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다.
부동산 경매 책을 보면 직장인이 임장을 가고 평일에는 연차를 내고 낙찰을 받아 큰 수익을 남겼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 책을 쓴 저자가 경매를 했을 때 경쟁률이 덜했던지 아니면 운이 억세게 좋았던 거라 생각한다. 행여나 직장인들이 그런 류의 부동산 경매 책을 보고 있다면 현 상황과 90% 맞지 않다고 알려주고 싶다.
나의 경우 전문가 수업 외 입찰 가능한 경매 물건을 추천받고 매주 토요일은 아침 일찍부터 해당 물건지를 향해 시세를 조사했고 당시 육아 휴직 중이었던 아내가 둘째를 안고 경매장에 가서 입찰을 했다.
하지만 매번 패찰 했다.
패찰이 10번이 넘어가자 그 뒤로는 아파트의 경우 임장조차 가지 않았다. 실제로 아파트의 경우는 빌라와 달리 큰 하자가 없어 경매 고수들은 가격만 보고 입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생 초보였는데 낙찰이 다급해서 하루 종일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임장을 생략하고 입찰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든 패찰이 이어졌다. 경매로 큰돈을 벌겠다는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마음이 급해졌다. 아내도 돌이 갓 지난 아들을 엎고 법원 경매장을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들다는 내색을 비쳤다.
부산 북구 금곡동에 xx 주공 아파트가 나왔다.
평수는 17평 최저매각가격은 7천2백만 원, 3개월 전 시세를 조회해 보니 8천5백만 원이었다.
경매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당시 난 마음이 급해져 낙찰이 우선 이였다.
" 최저매각가격으로 낙찰받으면 시세에서 1천3백만 원 갭이 생겨 그러니 큰 수익은 안되더라도 입찰을 해보자"
경험이라 이 얼마나 소중한 단어인가 회사에 들어가서도 실수하고 혼 난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일잘러가 될 수 있듯이 실패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경매에서는 절대 통용되서는 안 될 말이다.
나의 경험을 통해 왜 이 말이 사실인지 뒷 받침 해줄 것이다.
난 최저 매각 가격 그대로 7천2백만 원에 입찰을 했다. 출근 후 11시가 너마저 아내가 전화가 왔다.
"오빠 낙찰 되었어 근데 단독 낙찰이야" 드디어 낙찰인가라는 기쁜 마음도 들었지만 두려운 감정이 더욱 앞섰다. 명도를 최대한 빨리 해서 매물을 매매로 돌려 수익 실현을 하려면 명도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했다.
난 낙찰받은 당일 해당 물건지가 있는 북구 oo아파트로 향했다.
슈퍼에 들러 박카스 한통을 사들고 문 앞에 섰다.
첫 명도 대상자와의 만남 미치도록 긴장이 되었다. 명도 대상자는 경매 낙찰자가 오면 온갖 욕을 퍼붙거나 과도한 이사비를 요구하는 케이스는 수도 없이 들었다.
"그래 욕은 해도 나를 죽이기야 하겠냐?"라는 호기로운 마음을 애써 잡으며 벨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xxx호 경매 낙찰자입니다 "
" 무슨 소리예요 경매에 들어갔다니? "
"댁의 집이 경매로 들어가 낙찰자인 제가 왔고 명도 협상을 하러 왔습니다"
" 무슨 소리예요!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해요"
문이 열리자 70세는 돼 보이는 할머니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왔다.
해당 물건이 경매에 들어갔단 말을 하니 할머니는 6개월 동안 병원에 있다가
오늘 퇴원해서 경매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난 믿을 수가 없어 " 그전에 개인적으로 연락이 한 번도 안 갔단 말이에요?"
그러더니 가방에서 진료확인서를 꺼내 보여준다.
법원에서는 여러 차례 경매 개시와 관련된 서류를 보내줬지만 할머니는 병원에 있어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할머니 혹시 해당 집 전세 계약서는 있나요?"
그러더니 바로 계약서를 보여준다.
전세 계약금이 무려 6천5백만 원이었다.
하지만 전세 계약서는 집주인의 대출실행일인 말소기준권리 보다 후에 설정되어 있어 실제로는 할머니는 대항력이 없었다.
"할머니 여기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 이제 5년 째야"
"근데 전세 계약서 날짜는 왜 1년 전으로 되어있어요?"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해서 다시 쓰자해서 그렇게 했지."
집주인은 대출을 받기 위해 할머니에게 전세권을 잠깐 풀어 달라고 했고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집주인의 말대로 전세권을 풀어줬고 그 후에 설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집주인이 받은 은행의 근저당권 9천만 원이 말소기준권리가 된 것이다.
"할머니 이거 돈 못 돌려받습니다."라고 하니 할머니는 돌 변했다.
