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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토그래퍼 Apr 24. 2024

둘 다 좋아

사랑에도 1등이 필요한가요?

아이가 어느 정도 말을 할 줄 알게 되면 많은 부모들이 반드시 물어보는 말은 이것일 것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직 어린아이들은 최근 나와 오래 지냈던 사람이나 애착이 더 안정적으로 형성된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어느 정도 아이가 자라면 아이는 둘 다 좋아한다고 대답하는데 이 이후에는 둘 중에 누가 더 좋냐고 집요하게 물어보는 경우도 생긴다.     


더 힘든 상황은 조부모와 삼촌 등 여러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이 중에서 누가 제일 좋아?”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가족들과 고루 애착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아이는 눈을 안 마주치고 딴청을 피우면서 모른다고 얘기하거나 다 좋다고 얘기할 것이다.      


이런 행동은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는 게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가족 중 누군가를 선택했을 때 선택받지 못한 누군가는 서운해하는 표정을 보았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 선정되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은 “난 네가 제일 좋은데” 또는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라는 감정들을 표정으로 나타냈을 것이고 아이들은 그것을 마음으로 읽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내 아이는 가족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면 “다 좋아”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둘만 있는 상황에서 내가 가장 좋다는 말을 듣고 싶어 아래와 같이 물어보았다.      


“아빠랑만 있으니까 잘 생각해 봐~ 우리 같이 사는 가족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아이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을 했다.     


“아빠는 내가 다리 아플 때 안아줘서 좋고, 엄마는 팔이 부드러워서 좋고, 할머니는 맛있는 반찬을 해줘서 좋고, 할아버지는 TV 틀어줘서 좋고, 삼촌은 장난감을 사줘서 좋고... 그래서 다 좋아. 한 명을 선택할 수가 없어”     


아이는 간결하게 가족들이 좋은 점을 말했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들의 행동들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누가 가장 좋냐는 걸 물어보는 게 잘 못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잘못된 것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하면 1등이 아니면 별로라는 어른들의 인식이 문제이다. 


내 스스로 이런 문제를 인식한 후 앞으로 ‘좋아’ 또는 ‘싫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를 키워주기보다, 좋은 것들은 왜 좋은지 싫은 것들은 왜 싫은지 설명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감동을 주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현명한 아이로 자라게 하는 육아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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