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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초이 Sep 22. 2024

아버지와 점심

코다리냉면


오늘은 엄마가 친구분들과 북한산에 가셨다. 그래서 아버지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둘만의 식사는 오랜만이었다. 오전에 일 보고 부모님 댁에 들렀. 부모님이 내 집 가까이 이사 오신 지 4년이 넘었다. 그동안 야버지는 일주일에 두 번은 내 집에 들르셨다. 요즘도 그렇다. 대개는 엄마가 만든 반찬을 가져다주신다. 거의 아침 일찍 오시는데, 등교 전에 두 아이를 수 있어서. 자식사랑에서 더 커진 손주사랑. 아이들도 자주 뵙는 할아버지를 반긴다. 그 기쁨에 아버지가 더울 때도 추울 때도 매번 오시나 보다.


아버지와 식사하면서 대화를 한다. 말수가 적은 편인 아버지와 '말' 하고 싶어, 주로 내가 묻고 아버지가 답하신다. 아버지는 점심을 드시고 한뫼도서관에 가려하셨단다. 그런데 한뫼도서관이 금요일에 휴관이라며 아쉬워하셨다. 그럼 일산도서관으로 가셔야겠네요 말했더니,


"지하에 네가 쓴 거 보러 갈랬지." 말씀하신다.


"아!"


한뫼도서관에는 도서관 이용자가 추천하는 책을 매달 두 권씩 소개하는 한뫼피플이라는 코너가 있다.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선정되면, 도서관 지하에 있는 북까페로 꾸며진 공간에 책과 함께 소개글을 전시해 준다.


'한뫼피플에 책을 두권 소개했어요. 도서관 북까페에 가시면 보세요.'

아버지는 며칠 전에 통화하다 내가 드린 말씀을 기억하고 계셨다. 마흔을 훌쩍 넘은 딸을 여전히 아이처럼 생각하시는 아버지. 내가 무얼 하든 지지하고 대견해하신다. 그래서 내가 계속 공부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싶도록 만드신다.


아버지는 코다리냉면 한 그릇을 다 드셨다. 같이 주문한 만두도 맛있게 드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아버지는 일산도서관으로, 나는 집으로 향했다. 반대방향이다. 난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바뀌기를 기다려드리고, 건너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맞은편에 당도해서는 돌아보며 내게 손을 흔드셨다. 그리고 그만 가라고 손짓하셨다.


자식은 매일 봐도 보고 싶다. 그런데 부모님도 그렇다. 매일 봐도 보고 싶다. 가까이 계셔서 자주 뵐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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