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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축친놈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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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 Nov 08. 2024

개간로

 독일의 명문 클럽 도르트문트의 전설. 꿀벌군단의 에이스 '마르코 로이스'. 그 선수를 우리나라에서는 개간로라고 부른다. 뜻은 개 간지 나는 로이스. 간지란 '느낌'의 의미를 지닌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로 '멋있다' 혹은 '스타일리시하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마르코 로이스는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그냥 잘 생긴 것이 아니라 간지 나게 생겼다. 그래서 개간로이다. 참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업으로 작명소를 해도 될 만큼 이름을 잘 짓는 것 같다. 


 로이스는 유스 시절 도르트문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팀에서 방출이 되어버렸다. 팀에서 내보내진 로이스는 3부 리그인 로트 바이스 알렌으로 이적한 후 선수 생활을 이어 가게 된다. 어린 나이에 잦은 출전으로 경험을 쌓은 로이스는 미친 듯이 성장했고 묀헨 글라드바흐를 거쳐 꿈에 그리던 도르트문트로의 복귀를 실현시킨다. 이때 묀헨 글라드바흐는 도르트문트와 순위경쟁을 이어가던 경쟁 구단이었지만 로이스가 도르트문트 출신이란 것을 감안해 그가 이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프로에 데뷔한 로이스는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스타성까지 겸비한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팬들이 로이스를 사랑하는 이유에는 다른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팀에 대한 충성심. 그 충성심이 로이스가 가진 재능과 실력에 빛을 더해 주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이자 수많은 빅클럽이 눈독을 들였던 로이스는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나는 도르트문트에서 크고 자랐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곳의 일원이 됐다.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것은 내 꿈이었고 그 꿈은 실현됐다. 내게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내가 이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이곳에서 많은 것을 성취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이스의 이 바람은 멋들어지게 이루어지진 않았다. 성공의 맛을 살짝만 보았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아예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실력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자국 컵대회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우승 경력이 없으니. 심지어 독일이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에도 부상으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선수 경력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준우승만 7번이나 했기 때문에 비운의 선수라는 이미지가 굳어져버렸다. 유로 때에는 또 부상을 당했고 러시아 월드컵 때에는 대표팀에 승선은 했는데 말도 안 되는 경기력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결승전 패배는 23/24 시즌 레알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이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토니 크로스'가 도르트문트에서는 '마르코 로이스'가 각자의 팀에서 가지는 사실상 마지막 결승전이었다. 토니 크로스는 해당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발표했고 로이스 역시 해당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면서 무수히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에 마지막 한 경기만큼은 로이스가 이기길 간절히 바랐다. 그의 완벽한 고별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시청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레알이 또 우승을 해버렸고 로이스가 아닌 크로스에게 모든 이목이 쏠리며 로이스는 또 한 번의 준우승을 추가했다. 그렇게 로이스는 쓸쓸한 뒷모습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역시 우리의 삶은 참 녹록지 않다. 


 여담으로 로이스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마스 로시츠키이다. 그래서인지 그 둘은 참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동료들이 커리어를 위해 떠나갈 때에도 팀을 위해 묵묵히 제자리에 있었던 점, 컵대회 말고는 이렇다 할 우승 경력이 없다는 점, 그리고 부상이 커리어의 상당 부분을 방해했다는 점까지도 닮았다. 그래서 로이스는 개인적으로 더 애착이 갔다. 이렇게 근본 넘치고 낭만 넘치는 선수가 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로시츠키는 아스날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까. 로시츠키의 의지를 잇는 선수가 꼭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랐다. 단순히 커리어를 위해 우승을 원하는 선수가 아니라 본인이 사랑하는 팀과 우승을 하고 싶어 했던 낭만 가득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비록 로이스는 원하는 만큼의 타이틀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행복했다고 한다. 


"이곳 도르트문트에는 내가 행복하기 위한 모든 것들이 있다. 그렇기에 우승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 마르코 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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