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부 서류 면접 도전기
어쩌다 보니 신학기가 시작하기 하루 전, 이 글이 올라가게 되었다. 입학식날에는 많은 동아리에서 홍보를 할 텐데, 이 글이 교지부에 들어가는 좋은 계기이자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지부에 도전했던 나는 무모했고 충동적이었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내게는 너무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1년이었다. 교지부가 사라진 지금, 교지부가 아닌 다른 동아리를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교지부에서 활동을 후회한다기보다는, 교지부의 폐부가 아쉬워서 차라리 처음부터 교지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아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교지부 많이 힘들지 않냐고. 그래 그 말이 맞다. 교지부는 많이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직접 만든 '교지'가 나왔을 때 그 교지를 받는 그 순간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아직 학교에 '교지부'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교지부에 들어갈지 말 지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하길 바란다. 교지부는 단순한 동아리가 아닌 고등학교 생활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꽃이 되어줄 곳이니까.
내가 입학했을 무렵, 학교에 글 쓰는 (우선 선발) 동아리는 신문부와 교지부 2개가 있었다. 신문부는 별도의 명칭이 있었지만 교지부는 별다른 명칭이 없었다. 자랑이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우리 학교 교지부는 아주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교지부는 내게 있어서 아주 커다란 로망이었다. 학교의 역사 그 자체인 옛 교지에는 학교에 재직하신 지 수십 년이 넘어가시는 선생님들의 초임 시절을 엿볼 수 있었고, 그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건 교지부원만의 특권이었다.
2023년 3월 2일. 입학식날.
교지부 선배 두 분, 부장과 차장 선배가 단상에 올라오셔 교지부를 홍보하셨다. "교지부는 고등학교 시절 여러분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라는 말에 나는, 아 올해는 내가 교지부가 되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교지부의 존재에 대해 알자마자 교지부를 선택한 건 아니었지만, (신문부와 조금 고민했었다.) 조금 거창한 표현을 빌려 나는 교지부를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나 혼자 운명이라고 생각한들 시련은 찾아오는 법이다.
모든 우선 선발 동아리가 그렇듯 면접의 시간은 찾아온다. 특히 글 쓰는 동아리인 교지부와 신문부는 당연히 서류 면접부터 공을 들여야 한다. 어쩌면 2차 면접보다 서류 면접부터 나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보여주는 시간이다.
교지부는 무슨 질문을 던질까?
그리고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아래는 내가 교지부에 들어가기 위해 작성했던 서류 면접에 대한 1차 초안 사진이다.
지원 동기와 장점을 묻는 질문은 어느 동아리에서나 흔하게 묻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오직 '교지부'에서 물어볼 것 같은 질문은 무엇일까.
교지부가 학생들에게 물은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1. 지원 동기
2. 자신의 장점
3. 바라는 학과/진로
4. 교지부에 들어와서 쓰고 싶은 글
5.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과 그 이유
그리고 마지막이 '본인이 쓴 기사(800자 내외)를 보내주세요.'였다.
1번과 2번 질문: '나는 교지부에 적합한 인재입니다'를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은 대답하기 쉬웠다.
내가 왜 교지부를 꿈꾸는지 솔직하게 어필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실제로 제 글 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기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교지부를 통해 다른 부원들과 함께 서로의 기사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제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고 싶습니다. (......)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제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확실하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맡은 책임을 다하려고 합니다. (......) 또한, 성격이 밝고 명랑해서 부원들 사이의 관계 개선에 일조할 수 있습니다.'
교지부는 다른 동아리에 비해 '책임'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많이 요구하는 동아리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저 두 능력을 자신의 장점이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외에도 '글 쓰는 것(혹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쓰는 것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3번, 4번, 5번 질문: 모든 답변에 '통일성'을 나타내야 한다.
3번 질문에 '명확한 진로가 없다면 계열이라도 적어주세요'라고 적혀있었기에 나는 계열을 적었다. 명확한 진로를 적기에는 아직 완벽하게 결정한 게 없기 때문이다. 혹시 이것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적용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나와 함께 교지부에 입부한 모든 1학년들 대부분이 '명확한 진로'가 아닌 '계열'을 적은 학생들이었다. 물론 명확한 진로와 그에 상응하는 기사를 쓰면 매우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무리하게 진로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기사를 쓰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어 4번 질문, 5번 질문에는 3번 질문과 같은 계열의 답변을 했다.
예를 들어 '자연과학계열'이라면, '수소자동차'나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자신이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5번 질문인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역시 이러한 점을 나타내면 좋다. 다만 부디 자신이 직접 읽은 책을 적길 바란다. 읽지 않고 모르는 상태로 읽은 척 써서 내면 답변이 이질적일 뿐만 아니라 2차 면접에서 책 관련 질문을 했을 때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덧붙여 전문적인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정말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구나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통일성은 아래, 자신이 보낼 '기사'와도 연관된다.
우선! 기사를 쓰기 전에 '분량'에 겁을 먹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800자 내외'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었었는데, 사실은 A4 용지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굳이 800자를 꽉 채울 필요는 없지만 정성을 들여 쓴다면 800자 엇비슷한 분량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어떤 기사를 쓰는 것이 좋다.'라는 건 나 역시 잘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정말 자신이 관심 있는 걸 찾아서 쓰라는 것이다. 일부러 어려운 주제를 골라 쓸 필요가 없다. 정말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신중하게 골라서 그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 중 최근 화제가 되는 일에 대해 쓰는 것이 좋다. 대중들의 반응이 찬반으로 갈리거나, 사회적 이슈로서 꾸준히 언급되는 주제들 역시 좋은 주제이다. 마지막으로 왜 이 주제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쓰길 바란다.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동시에 가장 큰 기회이다.)
교지부가 언론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만큼,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니 그 어떤 질문보다도 정성을 쏟길 바란다.
서류 면접을 준비하면서 나는 무서웠고, 겁이 났었다. 이건 내 운명이라고 큰소리쳤지만 실제로는 마감일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피하고 싶었고 도망치려 했다. 나는 도전보다 실패가 두려웠다.
그리고 마감일 당일, 교지부 선배가 1학년을 반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지금 교지부 지원자가 1명도 없어서 홍보하러 왔어요. 저희 그렇게 어려운 동아리 아니니까 한번 도전해 보세요." 그 말에 나는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사람이 없다니까 일단 해보자.
절대로 사람을 겨우 글 몇 줄로 평가할 수 없다. 질문에 답변을 하는 내내 그렇게 되뇌었다. 그건 내게 자신감을 그리고 오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이 글에 나를 가장 잘 보여주겠어."
후회도 만족도 모두 도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교지는 글을 좋아하는 학생 모두를 반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믿고 일단 한번 도전해 보자.
교지부를 꿈꾸는 모든 학생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