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1년간 경매 도전기
퇴사를 고민하던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부동산 경매에 몰두하기로 결심했다. 경매는 자영업처럼 매장에 묶여 있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책을 통해 경매를 접해봤지만,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내게 경매는 그야말로 절실한 탈출구였다.
아내의 소개로 경매 학원을 알게 되어 기초반 수강을 시작했다. 기초반 첫날,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강의실에 도착하며 나는 부동산 경매 신이 되어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그 환상은 깨졌다. 20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나 역시 맨 뒷자리에 앉아 모니터로만 강사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었다. 경매 수업이 그토록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경매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매를 배우면 과연 낙찰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함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걱정이 지나친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날 월요일에는 많은 수강생이 있었지만, 금요일이 되면 그 수가 급격히 줄었고, 비 오는 날이면 강의실은 텅텅 비었다. 결국 200명 중 단 20명만이 전문가반에 등록했다. 이마저도 전문가반이 50만 원으로 부담스러워서 참여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부동산 경매는 혼자 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다. 대부분은 경매가 돈이 된다는 소문만 듣고 발을 담갔을 뿐이었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3개월간 진행된 전문가반에서도 실제로 낙찰을 받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3명뿐이었다. 물론 나도 첫 낙찰에서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날릴 뻔했지만, 이는 뒷이야기로 따로 설명하겠다.
경매를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영역에서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돈은 잘 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숫집을 창업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국수나무 프랜차이즈는 가맹비와 소정의 교육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 반면에 부산 송정의 유명 국숫집처럼 창업하기는 힘들다. 이곳은 자가 제면 기계를 들여와 국수의 최적 맛을 구현하고, 전문 조리사가 매일 아침 손수 육수를 만든다. 이렇듯 송정집의 기술과 인력 시스템은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그 결과 국수나무는 손님이 들쭉날쭉하지만, 송정집은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음식점에서도 어려운 영역일수록 경쟁이 적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경매에 비유해 보자면, 기초반은 회비 5만 원으로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어 수강생이 넘쳐난다. 반면 전문가반은 50만 원으로 다소 어려운 내용을 다루지만, 경쟁이 약해진다. 그리고 실제로 임장을 하고 최저 매각 금액의 10% 보증금을 준비해 입찰하는 사람은 더욱 줄어든다. 더 나아가서 패찰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낙찰을 받는 영역은 경쟁 강도가 훨씬 떨어진다. 그리고 지분 경매, 가장 임차인, 법정지상권 등 특수 물건의 영역에서는 전문가조차도 어려워하는 만큼 경쟁이 적어진다.
경매란 시간을 사는 기술이다.
주식, 아파트 투자 미래에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경매는 미래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2억 원의 아파트가 5년 뒤 1억 원이 올라 3억 원이 될 거라는 기대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2억 원의 아파트를 1억 원에 구매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1억 원의 수익 실현이 된다.
그래서 경매는 시간을 사는 기술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경쟁이 많은 영역을 탈피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1년 동안 기초반 수준에서 특수 물건 낙찰이라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반복 과정을 거쳤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회사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 전에 그 주에 입찰할 경매 물건에 대해 지역 분석과 시세를 분석했다. 매주 토요일은 해당 물건지로 출근한다고 생각하고 임장을 다녔다.
이렇게 노력한 끝에, 나는 경매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