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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앤 Apr 07. 2024

교지부는 회의의 연속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의의 하루♫

교지부에 들어와서 단연코 기대했던 것은 멋지게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기사를 술술 써 내려가는 내 모습이었다. 누구나 상상 속 기자는 그런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냉철하고 단호하지만, 그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기사를 쓰는 사람이 기자라고 생각했다. (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참 이상적이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교지부에 들어와서 한 활동 중 가장 오래 했던 것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름 아닌 '회의'이다.




나는 분명 기사를 쓰려고 들어왔는데, 자꾸만 동아리에서는 회의만 해요.


학교에서 주어지는 동아리 시간에 교지부는 무슨 일을 할 것 같은가? 멋있게 노트북 좌판을 두드리면서 기사를 쓰거나, 교지의 디자인을 검수할 것 같은가?  전혀 아니다. 그런 건 집에서 하는 거지, 동아리 시간에 그걸 다하기란 벅차기만 하다. 아니 그럼, 그 많은 시간을 다 회의에 소비하는 거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 많은 시간도 부족해서 따로 부원들끼리 시간을 내어 회의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교지부의 대부분의 시간은 '회의'에 집중되어 있다.


교지의 가장 틀이자, 이 회의의 주목적은 오로지 '기획안' 때문이다. 교지는 특집 기사 외에도 다양한 코너들이 존재한다. A4를 기준으로, 1~2장 분량인 코너가 있다면 반대로 (모든 부원의 기사를 총합하여) 12~16장 분량을 필요로 하는 코너도 존재한다. 글의 위계에 따라서 기획안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제각각으로, 교지 그 자체에 대한 회의인만큼 매우 중요하다.


기획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교지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는 '특집기사'의 주제 그리고 교지의 방향성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는데, 전자는 교지의 대표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교지의 흐름을 결정한다고 말을 할 수 있다. 매년 발행되는 교지는,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 매해 구성원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교지는 매번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누구'를 위해 초점을 맞출지, '어떤' 내용이 주가 될지, 추구하는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교지를 만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회의라고 할 수 있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가장 꼼꼼히 고려해야 할 점 '작년/재작년과 겹치는 내용이 없는가'이다. 예를 들어서 작년 교지에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된 기사가 작성되어있다고 한다면 올해 교지에는 <차별금지법>과 같은 기획안은 자연스럽게 삭제된다. 교지의 부원은 매년 추가되고 졸업을 하게 되고, 새로운 부원의 희망 기사 역시 전년도 학생들의 기사와 비슷할 수가 있다. 하지만 교지는 교지 부원의 희망을 위한 다기보다는 작년, 재작년과 겹칠 경우에는 독자(2~3학년 학생들)의 흥미를 고려하여야 한다.


때문에 기획안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학생들이 2학년(선배들)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디어만 좋다면 1학년(후배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이 된다. (기획안 회의에서 '개인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자신이 후배/선배라서 다른 팀원들을 어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하는 것이다.)


다만,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이 교지부의 첫 회의라고 하기에는 약간의 어폐가 있다. 기획안은 각자 써오는 것이고, 그 기획안에서 어떤 내용을 '교지'에 담을지를 결정하는 것이야 말로 교지부의 '첫 회의'이다.

우선 각자 '기획안'을 작성한다. 각 코너 별로, 대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에 대한 세부주제 그리고 선정 이유를 작성하는 것이 주된 형식이다. 예를 들어서 특집기사의 대주제를 'chatGPT'로 정했다면, 세부주제를 1. chatGPT의 원리, 2. chatGPT와 시장의 확장과 경쟁 3. chatGPT의 윤리적 쟁점 4. chatGPT와 교육 분야-로 나누는 식이다.


특집기사보다 위계가 낮은 기획들도 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각 코너별로 최소 몇 개의 기획을 준비해 가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음... 나는 최대한 많은 기획을 만들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고 하더라도 상술했다시피 여러 이유에서 (특히 중복된 내용 때문에) 많은 기획이 무산된다. 자신의 기획을 하나라도 더 넣고 싶다면 최대한 많은 질 좋은 기획을 준비해 가야 한다.


간혹, 어떠한 기사 주제를 특정 기획에 넣고 싶다고 기획안에 썼지만 갑자기 다른 기획으로 옮기고 싶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기획별로 정해진 기사의 개수가 있는데, 부족할 경우 다른 기획안에서 적절한 기사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기획안 회의날 어필을 하면 된다. 하지만 무턱대고 '옮기고 싶습니다.'라고 말을 하면 안 되고 왜 옮겨야 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덧붙일 수 있는 지를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한다. (교지의 방향성을 고려해서 말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덧붙여 회의를 하다 보면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의미와는 다르게 기획의 방향성이 퇴색될 수가 있다. 처음 자신이 생각했던 내용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성으로 흘러간다면 수용하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혼자 끙끙 앓거나 넘어가지를 말고 한번 팀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타인의 말을 듣고 후회를 하는 것보다 내 의지로 인해 후회하는 것이 훨씬 덜 후회스러울 것이다.


