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내게 딸기는 특별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딸기에 대한 처음 기억은 내가 어릴 때 큰댁의 밭에 딸기나무가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노지에서 키우는 딸기였다. 엄마였나. 아주 커다란 딸기를 따 내게 내미셨고, 한 입 베어 물고는 아주 맛있다고 느꼈다. 그 후로 줄곧 나는 딸기를 좋아한다. 생딸기는 물론이고 딸기가 들어간 모든 것을 좋아한다. 잼도 딸기잼이 제일 좋다. 딸기스무디, 딸기라떼 등 딸기가 들어간 음료는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나의 최애는 당연히 베리베리스트로베리다. 이 정도면 딸기 덕후인가.
둘째는 '꿈'이다. 어느 날, 꿈에서 밭이 나왔다. 김장철 배추만 한 딸기가 밭에 한가득 심어져 있었다. 딸기나무가 아니라 배추처럼 한 포기씩 땅에 심어있었다. 자고 나도 꿈이 선명했다. 남편은 내가 딸기를 너무도 좋아해 딸기꿈을 꾸었나 봐 하며 웃었다. 하지만 며칠 뒤에 그 꿈은 태몽으로 판명 났다. 지금 우리 큰아이의 태몽이었다. 꿈 덕분인지 큰아이는 딸기를 무척 좋아한다. 500그램 딸기 한팩을 순식간에 다 먹는다. 그런데 작은 아이도 딸기를 좋아한다. 작은 아이의 태몽은 딸기가 아녔는데도 그렇다. 이러면 유전인가 싶다.
아무튼 우리 집에 딸기를 애정하는 사람이 셋이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딸기는 비싼 과일에 속한다. 그래서 원 없이 먹은 적이 없다. 물론 먹고 싶을 때 사 먹기는 하지만 이를테면 '산처럼 쌓아놓고'는 아니다.
휴대폰이 울린다. 나의 엄마다.
"성당에 왔다가 근처 A마트에 들렀어. 오늘 딸기 세일한다. 1킬로에 2만 원이다. 두 박스 배달로 보낼게."
"비싼대요. 고맙습니다. 엄마는요?"
"우리도 한 박스 샀어. 애들만 주지 말고 너랑 아범도 먹어."
난 친정부모님이 가까이에 사신다. 도보로 15분 거리다. 종종 마트에서 과일이나 먹을거리를 사서 우리 집으로 배달해 주신다. 자식은 결혼해서도 눈에 밟히는 존재인가 보다. 딸기만 보면 바로 사서 보내신다. 너도 꼭 먹으라고 당부하시면서.
두어 시간 후에 초인종이 울린다. 마트에서 배달이 온 것이다. 라면박스를 열었다. 스티로폼 박스에 투명 플라스틱 덮개가 쓰여있다. 딸기가 알이 크다. 먹음직스럽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씻어줘야지. 학교 마치고 학원에 들렀다가 작은 아이가 집에 왔다. 곧이어 큰아이가 들어왔다. '딸기' 소식을 전한다. 두 아이가 환호성을 낸다.
나의 마음이 바쁘다. 얼른 가서 스티로폼 박스 하나를 열고 몽땅 물에 넣는다. 깨끗이 씻어 하나씩 꼭지를 딴다. 한 개 입에 넣어본다. 달다. 손질한 딸기를 나누어 두 개의 접시에 담는다. 아이 둘이 신나서 딸기를 먹는다.
"엄마는?" 작은 아이가 묻는다.
"한 박스 더 있어. 이따가 아빠랑 먹을 거야."
큰 아이는 말없이 딸기를 입에 계속 넣는다.
저녁이 되고 남편이 퇴근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딸기를 꺼낸다. 박스에서 반만 덜어낸다. 반은 내일 아이들 줄 거다. 씻으면서 두어 개 맛보고 남편에게 가져다준다.
"당신은 먹었어?"
"응. 엄마가 두 박스 보내주셔서 먹었어요."
남편이 다 먹었다고 접시를 가져온다. 막 식기세척기를 닫고 뒤돌아선 난 접시에 남은 딸기를 본다.
"왜 다 안 먹었어요?"
"난 딸기 별로야."
난 남은 딸기를 맛있게 먹는다.
다음날, 휴대폰이 울린다.
"어제 딸기 다 먹었지?"
"조금 남았어요."
"오늘은 B마트에서 세일한다. 배달해 보낼게."
"세일해도 비싸잖아요."
"그래도 지금이 맛있어. 너도 먹어."
전화를 끊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내게 딸기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