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로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딱 2가지가 있다. 그것은 '교황'과 '한 남자' 당연히 내가 오늘 전할 스토리는 교황이 아닌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유스 시절을 포함한 28년 동안이나 한 클럽에서 헌신했다. 다른 월드클래스 선수와 비교해도 독보적이던 그의 발 끝. 그것은 마치 야생 동물의 본능과도 같았다. AS로마를 위해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던 남자. 클럽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언제나 그의 등에 적혀있던 10번. 그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로마를 사랑했던 축구계 영원한 로마의 황제였다.
'프란체스코 토티'는 로마에서 태어난 그는 AS로마 유스팀에 입단한 그는 16세의 나이로 프로리그에 데뷔했고 22살부터는 팀의 주장까지 역임했다. 그가 주장으로 있던 로마는 그와 함께 이탈리아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준우승만 9번을 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팀의 성적과는 별개로 토티의 개인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빅클럽들이 영입을 시도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이때 맨유의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우리는 토티를 좋아했고 그를 우리 계획에 포함시키길 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자, 되려 그가 로마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 더 명확해졌다"라며 본인이 토티의 영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갈릭티코 정책을 추진하던 페레즈 회장이 직접 나섰다. 토티에게 그의 이름이 새겨진 10번 유니폼을 친필 편지와 함께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토티는 이 순간 가장 많이 흔들렸던 순간이라고 한다. 레알은 이런 토티의 마음을 알아채고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유니폼을 보냈다. 레알의 끊임없는 구애로 결국 토티는 이적을 생각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마드리드로 마음이 굳어지려는 찰나, 그는 본인이 없는 로마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며 떠날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모두의 드림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를 포기한다. 만약 이때 토티가 레알로 갔더라면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로마에 남아서 빅이어를 들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게 2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로마가 인정한 마지막 황제 '프란체스코 토티'의 은퇴식이 열렸다. 팬들에게 돈이나 명성, 트로피로와는 바꿀 수 없는 낭만을 선물한 그의 은퇴식은 '로마의 황제'라는 별칭답게 웅장하게 이루어졌다. 경기장 중앙에는 그의 이름과 번호가 새겨진 큰 유니폼이 바람에 펄럭이며 토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퇴식이 진행되던 중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토티는 가족들을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하지만 토티는 로마의 황제답게, 자신의 은퇴식에 참여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눈물을 머금고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로마. 28년의 세월을 이 짧은 글로 모두 써 내려가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내가 선수로 뛰었던 시간이 당신들에게는 지나가는 한 편의 동화로써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 동화는 이제 끝났지만요. 로마인으로 태어나, 로마 사람으로 살아왔고, 로마의 주장이 되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나, 앞으로도 나의 삶입니다. 이제 더 이상 내 발로 당신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없지만 내 심장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겁니다. 나는 이제 마이크를 내려두고 계단으로 내려가 라커룸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은 어린 소년이었던 나를 환영해 주었고 나는 이제 남자가 되어서 떠납니다. 사랑합니다"
토티는 로마에서 뛰는 동안 'AS로마 최다 출전', 'AS로마 최다 득점', '세리에 A 최다 시즌 연속 득점', '최다 구단 상대 득점' 등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에 로마는 28년간 팀에 헌신한 그를 위해 10번을 영구결번처리했고 은퇴식 전에 있던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팀이 "평생의 적이 그대에게 경의롤 표한다. 프란체스코 토티"라는 현수막을 보인 것은 그가 로마를 넘어서 이탈리아 대표팀과 세리에 A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담으로 준우승의 달인 토티와 함께 들었던 '스쿠데토'는 아직까지도 로마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리그 우승 트로피로 남아있다.
"토티가 로마의 왕이다" - 스티븐 제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