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31일 자정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제야의 종소리
1900년대 마지막이 가는 순간
서울에서 평양에서 부산에서 원산에서
땅끝 마라도에서 중강진 외딴 마을에서
질곡의 천년을 마무리하기 위해
새 천년의 시작을 경건하게 맞기 위해
모인다.
휴전선 남북 병사들의 총을 든 손가락에
잠시 전율이 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뎅- 뎅-
2000년 1월 1일 00:01
하늘로 솟구치는 불꽃들과 환호성
또 한 세기의 시계는 시작된다.
갑자기 텔레비전의 화면이 바뀌며
화면에 등장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주석
- 저희 두 사람은 1999년 12월 31일 직통 전화로
조건 없는 남북통일을 합의하였습니다. (김대중)
- 지금부터 우리는 하나입네다. (김정일)
- 2000년 1월 1일 자로 우리는 한 나라이고 실무적 협상은 남북대표단에게 일임합니다. 휴전선의 병사들이여. 무기를 내려놓고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김정일, 김대중)
충격과 경악, 끓어오르는 가슴 벅참
통일이라니, 이것이 현실인가, 꿈인가
세계의 기자들이 모여든다.
한반도 통일, 통일, 통일……
무선과 팩스, 생방송이 시작된다.
국민 여러분, 통일은 실제 상황입니다.
우리의 소원 통일이 이루어진 거야.
거리거리에 넘쳐 나는 단군인의 물결
터져 버린 눈물샘
신이여, 감사합니다.
우리 민족을 이렇게 쓰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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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런 시를 1999년 12월에 썼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었다. 세월은 또 흘러 2022년 12월 시베리아 동장군이 몰려오는 한파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