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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초이 Aug 18. 2024

카레 예찬

카레라이스


알람이 울린다. 7시다. 어제 커피를 마셨더니 잠을 설쳤다. 고등학교 2학년 첫째가 개학한 지 이틀째다.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는 다음 주부터 등교한다.) 첫째를 밥 먹여서 학교 보내야 하니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킨다세수를 간단히 하고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신다. 머릿속으로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순서를 매긴다. 


오늘 아침 메뉴는 카레라이스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껍질 벗겨둔) 양파가 물렀네. 양파의 무른 부분을 도려내고 깍둑 썰어서 냄비에 넣는다. 

올리브유를 조금 두르고 달달 볶는다. 잠시 놔두고, 감자를 깎는다. (4개 다 넣어도 되려나) 

양파가 익으면서 색이 난다. (카라멜라이징) 

카레용 돼지고기를 넣고 볶는다. (고기는 진리) 

감자를 깍둑 썰어서 넣고 (당근이 없어 대신) 사과도 조각내어 넣는다.  

(얼른 익어야는데)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냄비에 붓는다. 

냄비 뚜껑을 닫는다. 

김치를 썬다. (김장김치가 최고다) 치운다. 

야채 익은 냄새가 난다. (배고프다) 

냄비뚜껑을 연다. 감자를 건져내어 반을 갈라 본다. 익었다. (아싸) 

가스레인지를 약불로 하고 고형 카레를 넣는다. 순한 맛 3조각, 약간 매운맛 2조각. (난 천재일지도) 

카레가 풀리도록 저어준다. (잘한다 잘한다) 

밥을 담고 카레를 얹는다.


바쁜 아침 시간에 카레라이스는 30분 만에 완성이다. 내가 카레를 예찬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입 짧은 첫째가 언제든지 오케이 하는 음식이다. 내가 둘째를 임신해서 입덧이 심했을 때 최대한 냄새가 순하고 최단시간에 할 수 있는 요리가 카레라이스였다. 그래서 자주 해주다 보니 첫째는 카레를 좋아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카레라이스가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다. 고기와 야채로 단백질과 비타민을 채울 수 있고, 카레에 든 강황은 몸에 좋은 효능이 있다. 네 번째는 카레만 있다면 재료에 국한을 받지 않는다. 고기 대신 햄을 넣어도 되고,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면 버섯을 넣어 식감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당근, 사과, 애호박 등 본인이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도 된다. 다섯째는 한번 만들어두면 두 세끼는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카레는 가루형과 고형, 매운맛, 약간 매운맛, 순한 맛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고 보관도 용이하다. 


오늘도 카레라이스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우고 등교하는 첫째를 보니 뿌듯하다. 나의 카레 예찬은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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