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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매니저 Sep 11. 2024

패찰 23번, 직장인 경매 도전의 진짜 얼굴

직장인이 바라본 부동산 경매이야기 1

직장인에게 경매란 어떤 느낌일까?

경매 학원 수강생이던 시절만 해도

낙찰을 받고

월세 천만원을 세팅하고

당당하게 사직서를 내는 상상에 빠지곤 했다.


현실은?


매우 달랐다.

나의 착각은

성공 스토리만 나열하는

경매 책들의 영향이 컸다. 


권리 분석을 잘 못하여

전재산을 날리는 경우

임차인과의 소송으로 몇 년째

이러지도 못해 돈도 잃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


경매 책에서는 경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장밋빛 미래만 보여줬다.


직장인이 쓴 경매 책을 보면 연차를

내고 법원에 가서

낙찰을 받는다.

실제로 해보면 낙찰을 받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물론 금액을 높이면 낙찰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경매를 하는 이상

싸게 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패찰 10번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직장인이 연차를 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10번 내는 건 현실 상 힘들다.


- 낙찰 편

책 : 번의 입찰로 낙찰을 받는다.

현실 : 수십 번 패찰을 한다. 낙찰받는 사람은 시세와 근접하다.



난 주로 경매 학원에서 제공된 대리 입찰을 이용했다.

한 물건에 20명이 넘게 들어오는 경우

입찰 금액을 보고는

이거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

낙찰을 벌기 위해서인가

라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경매로 돈을 별려는 이상

끊임없이 패찰을 경험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님 낙찰이 목표가 되어

금액을 높게 써

경매로 오히려 돈을 잃는 경우를 많이 봤다.


명도 관련해서도

유튜브나 책을 보면

이사비를 아끼지 말고 후하게 줘서 임차인과 원만하게 하라는 내용은

현실을 왜곡했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해보자

자기 집이 경매로 나갔고 쫓겨나게 생겼는데

이사비 백만 원 더 준다고 기분 좋게 협상이 되겠는가?

(물론 조금 더 원활한 협상은 가능하다)


몇 달 집을 나가야하는

명도 대상자와

원만한 대화는 쉽지않다.



- 명도 편

책 :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사비 절충을 통한 명도 협상

현실 : 쫓겨나는 입장에서 협장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거친 반응

(전화기에 육두 문자로 욕함, 찾아가면 욕 물뿌림 등)

집을 나가며 하수구에 시멘트를 붙고 가거나 집을 파손함.



명도 후 임차인이 변기 뚜껑을 때고 나간 사진이다.

이외에도 전등을 다 깨고 가거나

하수구에 시멘트를 붙는 등

많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퇴사대신 경매를 하기로 마음먹고

새벽 시간과 퇴근 후 시간을 활용했다.

특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5일 근무에 2일은 회식을 했다.

회식은 보통 새벽 1시가 되어야 끝났고

회식을 다녀오면 그날 저녁 경매 공부와

다음날 새벽 그리고 컨디션 난조로 다음날 오후 경매 활동

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회식 불참을 선언했다.

직장인이라면 알 것이다.

정말 가기 싫은 회식이지만

혼자 빠졌을 때의 소외감

그리고 다음날 회식 한 사람들끼리

우르르 몰려가 해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많은 자괴감이 몰려온다


그래도 난 경매라는 목표를 향해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6개월 간 총 23번의 연속 패찰

회사에서는 계속 밀려나고 있음에도


내가 경매를 포기 하지 않았던 건

회사 밖 세상을 탐험하는 재미였다.


회사라는 비좁은 컵에 갇혀있었던 난

경매를 통해


빌라 경매 만으로 해운대 아이파크 사는 60대 아주머니

가성비 인테리어로 연봉 1억 원

명도 프로 공팀장의 업무 태도


회사 밖 자신만의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을 만나며

나 역시 다양한 가능성에 노출되며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직장인의 경매

책과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한 번 쯤은 해볼 만 한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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