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와 함께 가기 좋은 대만 여행지. 2

대만 화련 기차여행

by Beige 베이지


KakaoTalk_20241205_210640846_05.jpg 대만 화련 청수단애
KakaoTalk_20241213_222313605_06.jpg

약 십 년 전이었던가, SBS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이자,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로 한국인들에게 유명해진 화련. 대만의 지형은 흡사 제주도와 같이 섬의 중앙에 높은 산이 있고, 섬 전체가 높은 산맥이 바다 아래까지 점점 낮아지며, 그 지대에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화련의 타이루거 협곡은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전부 장엄한 협곡의 풍경에 감탄했었다.

타이베이 타로코 협곡의 이름에는 비밀이 있다. 우리에게 당일치기 투어 상품명이 ‘타이루거+청수단애+장춘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대만어로 ‘타이루거’는 ‘타로코’라고 한다. 나도 타이 베이 발 마사지를 받으며 로컬분들에게 타이루거를 다녀와서 피곤했다고 얘기하니, Taiwaness로 ‘타로코’가 올바른 표현이라며 정정해 주었다. 따라서 이젠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로코 협곡’으로 불러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여행의 기본을 날씨다. 작년 11월 말 경 엄마를 모시고 갔던 대만의 날씨는 트렌치코트를 입을 정도의 날씨였던지라 엄마를 모시고 타이베이 도시를 떠나 조금 멀리 가기에 부담 없던 날이었다.

예전 5,6월 방문에도 뜨거웠던 타이베이, 당시 예류, 스펀, 지우펀 등 유명했던 관광지들은 모두 다녀오신 상태이고, 조금 덜 걷지만 대만의 자연풍경을 보고 싶어 하던 엄마를 모시고 화련 기차여행을 택했다.


엄마와의 4박 5일 여행 중 두 번째 날, 날은 춥지 않았지만,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비도 내리고 1인 한 개씩 큰 캐리어를 끌고 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우버를 이용했다. 아침 9시 기차 타기 편하도록 우리는 메인 스테이션에서 약 1.2km 정도 떨어진 곳에 숙소를 정한 보람이 있다.


금요일 오전이라 기차를 타고 우리처럼 지방 여행 가는 사람이 적어서 인지, 다행히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처음 계획을 세웠을 땐 화련과 타이베이의 중간의 ‘이란현’이라는 소도시에서 1박을 할까 고민했었다.

이란부터 화련까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예쁜 숙소들도 많고, 정말 ‘릴렉싱’할 수 있는 숲 속 숙소들도 많이 보여, 반짝이는 타이베이의 도심에서 벗어나 ‘쉼’을 필요로 하는 목적의 해외여행이라면, 대만 이란현을 들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은 굉장히 크고 깔끔하다. 지룽에 다닐 때 기차를 종종 탔으나, 이렇게 지방을 내려가기 위해 오니 정말 로컬이 된 기분이다.

타이베이에서 화련까지 기차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식사를 하시는 엄마를 위해 유명한 타이베이 철도청 도시락을 사 들고 탑승했다. 기차표는 우리 코레일처럼 대만 철도국 홈페이지에 미리 접속하여 예약하였다. 좌석도 지정이 가능해 엄마가 화장실 이용하시 편한 곳에 자리 잡았다.


하필 또 자연 풍경 감상하러 가는 날 비가 내리니 조금 아쉬웠으나, 화련으로 내려가는 동안 비는 멈추었다.

KakaoTalk_20241213_222653710_03.jpg 대만 기차여행 철도 도시락



그렇게 화련에 도착하고, 미리 예약한 택시투어를 이용했다. 화련역에서 바로 택시기사와 조인할 수 있었다. 일반 택시였으나 kk day에서 판매하는 데이투어 상품을 이용했다.

기차역에서 나오면 오른편에 택시들이 서 있는데, 그곳에서 기사님을 만났다. 바로 캐리어도 택시에 싣고 여행을 시작하였다. 칠성담 해변을 시작으로 타로코 국립공원, 청수단애까지 가는 루트였으나, 우리는 타로코 협곡 워킹투어와 다리까지 다녀오고 호텔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비가 내린 날씨 탓인지, 첫 번째로 들른 칠성담 해변은 잔잔한 파도가 아닌 열정적인 푸른 파도가 가득 차 있었다. 사진 찍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긴 했지만, 타이베이에서 보기 힘든 소위 대만의 동쪽 바다는 정말 푸르고 예뻤다. (아, 비슷한 바다를 토니가 보내주긴 했다.)

엄마 모시고 오기 전 설날의 남편과의 여행에서도 타로코를 다녀왔는데, 꼭 엄마에게 이 대만의 푸른 바다를 보여 드리고 싶었다.


KakaoTalk_20241206_192837251.jpg 타로코 협곡




칠성담 해변을 찍고, 약 25분을 산길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면 타로코 협곡의 시작점이다. 먼 거리는 아니나 택시 기사님의 계약된 장소인지 입구 근처의 노점에 들른다. ‘샹창’이라 불리는 대만의 숯불구이 소세지향을 배가 불러도 먹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기사님 몫까지 소시지를 사고, 옆에 서비스로 제공되는 생마늘도 조금 집어 협곡 아래를 보며 소시지를 맛있게 먹었다.



