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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앤 Mar 24. 2024

교지부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교지부원이 갖춰야 할 역량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교지부에 들어간 교지부가 멋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당하다. 멋있다고 느끼는 게 부끄러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신은 왜 교지부가 되고 싶은가?

'교지부'란 이름이 멋있어서? 생기부를 위해서? 단순히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거 하나만 명심하면 좋겠다.

교지부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재밌고 쉬엄쉬엄 할 수 있는 곳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부디 무른 생각으로 교지부에 도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겁을 주려는 건 아니다. 다만, 교지부는 다른 동아리에 비해 활동이 고되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동아리 시간에 활동을 끝내기는 어렵기에 개인의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일이 많고, 글을 완성하기 위해선 시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체력도 요구된다.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열정을 많이 요구한다. 그리고 그 열정을 품은 것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 열정을 실천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열정이 없다면 교지부에 들어오지도 마세요!'-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교지부는 힘드니까 들어오지 마세요!'라거나, '교지부는 강한 자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정말로 교지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듯, 오직 교지부에 입부할 확실한 계기,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 교지부원으로서 필요한 역량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교지부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도 그랬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 역량만 갖춘다면 모두가 교지부에 도전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 역량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상관없다. 선천적이라면 그 능력을 잘 발전시키고, 후천적으로는 개발시키면 된다.  


당연하지만, 사실은 가장 당연하지 않은


교지부 기자의 시작은 '글쓰기 실력'부터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전문적인 글을 써본 적도 없는데, 제가 교지부가 될 수 있을까요?"

"교지부가 되려면 글을 얼마나 잘 써야 하나요?"


네. 잘 써야죠. 잘 써야 합니다. 교지부니 까요.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과는 다릅니다.


우선, 질문이 잘못되었다. '얼마나' 잘 쓰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잘 써야 하냐고 물어야 한다. 교지부가 요구하는 글쓰기 실력은 갑자기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되라는 의미가 아니다. 기사의 기승전결과 주장이 뚜렷하다면 그건 잘 쓴 기사다. 상대가 읽었을 때 쉽게 이해되고, 막힘없이 쑥쑥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것 역시 잘 쓴 기사다. 기사에는 많은 것이 드러난다. 기자의 고뇌, 노력, 정성.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나는 글을 못 쓰니까 포기할 거야'라는 생각을 갖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막는다.


기자에게 글쓰기 능력은 당연하게 요구된다. 하지만 이는 교지부에 도전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교지부에 필요한 역량은 글쓰기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까.


교지부원은 무엇보다 '성실함'이 중요하다.


글쓰기 능력은 글을 많이 써볼수록 늘어난다. 교지부에서 활동하면서 글 쓰는 방법을 배우고, 좋은 기사에 대해 배우게 된다. 꾸준히 노력하고 요령 부리지 않고 열심히 참여한다면 분명 입부 초기의 기사보다 훨씬 더 나아진 기사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실함은 곧 자신이 맡은 기사의 책임감으로도 이어진다. 교지부에 들어온 이상 다른 누군가가 무언가를 해결해 주길 바랄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본인 스스로 해내야 한다. 팀원에게 조언을 부탁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기사를 책임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Q. 교지부에게 마감은 연말에만 있는 것 아닌가요?

A. 전혀 아니다. 마감은 모든 기획 (종류)에 따라 달별로, 또 팀별로 다르다. 그래야만 피드백과 수정을 거칠 수 있고, 더 나은 기사를 위해 회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모든 기사가 각각의 마감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기사를 완성했더라도 바로 다음 마감일이 기다리고 있는 일도 빈번하다. (예를 들어 같은 기획-ex) 특별 기획-임에도 팀별로 마감일이 달라서 한주 안에 마감일만 3일 연속인 (기사별로 마감일 D-1, D-2, D-3) 상황도 생기곤 한다.)


성실함은 교지부원의 최대 무기여야 한다. 이건,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마감일 전날에 몰아서 써도 되겠지.' '너무 피곤하니까 조금만 미뤄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좋은 기사를 작성할 수 없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건 자료 조사 부분에 큰 영향을 받는데, 오히려 기사를 쓰는 시간보다 자료를 숙지하는 것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자료 조사가 미숙한 상태에서 기사를 작성할 경우, 어느 정도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시간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약 제대로 자료가 숙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박하게 기사를 쓸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한 기사를 쓰게 될 것이다.


성실하게. 꾸준하게. 기사를 써야 한다.

비축분을 저장하고 종종 읽어보면서 수정할 부분을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


기자의 덕목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시작된다.


교지부는 기본적으로 회의의 연속이다. 이는 신문부도 마찬가지인데 동아리 시간에는 보통 '회의'를 진행하고 각자 집에서 기사를 작성한다. 이러한 이유로 교지부원끼리의 소통이 많이 요구되는데,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말을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건 누구나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부가적인 의견과 조언을 듣는 건 교지부원으로서 해내야 하는 일이다. 혹여, 반대 의견이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더라도 빠르게 수긍하고 대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단순히 회의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교지부에 입부한 순간, '나'는 학교에서 학생을 대표하는 '기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기자로서 여러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인터뷰 대상은 학생은 물론, 선생님 그리고 학교 외부인이 될 수도 있다. 대화를 주도하는 것은 기자인 '나'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떨려도 그것을 티 내지 않을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대화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교지부는 어려운 존재 일 것이다. 교지부 자체가 어색할 수도 있고, 혹은 교지부가 너무 크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교지부도, 교지부원도 모두 '나'의 또래로 이루어진 글 쓰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일 뿐이다. 그러니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고, 혹여 부담을 느낀다고 해서 도전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덧붙여 윗 '역량'들은 어디까지나 '저런 성향의 사람이 교지부에 적응하기 쉽다~'라는 얘기지 저 중 아무런 능력도 없다고 해서 내가 교지부에 알맞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으로, 즉흥적으로 기사를 쓰느라 고생한 적이 꽤 있었다.)


교지부가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이다.

일단, '그냥 툭'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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