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의 카페놀이
혼.커하기 좋은 숨겨 놓은 카페들
타이베이 골목에서 마주한 조용한 카페의 여유
대만은 생각보다 디저트와 제과 문화가 무척 잘 발달된 나라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인지, 맛의 균형이나 완성도 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곧 커피의 품질로도 이어진다. 카페 문화가 생활 깊숙이 스며든 도시답게, 웬만한 카페에서는 괜찮은 커피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럽이나 미주 지역을 여행할 때마다 느낀 건, 의외로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분명 유명한 카페임에도 너무 시거나 과하게 볶은 원두, 혹은 밋밋한 맛으로 실망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대만, 특히 타이베이의 카페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 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고, 그와 어울리는 디저트도 빠지지 않는다.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커플 여행을 계획할 때, 빠질 수 없는 일정 중 하나는 바로 카페 방문이 아닐까 싶다. 여행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서는 시간, 그 조용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카페라는 공간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번에 타이베이를 여행하면서, 조용히 혼자 산책하다 커피 한잔과 함께 사색에 잠기기 좋은 장소들을 몇 곳 만났다.
1. 충효신생역(중샤오신셩역) 뒷골목과 화산1914 근처
타이베이라고 하면 흔히 시먼딩이나 타이베이 101 같은 대표적인 관광지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타이베이의 진짜 매력은 그보다 조금 덜 알려진, 소박한 골목골목에 숨어 있다. 충효신생역 근처는 바로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호텔 조식 대신 골목 안쪽의 작은 카페에서 아침을 시작했다. 다양한 샌드위치나 토스트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 따라 선택의 폭도 넓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한 카페의 분위기와 가격대였다. 마치 타이베이의 ‘카페계 김밥천국’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었던 이 카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 보였다.
가장 기본적인 조합은 잼을 바르지 않은 흰 식빵 두 조각을 살짝 구운 토스트와 블랙 커피. 가격은 말 그대로 착했다. 여행 중 어떤 날은 거창한 브런치보다, 이렇게 담백하고 단순한 식사가 더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이곳은 마치 집에서 아침을 먹는 듯한 편안함을 주었다.
조금 더 걸어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 근처로 가면, 또 다른 분위기의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은 과거 공장 부지를 예술과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으로, 감각적인 디자인과 빈티지한 매력이 공존한다. 이런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감도 높은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특히 평일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방문하면 관광객도 적어 더없이 조용하고 좋다.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호흡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타이베이의 골목 카페는 그런 여행자의 발걸음을 조용히 받아주는 공간이었다. 익숙한 듯 낯선 도시의 공기를 마시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순간이, 여행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2. 동먼역 융캉지에 — 북적이는 메인 스트리트와 고요한 골목의 조화
타이베이 동먼역 근처의 융캉지에는 언제나 북적이는 활기찬 거리다. ‘총촤빙’으로 유명한 디저트 가게부터, 세계적으로 알려진 딘타이펑 본점,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은 우육면 맛집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밀집해 있어, 여행자들 사이에선 꼭 한 번쯤 들러야 할 명소로 통한다.
그러나 융캉지에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유명 맛집에 있지 않다. 마치 서울의 인사동처럼, 도심 한가운데에서 클래식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현대적인 도시의 흐름 속에서도 옛 타이베이의 골목 감성을 간직한 이곳은 천천히 걷다 보면 소소한 발견이 쌓이는 곳이다.
특히 구글 맵에 ‘카페’를 검색해 메인 스트리트를 벗어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조용하고 아늑한 카페들이 다수 숨어 있다. 과거에 화산 모양의 글라스에 초콜릿 용암이 흘러내리듯 장식해주던 감성 카페를 방문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이후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캉지에는 여전히 작고 개성 있는 카페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잠시 북적이는 거리에서 벗어나 골목 안 조용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타이베이 여행 속 작지만 특별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사진 구글맵3. 쓰쓰난춘
쓰쓰난춘(四四南村)은 대만 타이베이의 신이구(Xinyi District)에 위치한 옛 군인 마을로, 현대적인 101타워와 대비되는 복고풍 분위기로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지역 중 하나이다.
주변에는 이곳 주변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많아 카페들이 많아 산책 중 잠시 들러 쉬어가거나 여유를 부리고 좋다. 고즈넉함과 반대로 깔끔한 인테리어와 부드러운 자연광이 인상적인 공간에서 은은한 커피 향이 더해져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어떤 까페는 예술적 감성이 묻어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지역 작가들의 수공예 제품이나 다양한 소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유로운 브런치 메뉴와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며 한적한 오후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쓰쓰난춘의 아날로그 감성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여행의 쉼표 같은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쓰쓰난춘의 카페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대만의 옛 정취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