KakaoTalk_20241213_222313605_01.jpg


타로코 협곡 트래킹은 30분 채 걸리지 않는다. 굳이 등산복 차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네 대관령 언덕의 아스팔트길 따라 올라가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입구에서 혹시 모를 낙석사고에 대비해 모두 헬멧을 쓰고 올라가도록 헬멧 대여소가 있다. 당연히 무료 대여이고, 트래킹 끝날 때 즈음 회수하는 곳이 있다. 우리는 헬멧을 쓰는 것만으로도 괜히 재미있었다. 층층이 쌓인 거대한 협곡을 걸으며, 평소 사진을 찍지 않던 엄마도 사진 찍으시고, 타이베이에 오셔도 대만 현지분들 인솔로만 다니시던 여행보다, 훨씬 재미있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오게 되어 참 좋다고 하셨다. 대만 화련 기차여행은 평소 기차를 타시지 않은 엄마에게 기차 여행 감성과 낯선 곳을 향한 설렘 그리고 즐기기에 아주 적당한 거리에 장엄한 풍경에 이번 화련 여행은 대만족이다.

시내 숙소로 돌아와 짐을 푼다. 파셜오션뷰라 창가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여유롭고 한적한 화련 시내는 타이베이 대비 가격은 좋고, 룸은 엄청 넓고 쾌적하다. 짐을 풀고 이제 슬슬 저녁 식사와 대만 최대 야시장이라는 화련 야시장 ‘동대문 야시장’ 방문을 위해 다시 나섰다.

대만에서 가장 면적이 큰 화련현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산다고 한다. 덕분에 어딜 가도 많이 붐비지 않고, 야시장도 마주 보는 매장들의 간격이 매우 넓어 미국의 카니발을 온 것 같았다.



엄마와의 화련 여행 중 가장 높은 난도 퀘스트인 엄마 입맛에 맞는 식당 찾기이다.

익숙한 맛을 먹을까 고민하다 바닷가 지역이니만큼 남동생이 해산물 요리를 먹자고 제안한다. 슬슬 구글맵을 켜도 주변 seafood restaurant 키워드로 검색하니 많은 곳들이 나온다. 그중 가장 가까운 곳을 택했는데, 워낙 이른 시간의 저녁이라 그랬는지 우리가 첫 손님이다. 족히 8인 이상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열 개 이상 보이는 걸 보니, 평타는 치겠지!라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조개, 오징어, 생선 그리고 다양한 채소들을 직접 선택하면 이곳의 레시피대로 조리해 준다.

동생과 함께 수족관 쪽으로 다가가 종업원과 메뉴를 선택한다. 서로의 언어소통이 어려워, 수족관의 해산물들을 직접 손으로 집으며 얘기하는데 정말 재미있던 경험이다. 유쾌한 종업원 덕분에 저녁식사에 대한 리스크 마음의 부담에서 기대로 바뀌었다. 채소요리를 하나 추가하려 옆에 있는 기다란 초록 채소를 손으로 가리켰더니, 한 다발을 다 볶아주냐며 흔들어 보여주기까지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고, 대만 특유의 향신료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우리네와 비슷하게 생선 특유의 잡내를 잡기 위해 생강과 마늘을 많이 넣어 조리하여 입맛에 잘 맞았던 게 아닐지 싶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니 약 6시경 슬슬 로컬분들이 들어오시는데, 전부 큰 모임인가 보다. 나오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선택이 만족스러워 기분 좋게 나왔다. 엄마와 함께 화련에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이 식당을 소개하고 싶어 구글 지도를 켜고 주변 시푸드 레스토랑을 찾았으나, 전부 너무 비슷하다. 화련을 방문한다면, 해산물 요릿집 키워드로 검색해 방문한다면 웬만하면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KakaoTalk_20241213_222653710.jpg
KakaoTalk_20241213_222653710_01.jpg
KakaoTalk_20241213_222653710_02.jpg < 화련 해산물 레스토랑의 음식들>



저녁을 먹고, 슬슬 걸어 대만 최대 야시장이라는 화롄 야시장을 방문했다. 적은 인구 탓일까 역시나 넓고 쾌적하니 무언갈 구경해도 여유롭다. 이곳에는 구운 옥수수가 유명하다고 하니, 디저트 삼아 하나 사 본다. 사실 나는 절대 맛집이나 무언갈 구매하기 위해 줄 서는 성격은 아니나, 이 옥수수는 번호표 뽑고 다른 곳을 다녀와도 되는 훌륭한 시스템이기에 시도해 본다.

낮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은 저녁이 되어도 아직 남아 있었지만, 걷기 딱 좋은 11월의 화련의 저녁 마실이었다.


화련에서의 풍경을 즐기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나니, 다음날 타이베이 대도시로 돌아가 남은 2박 3일의 일정을 신나게 보낼 기력이 생겼다.

keyword
이전 05화대만에서 특별한 곳이 가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