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 담배를 물고 들어와도 야유가 아닌 박수를 받는 남자가 있다. 그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많은 축구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도 축구선수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남자를 존경한다. 내가 이 선수를 가장 존경하는 이유는 'ego' 즉, 자아가 확실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증명할 수 있었던 실력도 갖추고 있었기에. 혹자는 그에게 커리어 내내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거의 트로피를 따낸 것을 보면 우승청부사 임에는 틀림없다. 이 선수는 자서전을 내기도 했는데 제목도 참 독특하게도 지어 놓았다.
"I AM ZLATAN"
축구선수도 사람인지라 개인마다 개성이 있다. 하지만 즐라탄처럼 개성이 뚜렷한 선수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 '즐라탄스럽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는 그가 했던 말과 그것을 해석한 나의 코멘트로 알아보자. 아마 다 읽어보면 대충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올 것이다.
"사자는 아직 배가 고프다" - 본인을 사자라고 표현한다. 일각에서는 챔스 우승이 없는 즐라탄에게 '야옹탄'이라고 조리돌림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사자다.
"당신이 나보다 축구를 잘 아는가?" - 본인 경기력을 비판하는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즐라탄은 틀린 말은 하지 않는다. 만약 즐라탄이 거짓말을 했다면 진실이 틀린 것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 사람은 끝난 것이다" - 즐라탄이 숱한 이적에도 늘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기반이며 내가 그를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내 스타일은 즐라탄스러움이다" - 자아정체성이 너무 뚜렷하다.
"경기결과를 신에게 물어보기가 어렵다고? 왜? 지금 보고 있잖나?" - 자신을 신이라고 지칭한다. 은근 자신에게 물어보길 기대했을 것이다. 대단한 사람이다.
"즐라탄은 오디션 따위는 보지 않는다" - 아스날이 입단 테스트를 요청하자 클럽에게 던진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절차인데 생각보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루니, 나와 동료가 되는 것을 추천한다" - 미친 사람 같다.
"사자는 인간처럼 회복하지 않는다" - 장기 부상을 당했는데 예상보다 2개월이나 일찍 복 귀하고 나서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이제는 그가 사자인지 신인이 헷갈릴 지경이다.
"내가 바로 세계 최고의 선수다" - 본인을 믿는다. 사람들은 메시와 호날두가 최고라고 하겠지만 즐라탄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참고로 즐라탄은 호날두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메시는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했던 적이 있다.
"포기는 내 옵션에 존재하지 않는다" - 도전 정신이 투철하며 본받을 만한 부분이다.
"너희가 즐라탄을 원해서 즐라탄을 보여줬다. 이제 다시 야구나 보러 가라" - 즐라탄이 미국 LA갤럭시를 떠나며 팬들에게 전한 말.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밈인지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것 같다.
"나는 즐라탄이다" - 이건 진짜 할 말이 없다. 그저 즐라탄스러울 뿐이다.
다 읽어 보았다면 확실히 제정신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면서 즐라탄이 포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저니맨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듯, 축구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도전으로 채웠다. 결과적으로 이적했던 팀마다 우승 트로피를 따냈고 그로 인해 우승청부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이런 즐라탄은 놀랍게도 즐라탄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팀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에서 전부 뛴 경력이 있다. 전체적인 클럽 경력을 보면 고국인 스웨덴의 말뫼를 시작으로 네덜란드의 아약스를 거쳐 유벤투스에 오며 이탈리아 생활을 시작했다. 유벤투스가 강등당했을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테르로 이적했고, 챔스 우승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이때 즐라탄에게 감독인 무리뉴는 '다음 시즌에는 인테르가 빅이어를 들 것'이라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떠났다. 하지만 무리뉴의 말대로 인테르는 해당 시즌 챔스 우승을 넘어 이탈리아 최초의 트레블까지 달성했다. 확실히 즐라탄이 신은 아닌 것 같다.
챔스 우승에 실패한 그는 이때 처음으로 산 시로(AC밀란의 홈구장 이름)에 오게 되었는데 2 시즌 있다가 프랑스의 PSG로 떠났다. 파리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낸 그는 계약 종료 후 맨유로 가려고 했다. 이유는 본인의 은사 무리뉴의 존재 때문이었는데 무리뉴가 맨유에 부임하자마자 전화로 "그래서 언제 가면 되죠?"라고 이야기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맨유에 도착한 그는 '내가 맨체스터의 신이 되겠다'는 말로 사실 아직 신이 아니었음을 인정해 버렸다. 이후에는 중국 구단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거절하고 미국에 있는 LA갤럭시로 이적했다. 이때 갤럭시가 제시한 연봉은 중국이 제시한 연봉의 약 90분의 1이었다. 역시 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으시는 도전의 황제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스웨덴-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잉글랜드-뉴욕-이탈리아' 순서로 돌아다녔던 것인데 부루마블을 방불케 하는 수준의 여행 실력이다.
