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오래 본 사람이라면 제목만 보아도 누군지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중 크게 2명 정도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맞다. 그 둘 중 한 명이다. 오늘 알아볼 선수의 스토리는 포르투갈의 깡패, '깡페페'가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센터백, 명실상부 클러치 능력의 G.O.A.T. '라장군' 라모스 님이시다. 아 참 라장군은 장군처럼 든든한 라모스를 뜻한다. 경기 장에서 폭력적인 행위를 일삼는 것과는 관련 없는 별명이다. 혹시 '우리 팀이라서 든든하다'는 생각을 갖고 바라본다면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라리가 '21세기 최다 퇴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쪽 분야에서 나름 유명한 선수들이 있지만 태클의 질이나 퇴장당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압도적 1위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경기를 하다 보면 거칠어질 수도 있고, 전술이나 전략에 의한 퇴장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라모스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라모스는 알아주는 다혈질이다. 실제로 라리가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 매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에서도 어김없이 분노 조절 장애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매년 리그 우승컵과 가장 가깝게 위치한 두 팀이기에 서로 경기 중에 퇴장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화가 난 우리 라장군님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선배이자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의 심장 '카를레스 푸욜'의 뺨을 후려치고 퇴장을 당하셨다. 우리나라로 치면 K리그의 사기 유닛, 후리킥의 달인 '이천수'님의 '명보야 밥 먹자'의 매운맛 버전이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속팀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A매치 기간에 국가대표를 소집하면 또 볼 선수인데 뒤가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끔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폭력의 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라모스는 스페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단 1번의 레드카드도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 푸에르타 때문이다. 푸에르타는 라모스와 함께 세비야에서 유스 시절을 보낸 친구이다. 시간이 흘러 두 친구는 사이좋게 세비야의 양쪽 측면 수비를 담당했다. 푸에르타는 왼쪽 풀백, 라모스는 오른쪽 풀백이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두 선수 모두에게 레알 마드리드가 접촉했다. 하지만 라모스만 이적을 하고 푸에르타는 큰 고심 끝에 세비야에 잔류했다. 각자 팀은 달라졌지만 예전처럼 연락도 하고 두 사람의 우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에게 큰 사건이 닥친다. 친구인 푸에르타가 2년 뒤에 열린 라리가 개막전에서 심장마비 쓰러져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이때 푸에르타의 나이는 만 22세였고 국가대표팀에 소집되기 시작했던 때였다. 꽃을 피우기 바로 직전에 일어난 일이라서 더 비통하게 느껴졌다. 이때 라모스는 큰 슬픔을 느꼈고 푸에르타를 생각하며 더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득점 후 푸에르타를 위한 세리머니를 했다.
"형제 푸에르타여, 편히 잠들어라, 난 널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결과적으로 라모스는 푸에르타에게 전한 마지막 말을 끝까지 지켰다. 라모스의 원래 등번호는 4번이다.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더라도 4번을 계속 사용했다. 그만큼 라모스에게 4는 상징적인 숫자이다. 하지만 라모스는 푸에르타를 위해서 본인의 번호를 포기했다.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는 줄곧 15번을 사용해 왔다. 15번은 푸에르타가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한 경기를 뛰었을 때 달았던 번호였다. 그렇게 라모스는 푸에르타와 함께 국가대표 데뷔전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15번을 달고 뛰었다. 걸핏하면 레드카드를 수집하는 라모스가 단 1장의 레드카드도 받지 않았다. 국가대표 경기를 얼마 뛰지 않았다면 일을 수 있는 일이지만, 놀랍게도 라모스는 역대 스페인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라모스도 선수로써 황혼기가 찾아왔다. 이때 또 사우디가 265억이라는 어마무시한 연봉과 함께 접근해 왔다. 그리고 동시에 라모스의 친정팀 세비야에서도 오퍼가 왔다. 세비야가 제시한 연봉은 13억. 이는 수치로 따지면 사우디에서 받는 연봉의 5%에 불과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세비야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전투를 치른 장군은 기초 훈련을 받던 세비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푸에르타와 친구가 되었던 곳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분명 라모스가 거친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하고 카드를 많이 수집하는 선수는 맞지만, 적어도 그는 돈보다는 낭만을 택했고, 친구와 추억을 잊지 않았다. 나 역시도 많은 팬들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던 라모스를 잊을 수 없다.
"인생에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 마음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푸에르타를 위해" - 세르히오 라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