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현지 식사문화
대만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한다면 매일 저녁 야시장에서 현지 분위기 만끽하는 것이 필수 코스이다.
대만의 동부 해안의 지우펀, 스펀, 예류를 방문하는 것이 필수라면, 매일 야시장 방문은 그냥 우리 집 현관문을 통과해야만 방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당연함이다.
대부분의 야시장에서는 온갖 튀김, 전, 구이요리와 같은 메인 메뉴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와 같은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옷, 잠옷, 핸드폰 용품 등 우리의 다이소와 같은 잡동사니 가판대, 점보는 곳, 탕후루의 본고장답게 여기저기 탕후루를 만들어 파는 곳도 있다. 이곳이야 말로 전 세계 음식이 모여있는 음식 백화점이자 박물관 같다. 야시장의 꽃 풍선 터트리기, 물고기 잡기, 새우 잡기까지 아이들과 어른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하나를 추천하자면 대만 야시장에 오면 꼭 마셔야 하는 ‘동과차’를 1인 한잔씩 들고 야시장을 구경한다. 여름이던 겨울이던 이 동과차를 보리차에 흑설탕을 살짝 넣어 만든 맛으로, 구수한 달달함이 매력적이다.
진작부터 모계사회로 아내들의 사회활동과 대만 시내 주택 지역의 주방 시설을 이유로 퇴근하고 저렴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타이베이 시내 곳곳에 생기며 자연스레 야시장이 생기게 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루러우판 (돼지고기 덮밥, 우리네 밥공기 사이즈)이 한 그릇에 약 1800원 정도, 메인고기 또는 생선과 모닝글로리, 양배추 볶음 등 채소 한 가지를 곁들여 먹는 문화이다. 10년 차 주부의 입장에서 현지 물가를 비교해 보면 정말 차라리 이렇게 사 먹는 게 좀 더 경제적일 수도 있겠고, 퇴근 후 지 아내의 저녁 준비 후의 고단함과 짜증이 섞인 저녁 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미 유명한 스린 야시장도 있지만, 이제는 ‘나만의 야시장 리스트’에서 빠져버린, 닝샤 야시장, 홍등이 매력적인 라오허제 야시장, 반차오 야시장 그리고 지룽시의 정말 큰 야시장, 나이트 마켓과 동부 해안가 도시의 작은 야시장, 화롄의 야시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지룽시를 오가며 유명하진 않으나 동네마다 있는 주말 다양한 야시장을 다녀보며 타이베이인들의 활력과 나이트 마켓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는 모습이 우리의 정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가 느껴졌다.
남편은 나를 만나고 대만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이름의 발음 덕분에 대만 지인들은 ‘타이환’이라고 남편을 부른다. 먹는 것에 그렇게 까탈스럽지 않은 사람이나, 대만 야시장에서 재미난 추억이 있다.
닝샤 야시장은 소위 ‘먹거리 천국’이다. 한국 사람들이 슬슬 대만의 스린 야시장을 자주 방문하던 시기, 대만 현지 언니가 데려가 준 아주 한적했던 로컬분위기의 야시장이다. 중산역과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 근처에서 숙박한다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 대만의 치안은 안전한 편이므로 늦은 저녁까지 맘 편하게 소화시키고 운동할 겸 자주 걸어 다녔다.
다시 돌아간 2023년도의 닝샤 야시장은 좀 더 현대화가 되었고, 음식 카트들이 일렬로 세워져 길을 만들고 있다. 다만 정말 많은 현지인, 여행객들이 부모며 음식을 사고 기다리는 것도 힘든 상황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저녁에 야식 메뉴로 즐길 수 안주 메뉴들과 맛있는 빙수집들도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아무튼 닝샤 야시장을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그 음식카트가 만들 길에 들어서면 약 500m를 꼼짝없이 앞만 보고 걸어야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기름진 음식에 차가운 맥주를 한 드럼은 마셔 댔으니 속이 정말 좋지 않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며 인파에 들어 선 순간, 첫 가게의 취두부 냄새를 맡더니 어서 빨리 통과하자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나는 그냥 내가 맡았을 때 불편한 정도겠거니 싶어, 인파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걸으며 요리조리 구경을 했다. 저녁 야식 거리는 패스하고 손바닥만 한 풀빵 두 개를 집었다.
그렇게 짧은 구경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도, 자꾸 취두부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한다. 아무리 남편이라도 같은 소리를 30분 하니 이거 원..... 상상에 맡기겠다.
호텔로 돌아와 마스크를 벗고 이제야 숨을 쉬는 남편.
“어, 이거 이상한데? 바로 괜찮아.” 라며 다시 마스크를 쓰고 테스트를 하려는 찰나.
“악, 마스크에 취두부 냄새가 배었네.”
덤 앤 더머의 캐릭터처럼 30분 넘게 취두부향이 베인 마스크를 끼고 투덜대던 자신이 웃겼은지, 한참을 배를 잡고 웃는다. 이런 소박한 양반. 웃을 일이 많아 좋겠어.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반차오 나이트 마켓이다. 지인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고 항상 대만 오면 방문하는 곳이다. 한국인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야시장이나, 규모는 꽤 크다. 그래서 되려 이곳에서 즐기는 걸 선호한다. 새해에 현지인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한껏 설날 단장을 한 반차오 마켓에 방문했다.
2023년도 설날이었으니 토끼해였나 보다. 시장과 시장 근처 설 당일까지 쉬고, 점심부터 대부분 정상 운영을 시작한 타이베이는 나이트 마켓도 정상 영업 중이다. 대만의 또 기가 막힌 주부를 위한 문화가 있다.
명절 당일 점심까지 집에서 먹고, 저녁은 열명 이상의 대식구들이 무조건 외식을 하는 문화다. 그래서 명절에 방문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차라리 우리처럼 명절 당일 점심까지 잘 해결하면 맛집 가는 것은 문제없다.
대만의 야시장 문화는 활력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도 집 근처 시장에 간다고 하면 아이, 어른 누구나 할 것 없이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즐기고 저렴한 가격에 양손 가득 무언갈 들고 돌아올 모습을 상상한다. 대만인들은 퇴근 후에 고된 하루를 야시장의 소소한 백반과 타이완 맥주 한 캔으로 서로의 하루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다시 힘을 얻고 내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