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
지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남산에 갔다.
작년 여름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남산에 대해 배운 후에 한번 가긴 했는데, 그때는 비가 오고 안개가 많이 껴서 케이블카와 남산타워에 올라가 보진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남산 정상에 가서야 남산타워가 보일 정도여서 산과 강과 도시가 어우러진 서울 경치를 한눈에 보는 게 목적인 남산타워와 케이블카는 그 비용을 쓰고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 가족은 비옷과 우산을 챙겨들고 등산을 했다. 비 오는 날 남산에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 가족이 전세 내듯 즐기며 올라갔다. 반쯤 와서는 아내와 딸이 힘들다며 얼마나 가야 되는지 연신 물어보았다. 나는 '거의 다 왔어~'를 반복하며 끌고 올라갔지만 사실 나도 남산타워가 안 보이니 얼마나 가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다만 옆에 지나가는 케이블카를 보며 이 길이 남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맞구나 하며 올라갔다.
정상에 가서는 잘 보이지 않는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이가 좋아하는 구슬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기념품 샵 구경을 하다가 내려왔다. 비가 와서 꽤나 힘들었지만 아내와 아이는 즐거운 추억이었다고 얘기했었다.
어언 9개월이 지난 일요일,
남산 근처에 친척 결혼식이 있었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집에 바로 가기에는 우리가 꾸민 것이, 그리고 너무 맑은 날씨가 아쉬웠다. 예식장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어딜 갈지 의견을 나누던 중 내가 '남산타워는 어때?'라고 물었다.
아이는 작년에 못 타본 케이블카와 남산타워에 올라가 보고 싶다고 했고, 아내도 소화를 시킬 겸 좀 걷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아내는 차에 운동화를 두고 다녀서 미안함이 덜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산과 도시를 보며 아이는 감탄했다. 서울에 이렇게 많은 빌딩과 아파트가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자동차와 사람이 작게 보인다고 이야기했고, 남산타워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 정상에 도착해서 딸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아빠 뛰자!'였다.
아이는 나와 손을 잡고 뛰는 걸 좋아한다. 내 손을 잡고 뛰면 자기가 혼자 뛰는 것보다 더 빨리 뛸 수 있고, 뛰다가 힘들면 제자리에서 점프만 해도 아빠가 팔힘으로 잡아주기 때문에 더 재미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에게 오늘 어떤 게 제일 기억에 남느냐고 물어보니 아빠랑 뛰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남산타워에 올라가서 멋진 경치를 보고, 모양이 예쁜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가지고 싶어 하는 기념품을 사줘도. 아이는 그냥 나와 노는 게 제일 좋았던 모양이다.
4월에 있을 가족 해외여행을 위해 호텔과 항공권을 예약하는 중이라 예민한 상황에서 아이가 놀자고 보채서 '널 위해서 하는 거니까 좀 참아'라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내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리 아이'를 위해서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