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낭만 가득한 이야기는 K리그의 한 선수와 서포터스 간의 이야기다. 이번 이야기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너무 외국 선수들 위주로 낭만을 찾았던 것을 반성하며 국내에서도 낭만을 찾아보기로 했다. 원래 낭만이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느 순간 나타날지 모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보통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본인들을 응원해 주러 온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말이다. 응원하는 팀이 이길 때면 고생했다며 박수를 쳐주기도 하고,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패하면 선수들에게 조금 더 열심히 뛰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일종의 팬 서비스 같은 문화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인지 카메라도 경기가 끝나면 바로 중계를 종료하기보다는 이러한 모습들을 비춰주곤 한다.
광주 FC와 대전하나시티즌이 맞대결을 펼치던 날 나는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선수들이 응원단 쪽으로 이동했다. 그 순간 중계화면에 대전 서포터스 쪽이 잡혔다. 카메라에 잡힌 장면에는 큰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걸개에는 '우리의 아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팬들은 그 문구가 최대한 잘 보일 수 있도록 있는 힘들 다 해 넓게 펼쳤다. 사실 K리그가 진행되기 며칠 전, 대전하나 시티즌의 한 선수의 부친상이 있었다. 팬들은 본인들의 가족과도 같은 이 선수를 위로하기 위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현수막에 응원의 문구를 담아내는 것. 그래서 팬들은 큰 현수막에 '우리의 아들'이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그 선수가 잘 볼 수 있도록 현수막을 펼쳤던 것이다.
부친상으로 힘들어하는 그 선수는 서포터스의 진심이 담긴 문구를 보며 눈물을 보였다. 아마 그 눈물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을 것이고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나였어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축구를 떠나서 어떤 스포츠이건, 국가를 불문하고 어떤 리그이건 간에 이러한 문화는 정말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보고 서포터의 진정한 역할은 단순히 열정적으로 응원만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기쁠 때나 힘들 때 옆에서 감정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선수는 이에 화답하며 팬들에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선수와 팬들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K리그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어서 국내 선수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일화로 K리그와 선수들에 대해서 더 관심이 생겼고 팬 문화의 순기능에 대해 감동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