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꼭 일찍 자야 할까?
수요일 저녁 11시 40분... 내 딸이 침대 위에서 서럽게 울고 있다.
“자기 싫어~~ 공부할래~~ 책 더 볼래~~”
내일 어린이집을 가야 할 아이가 공부하고 싶다며 울면서 떼를 쓰는데, 차마 내 입으로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잠을 안 재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차라리 뭘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책 그만 보고 자!”라고 말하며 불을 끄고 눕히는 데까지 성공했다. 제발 수능 전날까지 저 마음이 이어지길 바라면서 “공부하고 싶어”라는 흐느낌을 자장가 삼으며 나도 잠들었다.
저녁 10시 전에 자야 키가 큰다는 말은 안 믿는 나는 아이가 잠드는 시간을 정해두진 않는다. 다만,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내일 재미있게 놀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가급적 저녁 11시 전엔 재우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잠이 안 온다거나 자기 싫다고 떼쓸 때 한 번쯤은 아이들을 밤새 안 재워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카들이 연휴에 놀러 왔을 때 아내가 새벽 4시까지 잠을 안 재우고 놀게 한 적이 있다. 다음날 아이들은 ‘어제 늦게까지 놀지 말고 일찍 잘걸’이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을 일찍 자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안 잘래!”, “자기 싫어!”라는 말보단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내가 “오늘은 어느 쪽 다리를 주물러 줄까?”라고 물어본다.
아이는 “오른쪽!”이라고 하고, 나는 “대신 다리를 주물러 주는 동안 눈 뜨거나 말하지 않기!”라는 말을 하고 종아리를 주물러 주면 생글생글 웃으며 금세 잠든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