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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초이 Sep 30. 2024

극장에서 치맥

치킨과 맥주 


일주일 전에 요정재형 유튜브 채널에서 하정우 배우가 나왔다. 곧 새 영화가 개봉하는데 제목이 하이재킹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궁금했다. 난 혼영(혼자 영화보기)을 즐긴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갔다. 그런데 요즘 매일 일정이 있어서 틈이 나지 않았다. 영화 본 지 세 달도 넘은듯했다. 오전에 글쓰기 강의가 있는 날, 오후에는 스케줄이 없었다. 얼마만의 혼영인지 설레는 마음으로 어젯밤에 상영관을 검색했다. 강의 장소 근처에 CGV가 있는데, 하이재킹을 상영 중이었다. ‘내일 봐야지.’ 하지만 강의 첫날이라 공지 등으로 마치는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기에 예매는 안 했다. 

그런데 아침에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CGV 앱에 들어갔더니 이벤트를 했다. 오늘부터 하이재킹 영화를 예매하면 5천 원 쿠폰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예매 안 하길 잘했네. 요새 영화 관람료가 점점 오르고 있다. 평일 낮에도 만 오천 원이다. 그런데 쿠폰을 적용하면 만원이었다. 강의 상황을 보고 예매를 하리라 결심했다.

 

강의는 10시에 시작해서 12시에 마친다. 영화는 12시 40분에 시작한다. 그리고 강의장에서 극장까지는 도보로 10분 남짓이니 시간은 충분했다. 강의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어서 얼른 예매를 했다. 그런데 오늘이 강의 첫날이라 역시나 전달 사항이 많았다. 선생님은 다음 일정이 있으면 먼저 가도 된다고 했다. 그래도 끝까지 듣고 싶었다. 12시 3분, 7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12시 10분 드디어 끝났다. 강의실을 나와 바삐 걸었다. 다리는 오른발, 왼발 번갈아 내밀며 나아갔고, 머릿속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난 먹는 걸 무척 좋아한다. 게다가 아침도 건너뛴 상태라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다.

‘캐러멜 팝콘과 콜라에 배고픈데 핫도그 빵도 먹을까? 음료는 에이드로 할까?’




다행히 극장은 전에 와본 적이 있어서 금세 찾았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여자분 셋이 내리면서 '전보다 사람이 더 없는 거 같아. 이래서 운영이 되나.' 말했다. 관람객이 적었나 보다. 난 5층 매표소에 도착했다. 12시 25분. 키오스크로 팝콘을 주문하려는데 프라이 세트가 보였다. 처음 알았다. 프라이는 감자튀김인데, 2천 원을 추가하면 오리지널 치킨이나 양념 치킨으로 변경이 가능했다. 그리고 음료를 콜라에서 맥주로 바꿀 수도 있었다. 난 양념치킨을 고르고 맥주를 선택했다. 추가금액까지 해서 일 만 5백 원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왔다. 직원분이 잔에 맥주를 따르고 있었다. 잔을 채우더니 거품을 조금 따라버리고 다시 잔을 채웠다. 이번에는 튀김기계에서 나온 치킨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 후에 박스에 담았다. 그리고 나의 주문번호를 불렀다. 12시 40분이다. 한 손에는 맥주, 한 손에는 치킨을 들었다. 상영관이 있는 6층으로 올라갔다. 상영관 입구에 직원분이 있었다. 폰에 있는 모바일티켓을 보여줘야는데 손이 부족했다. 직원 분에게 맥주를 들어달라 부탁하고 티켓을 보여준 뒤 다시 맥주를 받아 들었다. 상영관 문은 열려 있었다. 계단을 다섯 개쯤 오르니 안이 한눈에 보였다. 좌석이 빨간색인데 횡 했다. 군데군데 사람이 있었다. 다 합해야 다섯 명이 되려나. 평일 낮이라 그렇겠지 한다. 스크린에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내 좌석을 찾아가 양쪽의 팔걸이를 내렸다. 한쪽에 맥주를 꽂고 반대쪽에 치킨을 올려뒀다. 치킨 박스는 음료 꽂이에 쏙 들어가지 않아 팔걸이에 얹어두었다. 건드려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옆의 빈 좌석에 가방을 벗어뒀다. 의자가 접히면 가방이 등받이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다. 백팩의 균형을 맞추어 내려놓았다. 치킨의 양념냄새에 꼬르륵 소리가 커졌다. 일회용 포크의 비닐을 벗겼다. 앗, 내 좌석 줄에 있던 여자분이 벌떡 일어서더니 앞 좌석으로 옮겼다. ‘치킨 냄새가 강했나’ 하다가 조용히 보고 싶은 거겠지 하고,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거품이 부드러웠다. 아까 두 번에 나눠 따른 이유가 있었구나. 치킨을 베어 물었다. 달콤하면서 매콤했다. 닭살은 부드러웠고 껍질은 찐득거려서 씹는 맛을 더했다.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비상대피 요령이 나왔다. 비상구를 눈에 담았다. 베어문 치킨의 남은 조각을 입에 넣었다. 오늘을 계획한 나를 칭찬하고 싶었다. 이만 오백 원의 행복이었다. 치킨과 맥주가 줄어들어 아쉬울 무렵 영화가 시작됐다. 하이재킹은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어느새 두 시간이 지났고 엔딩 자막이 올라갔다.




조명이 켜진다. 주인공 ‘나’가 보인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내 영화 속 주연을 나로 설정한다. 이 영화는 논픽션이고 라이브다. 대본에 내일의 영화(榮華)가 있어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난 매일 어제와 아주 조금 다른 오늘을 찍기로 했다. 내 인생은 영화고 나의 모든 날은 영화의 한 컷이다. 오늘은 극장에서 치맥 하는 장면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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