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취향 저격 그리고 솔직한 피드백. 1
부모님과의 여행은 비행기 탑승부터 하나하나 눈빛과 말투에서 컨펌을 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퀘스트를 깨는 느낌이다. 따라서 그들의 needs를 미리 정확히 파악하고, 고객 만족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인데, 대놓고 바로바로 직접 컴플레인을 하시는 고객이시라, 여행 계획 전, 충분한 대화와 ‘나는 다 괜찮다. 니들 좋을 대로 해라.’라는 멘트의 함축적인 의미를 깊게 생각하고 분석하여, 프러포즈를 해야 하는 것이 ‘가족 여행’이다.
2023년 가을 남동생과 엄마와 함께 대만을 다시 방문했다. 매 번 아빠의 비즈니스차 함께 오셨기에, 세세하고 소소한 도시 투어를 해보시지 못한 모양이다. 게다가 이식환자인 우리 엄마는 불과 코로나 직전부터 수술 후 건강이 안정이 되면서부터 해외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60대 엄마와 30대 자녀가 함께 가기 좋은 타이베이와 근교여행 그리고 엄마가 드셨을 때 피드백이 나쁘지 않았던 식당들의 정보도 공유해 보고자 한다.
11월 여행 전, 10월의 도쿄 여행에서 하루 2만 보 이상 걸었던 것에 학을 뗀 우리 엄마. 워낙 도쿄 자체가 택시비도 비싸고, 이동 시 택시보단 지하철이 신속하기에 선택했는데, 여행이 끝나고 엄마의 눈의 실핏줄이 터져 버렸다. 이런, 너무 죄송했다. 후문은 돌아와 짐을 풀며, 다신 이것들과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선포하셨다. (그땐 언니와 나, 엄마의 조합)
그래서 타이베이 여행은 일본 대비 비교적 저렴한 물가와 교통비 그리고 성인 3명이 지하철을 끊고 두 세 정거장 가는 것과 택시 타고 이동하는 가격이 비슷하여 주로 우버 택시로 공항부터 시내까지 이동하며 60대 엄마와 편안히 다닐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2023년도의 타이베이 여행은 1월 구정 그리고 11월 하순의 늦가을, 즉 시원했을 때 방문했다. 그전엔 남편과 대부분 여름휴가를 즐기러 떠났으나, 내가 선택한 타이베이의 베스트 날씨는 우리나라 가을, 겨울이다. 그래야 베이터우의 프라이빗 온천도 조금은 서늘한 날씨에 더욱 즐기기 좋을 것 같고, 아무래도 온화하나 한 여름의 뜨겁고 습한 날씨의 가족 여행보단 화목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4박 5일의 엄마와의 타이베이 여행. 기존에 지우펀, 예류 등 예스진지 투어는 이미 여러 번 다녀오셨으니, 이번엔 좀 더 멀리 떠나본다. 엄마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그 ‘한식’도 자주 사 드리고, 최대한 엄마의 피로가 덜 누적되도록 만전을 기한 여행으로 계획했다.
첫날은 타이베이 시내에 머물렀다. 다음날 타로코(타이루거) 협곡, 화련행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에 트리플룸 숙소를 잡았다.
오후에 도착하여 체크인 후 우버 택시로 5-10분이면 중산역 미츠코시 백화점, 시먼딩까지 갈 수 있는 좋은 위치였다.
엄마는 이식환자에 당뇨까지 있으셔서 식사시간과 식사 종류가 매우 중요하다.
TV 속 광고처럼 “나는 뭐든 잘 먹는다.” ,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너희 먹고 싶은 것을 먹어라.” 하시지만 식당에 도착해서 매우 불만을 표시하시는 전형적인 엄마이시기에 , 나는 이동 중 계속 식당을 찾는 게 아주 커다란 미션이다.
첫날 우리의 늦은 점심은 중산역 미츠코시 백화점에 위치한 딘타이펑이다. 영국 문화권인 뉴질랜드의 삶이 익숙한 나는 ‘딤섬’, 즉 얌차 ‘YUM-CHA’ 식문화가 익숙하다. 완벽한 얌차는 아니지만 한국보다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딤섬 레스토랑은 대만에 올 때마다 잊지 않고 방문하는 곳 중 하나이다.
엇. 생각보다 엄마가 즐기고 계신다. 입에 맞으신다고 한다.
오늘 남은 일정은 나이스다. 엄마와의 여행에서 메뉴 선택과 그녀의 만족은 남은 여행의 하루 일정을 좌지우지한다. 비록 다음 식사는 동생과 내가 가고 싶어 하는 타이베이 대표 훠궈 식당인 ‘마라훠궈’라 벌써부터 긴장되지만, 우선 만족이다.
좀 더 릴랙스 한 여행을 즐기시는 엄마와의 타이베이 여행이라면, 점심은 미츠코시에서 해결하고, 백화점을 한 바퀴 돌면 시간이 금세 간다. 게다가 중산역에서 숙소까지 약 1KM 정도 거리였는데, 숙소까지 오는 뒷골목은 소소한 소품 가게들과 아늑한 카페들이 모여 카페거리를 형성하고 있어, 엄마와 예쁜 소품들도 구경하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며 걸어오면 금세 하루가 간다. 우리 중 가장 형편이 좋은 건 우리 엄마니, 중간중간 엄마의 초이스에 격한 추임새와 반응을 보인다면, 내 여행가방도 두둑하게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엇, 까다로운 코리안 마더 ‘마라훠궈’를 즐기시다니, 내일 일정도 합격.
저녁으론 남동생이 제안한 ‘마라훠궈’를 가보려 한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꼭 잊지 말고 방문해야 할 식당은 훠궈, hot pot 레스토랑인데, 육해공 다양한 샤부샤부 재료부터 하겐다즈, 모벤픽 같은 유명한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무한리필로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코로나 전 우리는 대만 현지 친구들의 소개로 중산역의 ‘천외천’ 레스토랑을 즐겨 갔지만, 이젠 없어졌는지 구글에서 도저히 찾아지지 않아, 가장 무난한 시먼딩의 마라훠궈로 향했다.
엄마는 역시나 괜찮다고 가자 했지만, 남동생과 나는 몇 번을 머뭇거렸다.
“그래, 못 드시면, 우리나 후다닥 먹고 나와서 한식당 가자!” 했는데, 이게 웬일?
엄마가 너무 잘 드신다. 고기 종류도 잘 드시고, 양배추도 국물에 팍팍 잘 익혀서 드신다. 게다가 자기만의 소스를 만들어 즐기는 마라훠궈에서의 소스 만들기도 재미있어하시니,
아주 다행이긴 하다만, 달고 짜서 일본 가서 전혀 못 드시던 엄마의 취향이 대만일 줄은 몰랐다.
아침 비행기로 오느라 일찍부터 움직인 우리는 훠궈 저녁을 먹고 중산역에서 가까운 닝샤 야시장에 들러 타이베이 야시장 분위기를 느껴보고, 내일 아침 다시 일찍 화련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첫날 일정을 이른 저녁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