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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축친놈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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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 Nov 08. 2024

영구결번

 2015년, 세리에 A의 7 공주 중 하나로 불리던 파르마가 재정난으로 인해 파산을 하게 되었던 일이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파르마는 '잔루이지 부폰', '파비오 칸나바로', '후안 베론', '릴리앙 튀랑' 같은 월드클래스 선수들도 뛰었고 종종 우승도 했던 유명한 클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산으로 인해 파르마는 원래 사용하던 팀의 이름을 잃어버렸고 주요 선수들은 대부분 이적을 택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구단주가 구단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재정난이 발생하여 끝내는 팀이 파산하게 되었던 것. 재정난의 초반에는 팀의 이름을 바꾸면서 살아남았지만 결국 현실적으로 클럽운영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팀이 파산을 당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던 명문 클럽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에 따라 선수들도 대부분이 떠났다. 이때 팀을 떠났던 선수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축구판도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에 명분이나 의리만 중요시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이때 파르마는 전기도 끊기고, 수도도 끊겼으며 구단 버스도 빼앗길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파르마를 떠났던 이때, 팀의 주장인 '알레산드로 루카렐리' 만큼은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심장이 시키는 대로 파르마에 남는다"라는 낭만 가득한 말을 남기며 잔류를 선언한다. 팀이 재정난으로 파산할 경우 4부 리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파르마 역시 이에 해당되는 사유로 파산했기에 4부 리그부터 다시 출발해야 했다. 그는 1부 리그를 떠나며 팀을 응원해 주는 팬들 앞에서 "나는 반드시 세리에 A로 다시 파르마를 데려올 겁니다"라는 무모한 약속을 한다. 그렇게 그는 남은 동료들과 함께 4부 리그에서 1부 리그까지 보이지 않는 여정을 시작한다. 


 팀을 생각하는 루카렐리의 갸륵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탓일까. 그를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에게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르마는 세리에 D를 시작으로 세리에 C, 세리에 B에서까지 연거푸 승격하며 3년 만에 세리에 A로 복귀에 성공했던 것이다. 세리에 A 복귀와 더불어 전무후무한 3 시즌 연속 승격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파산한 지 3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파르마를 다시 1부 리그로 데리고 오겠다는 약속을 했던 루카렐리는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자 그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파르마에서는 구단차원에서 그가 보여준 헌신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가 선수시절에 사용했던 6번을 영구결번 처리한 것이다. 영구결번이란 프로 축구 클럽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선수에게 존중의 의미를 담아 해당 선수의 등번호를 다른 선수가 사용하지 않게 하며 빈 번호로 남겨두는 것을 말한다. 그 번호는 현재까지 파르마에서 유일하게 영구결번 처리 되어있다. 


 루카렐리는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안드레아 피를로', '프란체스코 토티' 등 다른 이탈리아 선수들처럼 월드클래스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팀의 역사상 최다 출전 선수이자 위대한 주장이던 그는 자신의 클럽인 파르마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모두가 나를 미쳤다고 했다. 나의 아내와 서포터들마저도. 오직 아들만이 나를 응원해 줬다. 하지만 나는 약속했다. 파르마를 다시 1부 리그로 데려가겠다고. 그리고 나는 약속을 지켰다. 내 시간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이 위대한 팀의 주장이었던 것, 그리고 이 아름다운 셔츠를 입었던 것, 이보다 자랑스러운 순간은 없었다. 내가 축구선수 알렉산드로 루카렐리로서 충실히 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 알레산드로 루카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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