당시에 취업은 급했고 준비된 건 없었단 말이지. 세상에서 1인분 못 하는 상태로 집에 있는데 “땡땡생명에서 이력서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라는 전화가 오더라고. 그 당시에 스펙도 능력도 없었는데 꽤 유명한 기업에서 전화가 왔으니 한 번 가보기나 하자 하고 가봤지. 가보니까 면접이 아니라 무슨 직업 설명회를 진행하더니 교육받으러 가라길래 재밌을 거 같아서 갔어.
첫 직장을 퇴사한 계기는?
보험회사에서 약 4주 정도 교육을 받았던 거 같아. 당시에 무슨 젊은 신설 조직을 만드니 뭐니 하면서 다 내 또래로 보이는 20대 남녀들만 있더라고. 잘 왔다 싶었지. 처음 교육할 때는 그래도 참 재밌었어.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보험도 원래 잘 몰랐었거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3주차 정도 됐나? 스멀스멀 지인들한테 계약하라는 얘기를 하더라고... 강요한 건 아니고 설계사 코드를 등록하려면 기준 점수가 있는데 그게 종신보험 30만 원짜리 3개? 정도를 따와야 하는 점수였거든. 근데 이제 막 대학 졸업하고 4주 정도 낄낄거리기만 했는데 어디 가서 계약을 하니. 아는 사람들한테 계약 권유하라는 거지 그게.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버렸어.
총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거쳤어?
한 번 세봤는데 이런저런거 다 빼도 한 10번 정도는 된 거 같아. 근데 이게 또 끈기가 없다는 프레임이 될 수도 있는데, 나는 나름 다 사정이 있었거든. 취업 사기도 한 번 당하고, 회사가 망한 적도 있었고, 또 코로나 시즌이라 교육 다 받고 현장 배치가 안 되거나 무급휴가를 당해버린다거나, 계약직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입사 2일 전 뉴스에서 그 회사가 매각됐다네? 그래서 계약직들은 거의 다 계약 연장이 안 됐고... 또 마지막으로 들어간 회사에서는 바른말 몇 마디 했다가 해고를 당했지.
회사에다가 퇴사한다고 말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퇴사 의사를 밝히는 너만의 팁이 있다면?
수없이 많은 퇴사를 한 나지만, 퇴사할 때 꼭 지키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제1원칙. 대책 없는 무지성 기분파 퇴사를 하지 마라
제2원칙. 1원칙을 반드시 고수해라...
아무래도 타지에서 월세 내며 하루하루 먹고살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냥 대뜸 퇴사해버리면 생계가 힘들어진다는 걸 아주 잘 알았기에 뭔가 퇴사의 낌새가 느껴지면 주도면밀하게 이직을 준비했던 거 같아. 이직할 회사가 정해지고 그 회사에서 출근일자를 정해주면 퇴사 통보는 아주 쉬워져.
얘기를 안 하면 힘들게 붙은 새로운 직장 첫 삽도 못 뜨게 되는 거니까 최종 합격을 확인한 순간 어어어 저 언제까지만 나오겠습니다! 라고 자동으로 하게 된다고.
요즘엔 근데 워낙 퇴사를 많이 하는 분위기라서.. 진지한 표정으로 관리자한테 가서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하면 “어 그래 너도 유튜브 하러 가니? ”라고 한다더라.
면접도 엄청 많이 봤지? 인상 깊었던 면접은 뭐야?
중소기업 풍자 웹드라마에나 나올법한데 내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있지. 나름 이름 있는 제약회사의 영업직 면접이었어. 면접을 보다가 갑자기 노래 한번 불러보라고 시키는 거야. “싫은데용” 그랬지. 그것 때문인지 시원하게 떨어졌어. 물론 내가 이력서 취미란에 ‘노래 부르기’라고 적어놓긴 했지만. 취미가 격투기라고 적어놨으면 싸워보자고 했으려나? 아쉽게 됐어.
최근에 다녔던 회사는,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1차 면접 합격 문자를 주더라고. 근데 거기에 2차로 영상 면접을 진행한다고 해서 화상면접이겠거니 했거든? 근데 인사팀에서 페이스톡이 오더라고.. 요즘은 페이스톡으로도 면접을 보나? 그래서 길거리 나가서 옆에서 차 붕붕 지나다니는 거리 한복판에서 페이스톡으로 면접보고 최종 합격통보 받았어.
분량 조정 실패로 다음 이야기는 다음주 월요일 업터뷰4.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업터뷰는 매주 월요일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