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부터 원고 마감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것은 늘 어렵고 그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내가 처음으로 작성한 기사는, 기사 중에서도 가장 위계가 낮은 기사였다. 교지에 1,2페이지 정도 들어가는 분량의 기사였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 기사는 유독 내게 의미를 가지는데, 그건 기획부터 기사 내용까지 모두 내 의견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특집기사 같은 경우에는 팀원 모두의 의견이 'chatGPT'로 일치해서 특정 누군가의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특별함이 없었지만 다른 기획들에서는 그 의미가 달랐다.
나는 '종이책의 미래'라는 주제를 기획안으로 적었다. 본래 의견은 E-book이 증가하면서 점점 사라지는 종이책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했지만, 회의를 통해 '디지털 교과서' 찬반 내용으로 주제를 바꾸게 되었다.
다른 팀들과-보통 1명이 책임지고 완성했다-다르게 우리는 2명이 기사를 완성했는데 함께 한 선배님이 아주 조용하고 말 수가 적으신 분이라서 준비 과정부터 '이 기회에 친해져야지.'보다 '말이나 제대로 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전에도 말을 했었지만, 교지부원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팀원들은 물론 독자들을 납득시켜야 하기에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회의는 주로 카톡으로 진행되니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나를 안심시켰다. (다행히 회의는 잘 마무리되었다~ 선배님께서 너무 친절하셔서 오히려 제일 편한 회의 중 하나였다...!)
처음으로 기사를 쓰면서 느꼈던 것은... '아, 정말 교지부에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다른 동아리에 비해 활동이라곤 회의가 전부이며 (그것도 너무 조용한 회의) 제대로 된 결과물이나 활동을 바로바로 만들어 낼 수 없다 보니 교지부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었다. 답답하기도 했었고.
기사를 완성한다는 것은 크게 3가지 과정을 거친다.
1) 기사 1차 초안 2) 기사 1차 완성 3) 기사 n차 수정
음... 기사를 쓰는 방식은 명확히 어느 하나만 설명하기엔 각자에게 맞는 편한 방식이 있다. (애초에 내가 그 정도로 잘 쓰지도 못하고) 그렇기에 기사를 이렇게 쓰세요~라는 팁보다 기사를 쓰기 위한 과정 중 몇 가지 팁을 써보자면, 첫째로 기사를 제발 미리미리 기사를 준비하고 작성하길 바란다.
교지부원이 되어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은 수행평가를 작성한다는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수행평가의 결과물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다. 망해도 내가 망하는 거고, 잘해도 내가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지'의 기사는 나만의 기사가 아니다. 이건 학교의 공식적인 기사이며 각자의 완성도가 교지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기사를 완성하기까지 몇 번의 첨삭을 거치는지는 각자의 선택(그리고 그 완성도)에 달렸겠지만 기사의 마감일은 모두가 같다. 마감을 하루 남기고 완성하는 기사는 당연히 그 완성도가 떨어지길 마련이다. 정보도 미리 숙지하고, 구성도 이리저리 다양하게 생각해 봐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본인의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저작권'이라는 것을 배울 것이다. 표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 생활 상식이자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기사를 쓰는 그 당시에는 표절이 티가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표절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교지부원은 단순히 기사를 쓰는 것이 제 역을 다한 것이 아니라 그 기사를 읽고 피드백과 코멘트를 통해 수정을 마무리해야 모든 일을 마무리했다고 말할 수가 있다. 어차피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면 처음부터 표절이 없는 자신만의 기사를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기사를 쓰다 보면 참고한 자료가 마치 자신의 기사인 것 마냥 써질 수는 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료 숙지와 기사 작성을 텀을 두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자료를 숙지한 상태에서 기사를 써야지 기사를 쓰면서 자료를 숙지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검토는 여러 번 하는 것이 좋다. 기사를 쓰면서 생각보다 어려운 (까다로운) 부분은 문맥의 흐름과 맞춤법이다. 그럴 경우에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여 검사하는 것이 좋다. (실제 내가 교지부에서 자주 썼던 사이트이다.) 물론, 정확하지 않은 부분과 오히려 더 문맥이 어색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하니 그런 부분은 스스로 확인을 하거나 팀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렇게 기사를 완성한다고 해서 저 기사 그대로 교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기사를 완성하면 분량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로 여러 번 수정을 거친다. 지겹도록 겪은 회의를 또 겪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팀원들과 수정을 거치면 '최종 원고'라는 이름의 문서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 문서는 곧 담당 선생님께 전달이 되어 마지막 수정을 거치면 출판사로 송고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에다가, 똑같은 기사를 여러 번 읽어야 하다 보니 생각보다 힘든 작업일 것이다.
이 기사 첨삭 과정은, 출판사에서 보내온 1차, 2차 원고를 받는 내내 진행된다. 이 원고는 결과물을 출판하기 전에 예시로 보여주는 것으로 교지부원들은 오타나, 잘못된 사진, 구성 등을 찾아 피드백을 적는다. 우리가 정말 많은 기사를 썼다는 것과 정말 1년이 끝이 나는 구나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음... 이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기사 수정 시간보다 가장 오래 걸리고 또 무게를 갖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 출판사에서 보낸 2차 원고를 받고, 인터뷰 기사를 첨삭하는 과정에서 따옴표가 잘못 사용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라는 문장을 써야 한다면,
-처럼 따옴표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끝부분에 바뀐 것이 아닌 기사 초반부터 오타로 바뀐 탓에 일일이 표시를 해야 해서 정말.... 눈이 아프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PDF 파일로 받아서 망정이지 만약 실제로 프린트된 종이로 받았더라면 내 눈은 멀쩡히 돌아오지를 못했을 것이다.
'교지부가 되어서 가장 보람찼던 일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글쎄, 선배님들은 '자신의 기사를 읽고 재밌다고 말해준 친구들', 주위 친구들은 '기사를 읽어줄 친구들을 생각하는 것'이 보람찼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그냥 기사를 쓰는 것 자체가 제일 보람찼던 것 같다. 내가 기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무언가를 완성하고 출판한다는 것이 제일 보람찼었다. 행복에는 이유가 없고, 뿌듯함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것만으로도 내게 교지부가 어떤 의미였을지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기사는 단순한 시작이란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의미를 품고 있다.