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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교리장 Jan 03. 2023

최고의 순간이 아직 오지 않는 이유

최고의 순간이 아직 오지 않는 이유는,
우리는 언제가 최고의 순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를 보면,

가난한 구두수선공 시몬에게 어느날 체격이 장대하고 돈이 많은 군 장교가 찾아온다.

그는 금화가 가득한 주머니를 던지며 최고로 중요한 연회에 어울리는 가죽 장화를 제작하라고 명한다.

이에 시몬은 온 힘을 다해 장화를 제작하려고 하지만,

그의 보조인 미카엘 - 본래 대천사였으나 잠시 추방당한 - 은,

장화는 커녕 좋은 가죽을 죄다 잘라내고 실내화를 만든다.

시몬은 어쩔 줄 몰라했으나, 미카엘은 그저 무표정하게 있을 뿐이었다.


장화를 만들지 못한 채 며칠 뒤 장교의 시종이 찾아오자,

시몬은 엎드려 절절히 자비를 구했다.

하지만 시종은 장교가 마차에서 며칠 전 죽었다며,

마침 미카엘이 만든 실내화가 장례식에 적당하겠다며 값을 치르고 갔다.




필자가 어렸을 때,

'부자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막연히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는 바베큐 양념 통닭을 무척 좋아했는데 (초3인데 1인1닭)

30년 전 그것은 14000원이나 했다.

그래서 시험을 아주 잘 보거나, 아버지가 아주 기분이 좋은 날에만 먹을 수 있었는데,

그런 나에게 부자, 혹은 성공이란

'내가 원할 때 바베큐 양념통닭을 먹을 수 있는 것' 이었다.


최근의 미디어나 여러 교양 서적들은

더 나은 성공이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독려하며

우리에게 성실성을 요구하곤 한다.

하지만,


'성공'이란 무엇인가?

'아직 오지 않은 최고의 미래' 란 무엇인가?

성실성을 재촉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대부분의 미디어나 교양서에서 강조하는 이런 류의 성공은

'남들 보다 나은' '남 보기에 좋은' 성공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그 남들은 누구인가?

내가 그 모든 남들을 이겨내고,

아쉬움 없는 최고의 순간에 도달하는 시점은 도대체 언제인가?




그런 순간은 없다.


아들러 철학을 근대적으로 해석한 기시미 이치로의 책,

'미움받기 위한 용기' 를 참조하면


모든 기쁨은 인간관계로부터 나온다.

삶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내 직장, 내 집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나은, 남들 보기에 좋은 (남들에게 열등감을 선사할) 것을 바란다는 것은,

당신은 주변의 사람과 세상을 적으로 여긴다는 반증이다.

당신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적이므로,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높은 지위를 얻어도

세상에 당신 혼자 남을 때까지 당신의 마음은 쫓겨온다.




우리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다만 현재에 집중해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삶에 더 많은 최고의 순간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가 미래나 과거를 살피러 조명을 강하게 켤 수록,

그 빛은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해서 현재를 상실하게 만든다.


기시미 이치로는 '춤추듯이 살라' 는 표현을 썼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바로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웃으며 뛰놀아야 한다.

이는 니체가 말한 인격의 최고 단계인 '아이의 단계 - 놀이에 몰두하며 과거나 미래를 잊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상태의 인격' 과도 일치한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자기 자신 안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부자와 같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언인가?

그것은 비싸고 좋은 차와 옷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주변을 고요하게 했을 때

잔잔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행복을 알아채고

행복의 빈도를 높여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예쁜 정원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퇴근길에 공원을 10분씩 산책하고.

벤치에 몸을 길게 기대고, 저녁 노을을 가만히 바라보고.

그 외, 무엇일까?

당신에게 맞는 그런 행복의 순간들이, 바로 당신의 춤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춤추듯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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