교지부는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 외에도 기사 하나하나에 '회의'라는 명목 아래 모이게 된다. 교지를 꾸릴 기획을 정했다면, 그 기획별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chatGPT' - 교육 분야의 기사를 쓴다면, 또다시 나무의 가지를 뻗어 나가듯이 자잘한 기사 내용을 정해야 한다. 기획안 회의는 동아리 멤버 전원이 함께한다면 이때부터는 오로지 이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사 내용뿐만 아니라 '설문조사', '인터뷰' 등 코너 속의 코너를 정한다거나 누가 어떤 파트를 담당할지 세부적인 회의를 거쳐야만 한다.


회의는 끝을 모른다.


특집기사 멤버들끼리 모인 단톡방

위 사진처럼 개별적인 단톡방을 이용하거나 방과 후를 이용하는 일이 동아리 초반(물론 중후반에도)에는 거의 매일 반복되다시피 한다.




이제부터는 1, 2학년 공통 이야기가 아니라 2학년의 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특별한 조언보다는 나의 괴로움… 을 터놓는 사담에 가까울 것 같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써보겠다.


1학년과 2학년 중 '책임감'에 더 짓눌리는 쪽은 당연히 2학년이다. 선배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1학년들과 달리 2학년은 그들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2학년 회의는... '신입 부원 모집'부터 시작된다. 학교에 제출할 활동 계획을 시작으로, 모집 방법, 홍보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각 반에 부착할 포스터와, 인스타그램(SNS)에 게시할 피드용 포스터에 담을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면 1, 2학년을 보충하기 위한 계획을 짜야한다. 


저 위 사안들은 사실 그렇게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다. 선례를 따라서 준비하면 되고, 포스터에 담을 내용도 어느 정도 명확한 것들이 확실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 음... 처음 이 글을 기획했을 때는 저 문장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저것도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아주 뒤늦게 깨달았다. 저 일들이 크게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신입 부원 희망자가 0명이라면? 그때는 말이 달라진다. 

회의 자체는 힘들일 필요가 없다. 몸이 고생할 뿐이지. 


수차례 홍보를 위해 여러 반을 들락날락 옮겨 다니고, 희망자를 늘리기 위해서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새로 만들어 가며 기한에 맞춰 인스타에 게시해야 한다면 시간적, 정신적 부담이 머리를 꽉 채울 것이다. 전에 내가 쓴, '충동적으로 교지부에 도전했다.'를 읽으면 내가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 날 교지부에 도전했다는 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어서 선배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는 걸 너무 잘 느껴진다. 

회의의 안건은 어렵지 않지만, 현실이 마음을 따라주지를 못한다. 


다음으로 진행되는 안건은 '면접'을 위한 회의이다. 


첫째로 해야 할 일은, 1차 서류 면접을 어떤 질문으로 채울지가 중요하다. 이 역시 선례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완할 점, 수정해야 할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면서 동아리의 제도가 바뀌거나 지향성이 바뀌게 될 경우 옛 선례를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서류 면접부터 꼼꼼히 검토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1차 서류 면접을 바탕으로 한 2차 면접 질문 정리이다. 보통 지원자는 최소 13~15명이 넘게 모집될 것이다. 겨우 서류를 읽는 것이 뭐가 어려워?-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순히 서류 면접 답변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질문'을 생성해야 하다 보니 더욱더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다. 그 탓에 끊임없이 노트북/휴대폰 화면을 보느라 눈과 머리가 아프고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종종 전화번호/학번을 적지 않거나 출처를 기재하지 않고 서류 면접을 보내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선생님께 여쭤어 학생을 찾아내거나 출처를 일일이 찾아보아야 한다. 이 때문에 서류 면접 답변을 보면서 분통을 터트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도대체 왜! 학번이랑 전화번호를 적으라는데! 출처를 첨부해 달라는데! 왜 안 하는 거야!"라는 말만 계속 되뇌었었다. 


알다시피 교지부는 기사를 쓰는 동아리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유 기사를 첨부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출처를 기재해달라고 명시하는데, 자유기사를 읽을 때부터 집중! 또 집중을 해야 한다. 표절 여부를 확인하고, 올바른 내용을 썼는지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하... '기사 전체 표절'이라는 황당한 경우도 빈번하니 설렁설렁, 대충대충 읽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일일이 직접 대조를 하며 읽었다.)


서류 면접 답변에 질문을 적다 보면, 공통적으로 꾸준히 등장하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이를 우리는 '공통 질문'이라고 부르면서 번호를 매겼었는데 생각나는 대로 쭉 써서 정리해 보니 28개 정도가 되었었다. 이 28개의 공통 질문 중 5/6개의 '최종 공통 질문'을 정한다면 면접 질문 회의 첫날은 성공한 것이라 말을 할 수가 있다. 경험상 회의를 시작한 지 3~4시간 정도 만에 집중력이 뚝뚝 떨어졌으니,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으면 무리하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종종 질문의 개수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학생들이 생길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2차 면접 질문 회의날에 피드백을 통해서 러프하게 적어놨던 질문을 다듬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불필요한 것을 삭제하거나, 공통 질문(2n개)에서 추가를 하면 된다. 아마, 초반에 질문을 작성하던 친구들 같은 경우에 그렇게 질문이 많이 나타날 테니 질문을 잘 거르길 바란다. 




교지부는 회의의 연속이다. 기사를 쓰러 들어왔더니, 매번 회의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또한 거쳐야만 하는 길이니 잘 참고 버티자! 2학년이 되면 후배들을 이끌어야 해서 회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하니 1학년 때부터 미리 연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방법일 것이다. 

(선배들의 노하우를 잘 배워 놓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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