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항구도시, 인천 대신 keelong 지룽
주말 저녁, 다음날 다시 출근, 등교 지옥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겨냥하듯, 일요일 저녁부터 온 세계 지역의 패키지여행 홈쇼핑 프로그램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패키지보단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참 고맙고 미안하게도 나는 여행지를 선정하고 루트 짜기 전, 대형 여행사를 방문하며 그들의 일정표를 한번 쓱 살펴본다.
처음엔 호기심이 한 나라, 한 군데의 도시를 계획하지만, 난 맘에 들었다면, 여러 번 다시 여행으로 간다. 익숙하지만 낯선 그곳에서 애쓰지 않아도 발길이 닿는 곳이 여행이 되고, 또 먹게 되는 음식들에서 괜스레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대만 타이베이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지역인 지우펀, 스펀, 예류, 진과스 소위‘예스진지’ 투어라고 불리는 곳이 있지만, 오늘은 이미 대만을 두 번 이상 다녀온 분들 그리고 좀 더 여유로운 대만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기차로 1시간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대만 근교 도시 ‘지룽’ ‘keelong’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룽은 대만 지인 부부가 사는 곳으로, 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타이베이가 서울, 지룽 (현지발음으로 기롱)은 부천쯤 된다고 생각하면 되고, 항공모함도 정박할 수 있는 커다란 항구가 있는 도시로서, 인천 같은 분위기라 표현한다.
아주 귀에 쏙쏙 박히는 명쾌한 지리 설명이다.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지하철이 아닌 대만 철도 TRA를 타고 이동한다. 지하철관 다르게 지상으로 이동하니, 도시를 막 벗어나면서 뭔가 더 초록 초록한 소도시 모습에 괜히 힐링되는 느낌이다.
내가 느낀 지룽은 대만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 문단속의 한 장면과 같이 본 것 같은 차분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도시들이 가는 길 내내 펼쳐진다. 지룽까지 기차가 연결되지만, 난 대부분 베이푸역에 내려 개인적으로 이동했다.
지인 덕분에 베이푸의 작은 도시 길거리 마켓과 멋진 바다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차량 렌트가 가능하다면 베이푸를 찍고, 지룽의 바다뷰 명소에서 세차게 치는 바다도 감상하고, 바닷길 산책도 추천한다. 다시 지룽으로 돌아오는 길 형형색색 컬러로 건물이 색칠되어 있는 작은 어촌마을 청빈항에 들러,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대만의 겨울은 전혀 춥지 않고, 눈 따윈 절대 볼 수 없는 온화한 기후라지만, 현지인들에겐 한파와 같은 추위이다. 모두 패딩을 입고 꽁꽁 싸맨다. 섬나라의 특성상, 바람도 정말 많이 부니 겨울철 대만에 방문한다면 스카프와 패딩, 겨울 코트를 필수이다.
여유로운 오전을 보내고, 베이푸에서 똑같이 만나 함께 청빈항으로 향했다. 그날도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씨였다. 사진처럼 날이 흐릿했지만, 청빈항의 색동 풍경은 흐린 날씨와 대조되어 그런지 더욱 운치 있는 기분이다.
현지 해산물 맛집에 방문한다. 로컬 덕분인지 프로페셔널하게 다양한 요리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외식 문화가 발달한 대만 답게, 어떤 커다란 원형 테이블은 족히 성인 열두 면은 충분히 앉을 수 있는 크기다. 우리도 6인석 정도 되어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여러 음식을 기다린다.
대만 음식이 참 재미있는 건, 취두부나 독특한 향신료를 넣은 음식 몇 가지를 제외하면, 한국인에게 맞는 음식들이 많다. 소소하게 전분문, 생강, 마늘, 소금, 후추 정도로 요리한 음식이 꽤 많았고, 튀긴 음식보단 볶은 요리들이나 어떤 비법 덕분인지는 몰라도 크게 느끼하진 않았다. 전 날 야시장의 취두부 냄새에 체한 남편도 흰 살 생선이 들어간, 국물요리도 잘 넘긴다.
칼바람이 불던 날이었지만, 영하 10도 이런 추위가 아니기에 소화시키기 위한 산책 정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청빈항을 방문했던 날은 바로 단수이로 넘어가느라 지룽 야시장을 방문하진 못했으나, 여러 번의 대만 방문 중 지룽역 근처에서 야시장과 소소한 시내를 구경하며 현지인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지룽역에 내리면 할리우드의 대만 버전 ‘keelong’을 마주칠 수 있다. 언제나 대형 선박이 정박되어 있어 사진 찍기에 더욱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이곳의 진풍경을 야경인데,
‘keelong’ 표지판이 있는 작은 언덕을 마주하고 있는 쇼핑센터 옥상에 가면, 더욱 예쁜 지룽 시내를 볼 수 있다. (바로 위의 사진이다.) 쇼핑몰도 규모가 꽤 큰 편이라, 쇼핑하기도 편리하고 깨끗하다. 처음 방문했을 때의 지룽 쇼핑몰은 일본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이 깔끔하고 정돈된 그리고 따뜻한 성품의 대만인들의 생활에 동화된 것 마냥 편안한 느낌이 있는 곳이었다.
쇼핑몰의 뒤편엔 대만 5대 야시장 안에 든다는 ‘지룽 나이트 마켓’이 있다.
역시 복잡한 수도를 벗어나서 그런가, 더욱 큰 규모지만 가게 간격도 넓고, 뭔가 더 쾌적하다.
저녁이 되면 나이트 마켓의 입구 공중에 주욱 늘어서 있는 홍등이 켜지는데,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지룽 사람들은 매일 동네 행사처럼 야시장이 있으니, 하루의 시름을 이곳에서 서로 좋아하는 메뉴 이것저것 나누며, 시원한 맥주 한잔에 털어 버릴 수 있는 곳일 것 같다.
지룽 야시장은 돼지고기가 가득 들어간 소시지가 유명한데, 소시지를 구매하면 바로 옆에 생마늘은 집어갈 수 있게 마련해 두었다. 소시지 한 입과 작게 베어 씹는 마늘의 맛은 정말 꿀조합이다. 시장을 살짝 벗어나면, 시먼딩에서 줄 서서 먹던 곱창 국수를 파는 집이 나오는데, 이곳이 훨씬 진국이다. 게다가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 지룽에 온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타이베이에서 저렴한 가격의 기차표로 1시간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바닷가 동네 지룽은 역동적이고 언제나 흥을 돋구는 도시의 타이베이 여행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싶다면 망설이 없이 강력 추천하는 대만의 또 다른 명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