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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초이 Sep 01. 2024

잡채 100번 하면 맛있어져

잡채 

여러분은 생일에 어떤 음식을 드시나요?

저는 생일에 흰쌀밥과 미역국, 불고기, 그리고 3색 나물을 먹었습니다. 엄마가 해마다 저의 생일에 만들어주셨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 남편은 여기에 하나 더, 생일마다 잡채를 먹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2004년 4월에 결혼하고 5월 15일 남편의 생일에 잡채를 만들어.. 주고 싶었으나 반찬가게에서 사줬습니다. 그리고 가을에 요리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잡채를 만들었습니다. 잡채는 완성하면 접시인데 과정은 엄청나게 복잡했습니다. 게다가 재료를 하나하나 가늘게 채 썰어야 해서 손이 많이 갔어요. 이후로 해마다 온 가족 생일에 잡채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남편 생일입니다. 잡채를 만들어볼까요?

1. 당면을 불려야 합니다. 저는 주로 자른 당면 500그램을 씁니다.

2. 건목이버섯을  불려야 합니다. 생 목이버섯은 불리지 않아도 됩니다. 단, 가격이 비싸요.

3. 잡채용 돼지고기는 밑간을 합니다. 설탕은 연육작용, 마늘은 고기냄새를 없애줘요.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빛깔을 내주지요. 

4. 당근, 양파, 빨강주황노랑 파프리카, 청피망을 손질해서 가늘게 채 썰어줍니다.

5. 느타리버섯을 씻어서 하나하나 떼어줍니다.

6. 이제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입니다.

7. 물이 끓으면 식초(살균)와 식용유(면이 달라붙는 걸 방지)를 넣고 불려둔 당면을 넣어 익혀줍니다.

다 익으면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줍니다. 

8. 커다란 볼에 당면을 담고 간장을 넣고 골고루 문질러 색을 입혀줍니다.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고소함을 더합니다. 당면을 펼쳐서 식혀둡니다. 

9. 이제 볶을 차례입니다. 각각 볶아요. 양파, 당근, 파프리카, 청피망을 볶은 후에 식혀둔 당면 위에 부어줍니다.

10. 돼지고기를 중불에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익히고 흘러나온 육즙에 느타리버섯을 볶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이버섯을 넣어 살짝 익혀줍니다. 당면과 야채 위에 부어줍니다.

11. 선풍기 바람에 식혀줍니다. 적당히 식으면 모든 재료가 어우러지도록 섞어줍니다. 색이 약하면 간장을 더하고, 간이 싱거우면 소금을 넣어줍니다.  

12. 깨를 듬뿍 뿌리면 완성입니다. 


독서동아리 회원 한 분이 저에게 전해줄 게 있다고 집 근처에 들른다고 합니다. 반찬그릇에 얼른 담아서 맛이라도 보라고 내밀었습니다. 집에 가서 먹어보고 맛있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잡채는 이제 제가 '나 요리 좀 해' 말할 수 있는 메뉴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 수 있냐고요? 먼저 계산을 해보자고요.

결혼한 지 21년 차. 결혼하던 이듬해부터 시작해 양가 부모님 생신과 남편 생일, 큰아이 생일 18번, 작은아이 생일 11번. 어림잡아도 잡채 만든 횟수가 100번이 넘겠지요. 네, 답은 횟수입니다. 


잡채를 100번 하면, 채 썬 모양새도 고르게 되고 당면 식감도 좋아지고 빛깔도 먹음직스러워지고 요리 시간도 단축되고, 맛도 좋아져요. 저는 잡채를 만들면서 삶의 진실을 알았습니다. 무엇이든지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늘어요. 그러니 글을 계속 써야겠어요. 글도 100번 쓰면 잡채처럼 맛있어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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