그렇게 모든 여행을 마친 즐라탄은 황혼기에 접어들어 10년 만에 산시로로 복귀한다. 즐라탄이 복귀한 팀은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무너져 있었다. 하지만 우승청부사인 그와 함께한 밀란은 다시 한번 이탈리아 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우승 후에 라커룸에서 팀 동료들에게 전설적인 연설을 하게 된다. "밀란이 단지 밀라노의 주인이라고? 아니? 밀란은 이탈리아의 주인이다" 그렇게 그는 한 시즌 간 고생한 선수들에게 미칠듯한 낭만을 선사하며 그는 앞에 있던 테이블을 뒤집어 버렸다. 영원할 것 같던 상남자 즐라탄의 시간은 슬슬 멈추려고 하고 있었다. 늘 본인을 사자 혹은 신이라고 칭했던 그도 사실 사람이었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강하기만 할 것 같았던 사자의 은퇴식이 시작되었다.
즐라탄의 은퇴식에서 장내 아나운서는 "산 시로를 빛낸 11번의 사나이" 라며 즐라탄을 마이크 앞으로 불러냈다. 이어서 아나운서가 '즐라탄'을 선창 하자 관중들이 '이브라히모비치'를 후창 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그렇게 즐라탄은 본인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무대 위에 올랐다. 이때 수많은 관중은 물론이거니와 즐라탄을 동경하던 어린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상남자 즐라탄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의 눈물이 즐라탄의 은퇴를 보려고 밖으로 나왔던 것 같다. 그의 은퇴식은 원정 팀과의 경기가 끝난 후에 가진 자리였기 때문에 몇몇 원정팬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즐라탄스럽게 "실컷 야유하라, 나를 보는 것이 그대들에게는 올해 최고의 순간일 테니"라며 받아쳤다. 그 순간 산시로는 함성으로 가득 메워졌다. 확실히 난 사람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한 마디로 수 만 명을 압도해 버렸으니까 말이다. 이어서 즐라탄은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전진하는 밀란이여. 안녕!"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낭만적인 선수이자 스웨덴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평소 보여주는 거침없는 언변, 숨 쉬듯이 하는 상대방 디스, 과격한 행동 등과는 다르게 의외로 착한 면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생각보다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매우 가정적이다. 게다가 지속적인 기부도 하고 있다. 기부와 관련된 대표적인 일화로 스웨덴 지적장애인 축구 단체에서 즐라탄 사인 유니폼이 필요해 연락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즐라탄은 상남자 모먼트를 보여주며 이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러고는 "내가 모든 비용을 다 낼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며 기부를 했다. 이때 이유를 묻는 단체에게 "축구는 남녀노소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평등한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실제로 돈을 보내주었다.
다른 선수가 아닌 즐라탄이기에 이번 에피소드는 분량이 좀 많았지만 아직 하나 더 남았다. 즐라탄과 관련된 밈인데 평소 자신감 넘치고 상남자인 그를 신격화하며 만든 것이니, 가볍게 웃으면서 보면 될 것 같다.
즐라탄은 죄송하면 군 생활이 끝난다.
"즐라탄은 중대장에게 실망했다."
5살 즐라탄이 미아보호소 직원에게 물었다. "길을 잃었니?"
즐라탄이 키우는 소는 외양간을 고친다.
즐라탄이 산타에게 말했다. "울면 안 돼"
"수업 시간에 자꾸 떠들 거면 나가 있어" 즐라탄이 선생님에게 말했다.
즐라탄이 태어났을 때 간호사들이 우렁차게 울었다.
즐라탄이 손을 씻으면 비누가 깨끗해진다.
즐라탄은 떡하나 줘도 잡아먹는다.
즐라탄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커서 뭐가 될 거니?"
즐라탄이 집을 떠나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제 당신이 가장입니다"
"배달팁 주세요" 즐라탄이 라이더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즐라탄에게 말했다. "옛날 얘기 해주세요"
"몇 대 맞을래?" 지각을 한 즐라탄이 선생님에게 물었다.
변호사는 즐라탄을 선임할 수 있다.
즐라탄의 아버지 이름은 즐라탄 주니어이다.
즐라탄이 행보관에게 물었다. "전문하사 할래?"
아버지의 월급을 뺏으며 즐라탄이 말했다. "대학 가면 줄게"
즐라탄이 부모에게 말했다. "둘이 결혼해라"
스웨덴의 국적은 즐라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