"네가 뭔데 내보고 돈을 못 받는다는 거냐 내 평생 모은 재산이라고!"
" 이 돈 못 받으면 난 절대 못 나가 미친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말을 하자 할머니는 무섭도록 화를 냈고 난 사람으로부터 처음 "살기"를 느꼈다.
전문가반 선생님은 20년간 경매를 해오고 있는데 그분이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경매를 한다는 건 집을 내어줘야 하는 명도 대상자의 원환을 받게 되어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집안의
우환이 드니 이를 씻기 위해 온천을 하거나 절에 가서 절을 한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무슨 공포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말에 살기를 띤 할머니의 고함 소리에 심장과 귀가 통증을 느낄 만큼 아파 와따.
"이게 원환의 힘인가,... "
집주인에게 전화한다
전화로 고성이 오가고 20분간의 통화가 끝이 나자.
"내가 전입 신고를 해놔서 보증금 받기 전에 안 나와도 된대 "
하지만 경매 정보지에는 "전입 신고 된 임차인 없음"이라고 나와있었다
만일 할머니 말대로라면 할머니는 전세금 6천5백만 원을 받을 때까지 집을 점유할 수 있는 대항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할머니는 장롱에서 주민등록등본을 펼치며 말했다.
"봐 여기 내 이름 그리고 전입 신고가 되어있잖아"
그녀의 전입일자는 말소 기준 권리보다 2년 앞서 신고되어 있었다.
할머니의 원망 어린 고함 소리와 전입 일자가 잡혀있는 걸 보고 거의 멘털이 무너 저 버렸다.
" 어,... 분명 법원에서 제공하는 경매 정보에는 분명히 전입 신고 안 한 임자인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 젊은이 얼른 집으로 돌아가게 ,...."
문을 닫고 나서는 길 말로만 듣던 경매 사고를 내가 저질렀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집으로 가는 길 이미 어둠을 짙게 깔려있었고 나의 마음은 절망을 맛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두 번의 진급 누락으로 끌어내린 자존감을 경매를 통해 회복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경매에서도
무능한 나 자신이 한탄스러워 운전을 하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부동산 경매는 낙찰자의 실수로 잘못된 권리 분석하여 인수되는 보증금이 있을 시 낙찰 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편이 손해를 덜 보게 된다. 단 이런 경우 이미 낸 10%의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나의 경우도 보증금 7백2십만 원을 그대로 날리게 생긴 것이다.
눈을 감아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 날 연차를 내고 해당 관할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세대열람을 요청했다.
해당 물건의 경매 진행 출력물을 보여주니 간편하게 열람이 가능하다.
난 두 눈을 의심했다.
할머니가 실제로 말소기준 권리보다 훨씬 이전에 전입 신고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나의 실수로 7백만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었다.
낙찰을 받더라도 낙찰받고도 6천5백만 원의 전세금을 할머니께 주지 못하면 명도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해당 경매계로 다급히 전화해 이 상황을 설명했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보증금 반환 요청서"를 작성하세요 라며 양식을 팩스로 보내줬다.
"그럼 보증금이 반환되는 건가요?"
" 글쎄요, 판사님들이 판결을 내려봐야 알지요 " 하고 퉁명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경매에서 권리 분석의 실수로 낙찰자가 보증금을 안게 되어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보증금을 날리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비교적 소액(?)인 1천만 원 이하이지만 고가의 부동산의 경우 많게는 억 단위의 보증금도 날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의 경우 법원 담당 조사관의 실수도 있으니 내심 보증금 반환의 기대를 품고 반환 요청서를 작성했다.
"xxx타경 oooo 경매 물건에 대해 법원에서 제공하는 정보지에 임차인이 없다고 표기가 되어있어
이에 대한 오류는 병원의 책임도 있으므로 경매를 취하시키고 보증금을 전액 상환 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해당 경매계에 서류를 보냈다.
답신이 오기까지 2주일이 소요되었는데 그 이주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야 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법원에서 답신이 왔고 임차인에 대한 정보를 누락한 법원의 책임을 인정하며 보증금도 전액 환산받았다.
미생의 대사가 떠올랐다.
"회사 안은 전쟁터, 밖은 지옥"
회사라는 곳은 실수를 하더라도 화사라는 큰 우라리가 어느 정도 그 실수를 잡아주고 구성둰들이 같이 힘을 합쳐 헤처 나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바깥은 실수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혼자 져야 하고 그 실수의 한 방으로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더 강해져야 해,.. 이런 걸로 마음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못해,.. 더 더 강해져야 해"
첫 경매는 수익을 남기지 못했지만 경매를 하려면 원한이 담긴 명도자에게 흔들리질 않을 강한 마음이 필요하고 실수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